[BIG DATA 차세대 경영인] 빅데이터로 바라본 차세대 경영인 평판 분석

포춘코리아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빅데이터 기업 다음소프트와 함께 차세대 경영인들의 평판을 분석했다. 경영권 승계를 앞둔 재벌가 후세들. 대중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기업과 후계자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포춘코리아는 창간 이래 차세대 경영인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해왔다.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이 갖게 될 잠재적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물론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우리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차세대 경영인의 진면목을 탐구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기업 홍보 담당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에게 직접 인물 평가를 부탁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은사와 동창생까지 찾아 어린 시절을 추적하기도 했다. 경영 성과가 있는 경우 그 실적도 함께 고려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한 인물에 대한 실체적 모습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었다. 우선 기업 홍보 담당자가 전하는 말은 지극히 단면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든 차세대는 “재벌가 자녀답지 않게 겸손하고, 인사 잘하고, 사업에 대한 비전이 분명하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직접 차세대를 대면했다는 업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평가도 ‘인상’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카리스마가 넘친다”거나 “사람이 활수하다”거나 “열정이 넘친다”는 정도의 주관적인 평가다. 차라리 초등학교 동창이 전하는 오래된 일화가 더욱 생생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을 선동해 나이트 클럽에 다녀왔다”는 한 차세대의 일화는 리더십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런 정보를 접하는 것마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 외 조금이나마 다른 평가를 접할 수 있는 소스는 ‘사건·사고 이력’이었다.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폭행 사건에 연루되거나, 또는 지분 상속이나 관련한 탈세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가 그것이다. 그 밖에 간혹 속칭 ‘찌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정보통에 재벌가 자녀의 뒷소문이 오르지만,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일 뿐이다. 언론이 다룰 수 없는, 다뤄서는 안 되는 가십이다.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언론이 다룰 수 있는 차세대들의 모습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왜 빅데이터인가

우리는 IT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빅데이터로 차세대 경영인의 이미지와 평판을 분석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연말 이 같은 시도를 한 바 있다.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올해의 경영인을 선발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다음소프트가 조사파트너로 함께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올해의 경영인에 뽑힌 인물이 대부분 그럴 법한 경영인이라는 점에선 뻔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필두로 총 10명이 뽑혔다. 그렇지만 그들의 리더십이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수치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었다. 즉 인물별로 리더십과 혁신성, 전문성, 사회기여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결과도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카리스마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전문성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동안 재계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빅데이터를 통해 얻고자 한 결과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 마음을 읽어 객관화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 경영자들의 PI(President Identity)는 지극히 공적이거나 아니면 지극히 사적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경영인들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했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넘쳐나고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며 비전이 분명할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CEO였다. 누가? 모든 CEO가 그러했다. 기사에 언급되는 이름만 살짝 바꿔놓아도 눈치 채기 어려운 내용이 태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그들의 PI를 믿지 않는다. 가공된 인물이라 여긴다. 기업이 회장의 초상화를 멋지게 그리려 할수록, 얼굴은 점점 남들과 대동소이해진다.

밋밋한 얼굴을 대신하는 건 지극히 사적인 평가들이다. 뒷소문과 찌라시다. 또 사건과 사고 등 부정적인 이슈만 부각된다. 우리가 평소 잘 아는 사람에 대해 뒷소문이 돌면 우리는 그 사람의 평소 인격에 비추어 소문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평소 알지 못하던 인물에 대해선 소문 하나로 지배적 이미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인위적인 PI를 만들려는 기업의 노력 때문에 오히려 PI가 손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그나마 현 경영인은 그 피해가 덜하다. 은둔형이건 외유형이건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차세대 경영인, 오너가 후세에겐 PI의 부재가 큰 위험이다. 사업 성과를 내기엔 아직 연차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 긍정적인 이미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하나하나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적잖은 차세대가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는 빅데이터가 공적 이미지와 사적 평가의 간극을 채울 매개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관적 평가가 축적되면 객관적 평가가 된다. 이것이 포춘코리아가 차세대 경영인들에 대해 빅데이터 평판 분석을 한 이유다.

사실 현 경영인들의 평가도 용이치 않은 상황에서 차세대 경영인을 분석하는 건 도전적인 과제였다. 난관이 불 보듯 예상됐다. 차세대에 대한 관심은 현 경영인들보다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적이 분명치 않으니 평가도 적다. 게다가 이미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건사고가 상당히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모험수를 뒀다. 극히 제한적인 인물에 국한될지언정 이전에 볼 수 없던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분위기도 한층 무르익었다. 삼성가는 지분 승계를 일단락 지었고, 자녀의 역할 구도도 좀더 명확해졌다. 수년 전 경영무대에 막 등장해 풋내를 발하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제 어엿한 유통업계의 수장이자 혁신가로서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인물이 경영일선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왜 톱10인가

