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에 열광하는 세계 미술시장

서진수의 ‘미술과 경영’

2013년 세계의 미술품 수집가들은 ‘워홀앓이’로 한 해를 보냈고, 많은 사람들은 워홀 얘기로 바빴다.
글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및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 artprice.com 에서 매년 3월 초 전년도 미술시장을 분석한 미술시장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2013년도에 가장 많이 팔린 작가가 워홀 앤디*(Warhol Andy: 1928-1987)였다. 1,459점이 경매에서 낙찰됐고, 낙찰총액은 3억6,741만 달러(약 3,931억2,870만 원)에 달했으며, 최고 낙찰가는 9,400만 달러(약 1,005억8,000만 원)였다. 2위는 피카소(Picasso Pablo: 1881-1973)로 3만2,776점 낙찰, 3억6,139만 달러 판매, 그리고 최고가는 4,008만 달러였다. 3위는 중국의 동양화가 장다치엔(張大千: 1899-1983)으로 873점 낙찰, 2억9,167만 달러 판매, 최고가는 1,003만 달러였다.

2013년 세계 미술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은 34.6%를 차지한 중국이 2010년부터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을 이끈 50대 작가 중에 중국작가가 17명이나 올라 있고, 10대 작가에도 장다치엔, 치바이스(齊白石, 5위), 자오워키(趙無極, 9위) 등 3명이 올라 있다. 한국 작가는 이우환(427위, 59점 낙찰, 367만 달러 판매, 최고가 42만 7,500달러)과 김환기(468위, 24점 낙찰, 329만6,679달러 판매, 최고가 55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2013년은 경매 사상 최고의 해로 기록됐다. 247년 전통의 경매회사 크리스티 Christie’s에게도 낙찰총액이 가장 컸던 최고의 해이자 1만 5,000 건의 작가 최고낙찰가 기록이 경신된 해였다. 현대미술 분야에서는 영국 작가 베이컨 프랜시스 Bacon Francis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Three Studies of Lucian Freud)’가 낙찰가(hammer price) 1억2,700만 달러, 수수료를 포함한 실제 판매가 1억4,240만 달러(약 1,528억 원)에 팔리는 기염을 토한 해였다. 국내 미술시장은 글로벌 작가의 부재, 끊이지 않는 미술품 부당거래와 관련자 구속, 미성숙 시장의 양도차익세 도입 등으로 3년 연속 하향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세계의 슈퍼리치들은 경쟁적으로 미술시장에 몰려들고 있고, 그 결과 세계 주요 작가의 작품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피카소, 마네, 모네, 달리, 샤갈 등을 제치고 화려한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최고의 작가 워홀 앤디는 누구일까? 현대미술의 아이콘인 가벼움의 경쾌함을 잘 표현한 워홀은 팝아트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워홀은 예술가, 상업 디자이너, 영화감독, 음악 프로듀서, 잡지 발행인, 사교가, 기업가 등 멀티 크리에이터 작가로 다양한 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뉴욕 작업실을 ‘공장(Factory)’이라고 부르며 작품을 찍어내듯 양산하였으며,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에 사인을 하여 판매하는 상업적인 작가였다. 노는 척 작품을 하고, 장난스럽게 사진을 찍어 재치를 보이고, 마릴린 먼로 등 당시의 세계적인 은막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등 팝송의 대가, 마오쩌둥 등 정치지도자 등을 작품에 끌어들여 미술의 대중성을 확산시킨 작가였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캠벨 수프 캔을 작품으로 만들고, 금박을 입힌 구두를 전시하고, 농업 관련 잡지를 보고 소머리를 작품으로 만들고, 초상화와 누드를 주문 받아 그렸던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는 말한다.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다. 작업을 하는 것도 예술이다. 그리고 이익이 남는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상업적인 작가로 시작했지만, 비즈니스 작가로 마무리하고 싶다.”

워홀 앤디, 피카소 파블로, 바스키아 죤미첼, 리히텐스타인 로이, 베이컨 프란시스, 폰타나 루치오 등은 뉴욕, 런던 등 서구의 주요 미술품 경매시장을 달구는 불패(safe-bet) 또는 블루칩 작가다. 이 중 가장 인기있는 작가가 워홀 앤디. 서구 미술시장은 대부분 양대 경쟁구도를 이룬다. 블루칩 작가를 경력이 풍부한 생존작가와 경쟁시키거나 아니면 이머징 작가들과 대결시킨다. 관심을 모으는 이머징 작가는 리히터, 쿤스 제프, 도이그 피터 등이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최고 승자는 워홀 앤디다. 여기에 중국의 수많은 작고 작가와 생존 작가들, 일본의 쿠사마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그리고 한국·인도 등 아시아 작가들이 아직은 홍콩과 자국의 시장을 중심으로 뛰고 있다.

워홀의 작품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에 다른 소장가에게 팔린 ‘8명의 엘비스(Eight Elvises)’가 1억810만 달러(약 1,158억 원), 2013년 경매에서 팔린 자동차 사고 장면을 여러 장으로 나눠 그린 ‘실버 카 크래시 Silver Car Crash’가 수수료를 포함하여 1억 540만 달러(약 1,129억 원), 마릴린 먼로를 그린 ‘청록 마릴린(Turquoise Marilyn)’이 9,010만 달러(약 965억 원)에 판매되었다. 2014년 2월 12일에도 런던 소더비에서 ‘마오저둥 초상화’가 758만6,500파운드(약 135억 원)에 팔렸고, 앞으로의 경매 일정에도 워홀의 작품이 계속 올라 있다.

2013년 한 해에 1,459점이 경매에서 낙찰되었다는 것은 하루 평균 4점이 팔린 꼴이다. 지난 5년간 매년 약 1,500점씩 거래되고, 거래액도 매년 3억 달러에 달하니 워홀은 초대형 작가이자 하나의 기업 규모에 해당하는 작가이다. 판매액이 1억 달러가 넘는 작가가 세계에 15명이 넘으니 뉴욕, 런던, 홍콩 등의 미술시장은 가히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워홀은 필자가 주장하는 재미, 의미, 돈이라는 현대미술의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작가이다. 세계가 그를 좇는 것은 그의 작품이 가벼우면서도 경쾌하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워홀 재단의 기획으로 앤디 워홀 특별전이 싱가포르·홍콩·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순회전을 갖는다. 한국은 아직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문화 융성을 가속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미술은 작가가 자기 좋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단순히 직업인으로서 작품을 팔기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작품 감상을 통해 즐거움과 위안을 얻고 나아가 정부, 기업, 개인이 아름다운 색상, 멋진 형태, 구성을 향한 상상력, 각종 아이디어의 기초, 일상의 미를 얻을 수 있는 샘이다. 명품을 보유함으로써 품위와 격도 높이고, 안목을 발휘하면 경제적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 국부의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좋은 작품을 소유하고 좋은 전시를 열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고, 한편으로 국가의 명성도 높일 수 있다. 미술작품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필수재이고 의식 있는 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워홀 앤디: 서양식 표기는 앤디 워홀 즉 이름, 성 순이다. 그렇지만 아트프라이스는 세계 500대 작가 중 아시아 작가의 비중이 많아지자 2000년대 후반부터 모든 작가의 이름을 성, 이름 순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같은 미술계의 변화를 반영해 저자도 성 이름 순으로 표기했다.

서진수 교수는 …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2002년부터 미술시장연구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또 아시아미술시장연구연맹(AAMRU)의 공동창설자이자 한국 대표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공동발전과 체계적 연구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문화경제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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