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 공격적 마케팅으로 사업성과 나타나

CLOSER LOOK

한화그룹은 ‘태양광 시장엔 볕이 들지 않는다’는 태양광비관론이 극에 달하던 2012년 태양광 셀 생산 능력 세계 1위 업체인 독일 큐셀을 인수했다. 2010년 솔라파워홀딩스를 인수한 이후 또 한 번의 태양광 사업 부문 대규모 투자였다. 시장에서는 경영 악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5년째 접어든 지금,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혹독한 한파 겪는 태양광 시장

지난 3월 7일 중국 회사채 시장에 사상 처음으로 디폴트가 발생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의 주인공은 상하이차오리라는 태양광 업체다. 상하이차오리는 중국의 그린에너지 사업 지원에 힘입어 외형을 크게 키웠으나, 오랜 태양광 시장 침체와 업체 간 경쟁 격화로 결국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됐다.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치킨게임의 주역이었다. 중국 당국은 묻지마식 지원으로 자국 태양광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공급량이 수요량을 훨씬 초과하게 만들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부실한 재무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나, 중국 정부는 구제금융이나 채무 만기 연장 등으로 이들을 계속 지원해 왔다.

kg당 80달러에 달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2년 말 15달러대까지 추락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수요처였던 유럽연합이 2010년 재정위기 이후 태양광 설치 정부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은 최근까지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다.

역발상 전략 추진 중인 한화

한화그룹은 태양광 업체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던 2012년 10월 독일 태양광 업체 큐셀을 인수했다. 당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사상 최저점을 연일 갱신하는 등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 때였다.

큐셀은 2008년 태양광 셀 생산능력 세계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큐셀도 불황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한화그룹은 2012년 4월 파산한 큐셀을 같은 해 10월에 인수해 한화큐셀로 새 출발했다. 인수 당시 큐셀의 누적 영업적자는 4,420만 달러에 달했고 공장가동률은 고작 20~30%에 불과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의 큐셀 인수를 김승연 회장의 경영 악수로 평가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태양광 사업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태양광 사업이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태양광 업계에 혹독한 한파가 불어닥쳤을 때에도 그는 한화케미칼, 한화솔라원 등 그룹 태양광 사업 부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큐셀 인수도 그 연장선이었다. 한화큐셀은 인수 1년 만인 2013년 9월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흑자로 돌아서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라며 “올해 상반기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흑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토털 솔루션 구축으로 경쟁력 강화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 8월 한화솔라원 출범으로 본격화됐다. 한화그룹은 나스닥 상장사였던 중국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 원에 인수, 한화솔라원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한화솔라원은 지금도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2012년에는 큐셀을 인수하면서 연간 2.4GW 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의 태양광 회사로 발돋움했다. 한화솔라원의 중국 공장 생산능력 1.3GW에 한화큐셀의 독일 공장 200MW와 말레이시아 공장 900MW가 추가된 것이다. 한화큐셀의 말레이시아 공장 200MW 증설이 완료되면 한화그룹의 셀 생산능력은 2.6GW까지 늘어난다.

한화그룹은 올해 상반기 한화케미칼의 연 1만 톤 생산 규모의 전남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도 앞두고 있다. 여수 공장 가동은 한화그룹의 폴리실리콘 수요량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경기 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다.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과 한화큐셀의 출범은 규모의 경제 외에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여수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부터는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 - 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 - 셀·모듈(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 - 발전시스템(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에 이르는 태양광 사업 전체를 한화그룹 내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으로도 태양광 발전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사업 성과 나타나

한화그룹은 유럽·북미·아시아·호주·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법인을 두고 전방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굵직한 사업성과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그린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시장 진출이 두드러진다. 스미토모상사, NTT 등의 기업이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60MW 규모의 모듈을 공급한 데 이어 마루베니상사와 2016년까지 500MW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큐셀의 공장가동률은 현재 100%로 풀가동 중이다.

미주 지역에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지난해 멕시코의 소리아나사가 2014년 말까지 멕시코 내 120개 지역에 설치하려는 총 31MW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에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하와이에 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준공을 계기로 하와이에서만 24MW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태양광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11년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역의 학교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기증했으며, 같은 해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닝샤 자치구 링우시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빈곤지역의 초등학교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기증해주는 ‘한화·희망공정 해피선샤인’ 캠페인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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