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효과’가 실리콘 밸리를 강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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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Carl Icahn이 올 초 이베이 eBay를 먹잇감으로 정하고, 이 경매회사에 자회사인 페이팔 PayPal을 분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베이가 거절하면서 ‘독설 전쟁’이 시작됐다. 아이칸이 이베이의 특정 이사들을 내부자 거래 (Self-Dealing) 의혹으로 비난하자, 이베이는 그를 진실을 왜곡하는 위선자라고 맞받아쳤다. 물론, 포춘 등 언론 매체들은 이번 사태를 브래드 푸딩 bread pudding처럼 다루고 있다. 즉, 디저트를 먹듯이 가볍게 가십거리로 보도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이칸이 (주가 상승을 통해) 금전적으로 승리하지만 (이베이가 페이팔을 지키면서) 전략적으로는 실패하는 ‘소통 부재의 전쟁(a siloed battle)’이다. 애플과 델의 최근 사례처럼 비슷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 아이칸의 수사가 ‘영웅 숭배(Hero Worship)’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리콘 밸리의 전체 사회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최근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 Menlo Park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세 사람이 아이칸을 “깡패”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또 “아이칸은 실리콘 밸리가 하는 일을 잘 모른다”는 식의 수많은 표현도 흘러나왔다. 최근 링크트인 설립자이자 페이팔의 창립 이사회 멤버인 레이드 호프만 Reid Hoffman은 ‘아이칸이 이베이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1,600자에 달하는 글을 써 올렸다. 그러자 100개 이상의 동조 답글이 쇄도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이베이와 페이팔의 특정 문제를 넘어 상당한 반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아이칸이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월가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단기 수익을 좇는 선동가-제품과 기업 사명이 이익 창출 과정에서 필요한 수단 정도로만 본다-로 비친다. 거의 10년 동안 많은 IT 최고경영자를 설득해 기업공개(IPO)보다는 기업을 사고 팔도록 도왔다는 비난이다. 간단하게 기업을 팔아치우고 다른 신생기업을 설립하면 되는데, 왜 -미디어와 규제 당국의 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칸 같은 외부침입자와 힘겹게 맞서는가? 2011년 5월 호프만을 억만장자로 만든 링크트인의 기업공개 대성공 이후 실제 실리콘 밸리의 기업공개 열기는 다시 식었다. 그러다 보니 이후 페이스북처럼 가치측정이 힘든 기업들에도 투자가 쇄도했다. 현금이 넘쳐나자, 근심은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 아이칸 대 이베이의 대립으로 기업가들은 기업공개의 안 좋은 추억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필자는 기업공개에 대한 공포심이 다시 널리 퍼질 거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기업공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영자들에게-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이번 대립으로 성숙 단계에 진입한 신생기업의 수는 증가할 것이다. 이 벤처기업들은 헤지 펀드와 뮤추얼 펀드 같은 공적 투자자들- 이들 또한 기업공개에 투자를 약속한다 -로부터 자금지원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공개 준비 기간을 늘려 자연스럽게 단기 이익을 좇는 초기 투자자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누가 그들의 투자자가 되길 바라는지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면, 장기 성향의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장기 성향의 투자자도 단기 이익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그 과정에서 기업과 합리적인 거래를 한다”고 말했다.

아이칸의 이베이 공격이 낳은 또 다른 결과는 비상장기업 투자자가 상장기업의 이사회 멤버 참여에 더욱 신중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힘의 낭비와 (실제든 아니면 그렇게 추정되든) 갈등의 소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베이 이사이자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에 대한 아이칸의 비난 증거는 꽤 엉성하다. 하지만 앤드리슨이나 다른 벤처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하지 않은 기업의 이사회 자리에 있는 것은 실제로 납득하기 힘들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도어 John Doerr의 오래된 인용구를 빌리자면, 갈등이 없는 곳에 왜 관심을 갖는가? 아마도 상징성을 지닌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그에 따른 명성을 얻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있어 앤드리슨 같은 사람은 부족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계속 상장 기업의 이사회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합병과 인수 그리고 전략적 투자 전략에 따른 투명성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다.

아이칸은 IT 산업을 변화시키는 데 별 관심이 없다. 포레스트 랩스 Forest Labs나 TWA를 통해 각각 제약 산업이나 항공 산업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정도의 관심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돈을 버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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