조사결과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검색되는 인물이 많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1개 그룹을 대상으로 후계 경영인을 추려낸 결과 총 66명의 1차 리스트가 나왔다. 그렇지만 이들 중 빅데이터 검색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는 인물은 10명 안팎이었다. 이외의 인물은 단순히 이름만 언급됐거나, 동명이인이거나, 언급 건수가 극히 적었다. 예를 들면 “아무개의 아들 OOO은 지분을 얼마 갖고 있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사람들은 아주 두드러진 차세대 경영인 외에는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전체 언급 수 7,060건으로 여타 인물보다 최소 4배 이상 많은 언급 수를 보였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후계자로서 당연한 결과이다. 언급 내용 역시 ‘삼성의 후계자’라는 말로 요약된다. 두 번째로 언급이 많은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1,672건의 언급이 있었다. 다른 차세대에 비해 비교적 일찍 경영 전면에 나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간 결과다. ‘현장과 소통’에 대한 평가가 가장 많았다.

세 번째 인물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1,395건 언급이 검색됐으며 주로 ‘사회공헌 실천’에 대한 글이 많았다. 그렇지만 현대차 그룹 규모나 위상에 비해 언급 수가 상대적은 편이었다.

네 번째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에겐 누구보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평판이 형성되어 있었다. 호텔신라의 실적을 끌어올린 경영 능력, 패션 리더로서의 면모, 일반인과의 연애 결혼,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의 친밀함 등 스토리와 아우라가 풍부했다. 언급 수는 1,292건.

다섯 번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창업 2세로 다른 차세대 경영인과는 다소 구별이 된다. 차세대 평균 나이가 40대인 데 반해 신 회장은 59세로 적지 않은 편이고, 이미 2011년부터 롯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아직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돼, 신동빈 회장도 차세대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 원칙은 다른 인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시켰다. 신 회장은 688건의 언급 문서가 검색됐으며 두드러진 키워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679건), 이우현 OCI 사장(568건), 조현준 효성 사장(563건),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396건),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164건) 등이 주로 언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여타 차세대 경영인에 대해 별반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블로그, SNS에서 언급되는 인물은 몇 개 대기업 후계자에 국한되었다. 이유는 말 그대로 관심이 적거나 아니면 관련 정보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정보의 부재가 더 큰 원인으로 보여진다. 재벌가에 대한 어떤 소재이든 일단 언론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열심히 글을 옮겨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알 수 있던 또 한 가지 사실은 언급 내용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후계자, 승계 준비, 지분율 등에 대한 언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뻔한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집중적인 하이라이트를 받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처럼 인간적 면모와 다양한 스토리를 드러낸 이들은 긍정적 관심과 호감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승계를 앞두고 있는 기업이라면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왜 PI인가

특히 요즘처럼 기업과 소비자 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그것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시대엔 PI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재계에선 PI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수면 아래서 관리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게 PI는 마케팅이 아니라 리스크다. CEO의 사생활 공개를 꺼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 지향점 역시 정형화돼 있다. 이런 접근법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가 활짝 열려 있어, 무엇이든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 연예인도 비밀연애를 할 수 없다. 스포츠연예 신문이 없어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속속들이 드러난다.

PI는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와도 직결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보여준 디자인 경영과 열린 소통은 현대카드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투명한 상속과 현장 경영으로 신세계와 이마트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진지한 태도는 브랜드에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의인화된 대상이 있으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확실히 유리하다”고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설명한다.

물론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한 후세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직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있거나 전문 경영인에게 의존하고 있어 독자적인 경영 실적을 과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진정성이나, 사회적 책임, 취향 등을 드러내는 건 후세의 이미지를 건전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가수 이효리는 경영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이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송 부사장은 말한다. “이효리는 유기견을 키우고 돕는 활동을 꾸준히 진정성 있게 하고 있어요. 대중에겐 ‘아, 이효리는 정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퍼스낼리티가 형성되죠. 이처럼 액티비티가 사람과 매핑돼야 합니다. CSR을 할 때에도 돈만 줘선 소용 없어요. 기업이나 기업인의 퍼스낼리티로 이어져야죠.”취향이 PI에 연결돼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의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호텔신라의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편 후계자들의 평판을 공정하게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서, 관련 지표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과지표는 2가지로 측정한다. 하나는 경영성과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창출이다. 경영성과는 현금흐름이나 생산성, 수익성 관점에서 재무적 효율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가치창출이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다. 포춘코리아의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가 가치창출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은 여기에 더해, 가족기업의 스튜어드십을 측정하라고 제안한다. 김 소장은 말한다. “100년 이상 생존하는 가족기업의 구성원들은 높은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더욱 성장시켜 다음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믿고 있죠. 이들은 자신을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자라 여깁니다. 스튜어드십은 그 청지기 정신을 말하는 겁니다.” 스튜어드십 평가를 가장 먼저 제안한 건 인시아드 가족기업연구소의 랜들 칼록 박사다. 랜들 카록 박사는 스튜어드십을 평가하는 방편으로 인적투자, 리더와 관리자로서의 행동, 전문성, 직원에 대한 배려, 자선활동 등을 체크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승계는 가장 큰 리스크

부자 3대를 못 넘긴다는 말이 있다. 흥미롭게도 외국에서 역시 비슷한 속담을 찾을 수 있다. 중국에는 ‘논마지기도 3대를 못 간다’, 미국에는 ‘셔츠바람으로 시작해서 3대 만에 셔트 바람으로(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 독일엔 ‘아버지는 재산을 모으고, 아들은 탕진하고, 손자는 파산한다’는 속담이 있다.

단순한 속담만은 아니다. 가족기업 연구자들에 따르면, 실제 3대를 넘어 살아남는 가족 기업은 불과 1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100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은 100개 중 4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참고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김선화 저, 쌤앤파커스, 2013) 메커니즘은 속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수기업 연구의 대가인 제임스 휴즈 주니어는 부자가 3대를 못 가는 메커니즘을 이렇게 설명한다. 공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힘든 일만 하면서 검소하게 살았던 1세대가 고생해서 마침내 큰 재산을 모은다. 2세대는 대학을 나와 유행하는 비싼 옷을 입고 도시 아파트에 살면서 시골 부동산에 투자도 하여 마침내 상류사회로 진입한다. 그러나 3세대는 어릴 대부터 사치스럽게 자라서 일도 거의 하지 않고 돈만 물 쓰듯 하다가 마침내 물려받은 재산을 날려버리고 만다. 이것이 3단계 공식이다. 1단계는 재산 형성기, 2단계는 안정 또는 현상 유지기, 3단계는 탕진기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에너지 순환단계와 같다.

국내 재벌 대기업 상당수가 승계를 앞두고 있는데, 이 중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처럼 창업 3대째에 이르는 기업이 가장 많다. 국내에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기가 길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나 광복 전후를 기점으로 창립되었다. 한편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현재 4세 박용만 회장이 총괄하고 있으며, 5세로의 승계를 앞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지휘를 하고 있으며, 2세 신동빈 회장에게 경영권이나 지분이 아직 넘어가지 않은 상황이다.

승계는 가족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다. 가족기업 연구가 존 L워드 John L. Ward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족기업이 대를 이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60%가 승계문제다. 비즈니스와 관련한 문제는 10~20%에 불과하다.


어떻게 뽑았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경영인에 대한 평판을 조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사범위와 기준을 정하는 일이었다. 범위와 기준에 따라 편향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범위를 선정해야 했다.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 기업집단’현황을 적용했다. 자산규모(2013년 4월 기준)를 기준으로 지정된 만큼 우리의 취지와 부합하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공기업을 제외한 51개 기업집단이 선택됐다. 기업집단이란 ‘동일인(총수)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속칭 ‘재벌’과 같은 의미다.

다음은 현세대와 차세대 경영인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예를 들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현 세대인가 아니면 차세대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 동일인 즉,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는 제외시켰다. 동일인은 아니더라도 이미 회장직함을 가지고 기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이들 역시 현 세대로 분류해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구자철 예스코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단 회장이라 하더라도 부모나 형제가 회장급 직책을 갖고 경영에 실제 관여하는 경우는 차세대로 포함시켰다. 경영권이 아직 완전하게 이양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오너 가족 중 직책이 없는 경우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현재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로 국한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학생 등 나이가 어린이들은 제외됐다. 마지막으로 60세 이상 인물도 제외했다. 경영 데이터 기업 CEO스코어가 자료를 분류했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총 66명이 1차 후보로 선정됐다.

다음소프트가 66명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최근 1년(2013년2월~2014년1월)을 기준으로 SNS와 블로그에서 언급되는 횟수와 내용을 조사했다. 다음소프트는 빅데이터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마이닝 마인드(Mining Minds) 기업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과 PI 해법을 제시하는 컨설팅을 겸하고 있다. 다음소프트는 빅데이터 분석과 컨설팅을 겸하는 독특한 비즈니스로 업계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다음소프트가 분석에 활용한 기법은 자연어 처리에 기반한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with Natural Language Processing)으로 소위 ‘소셜 빅데이터 분석’기법이다. 자연어 처리 엔진인 ‘Daumsoft SOCIALmetrics™’를 사용했다.

다음소프트 측은 뉴스를 스크랩한 블로그 글도 조사 건수에 포함시켰다. 단순히 옮겨온 글일지언정 그 과정에서 뉴스를 취사 선택한 적극적 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에 유효한 언급으로 분류했다. 블로그 등에 스크랩되지 않은 뉴스 사이트의 글은 제외시켰다.

한편 SNS에 언급된 문서 중 일부 부정적 키워드는 제외시켰다. 가십성 논란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넓게 보자면 부정적이거나 가십성의 문서 역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들이 지닌 사회적 지위를 볼 때 공인으로서 볼 수 있고, 또 사회가 이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만큼 인간적 미숙함이나 부정적 평판도 모두 분석대상에 넣어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들 담론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부분 차세대 경영인은 아직 실체적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두 마디 부정적 평가는 자칫 해당 인물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부정적 담론을 재생산하는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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