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 극복하기 위한 에코부머의 노후준비

100세 시대 스마트라이프

노후 준비는 베이비부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자녀 세대인 20~30대 에코부머*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글 최은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베이비부머와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 세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세대 차이 정도가 아니다. 이전엔 ‘나이 들수록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다’는 통념이 있었다. 월급이 오르고, 예금도 오르고, 집값도 올랐다. 젊었을 때 고생하면 노후는 보장됐다. 그렇지만 에코부머 세대에겐 신화(Myth)에 불과하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복지 정책이 강화될수록 장차 에코부머에게 지워질 조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일부 선진국에선 재원 없는 복지정책을 두고 ‘재정적 아동학대’라고 표현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결코 먼 미래의 일이거나 남의 일이 아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그들의 자녀이면서 동시에 경제활동을 갓 시작한 젊은이인 에코부머의 상황을 비교해보자.

베이비부머와 에코부머의 차이

에코부머는 경제활동 진입 시기가 늦은 편이다. 학자금 대출로 인해 마이너스 재정상태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베이비부머보다 대학진학률이 높지만 취업난으로 구직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고수익 창출에 대한 가능성은 어떨까.경제성장률이 정체 또는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기대소득도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한 학자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 베이비부머가 후기 베이비부머보다 더 많은 자산을 축적했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도 베이비부머가 한창 재직할 당시에는 경제성장률이 높았다. 이로 인해 임금도 자연스레 오르고 은행에 예금만 넣어도 높은 이율을 보장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대엔 연 23.1%, 1980년대엔 14%의 금리를 보장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주거비를 비교해 보면, 2012년 11월 전세 가격지수를 100으로 두었을 때, 2003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65였고, 지난달은 110에 육박했다. 주택소유를 통한 부동산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 전세비 자체도 크게 올라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사회시스템 측면에서 차이를 살펴보자. 우선 에코부머에게는 사회보장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1988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들은 70%의 소득대체율로 시작했고, 올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은 47%의 소득대체율을 적용받는다. 조만간 은퇴를 하거나 이미 은퇴를 한 베이비부머들은 이르면 60세, 늦어도 63세(61~64년생)에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1969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65세가 되어야만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정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67세로 더 늦추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에코부머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안전망은 촘촘해지고 있지만 이를 부담해야 할 재원 역시 늘고 있다. 게다가 수명은 점차 늘어나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은퇴를 하고 예전보다 더 오랜 기간을 살고, 그 기간을 더 잘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에코부머를 위한 노후준비 대책은?

닥친 현실을 극복하고 적응하기 위해 대안과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은퇴 후 생애 기간이 길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한다. 은퇴를 한 뒤에 은퇴 후 삶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고민하고 준비를 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재무적인 준비뿐 아니라 건강, 부부관계, 친구관계, 자녀관계, 취미활동 등 전반적인 준비를 이른다.

둘째,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속된 말로 ‘한 방’을 이룰 만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간의 힘을 빌려야 한다. ‘장기간의 투자를 통한 복리의 힘’ 말이다. 매일 커피 한 잔비용을 절약해서 1억 원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을 통한 투자이다. 에코부머에엔 ‘내 집 마련’이 인생 목표가 될 수 없다. 집은 더 이상 투자자산이 아니다. 주거환경일 뿐이다. House는 건출물로서 집이고 Home은 애정이 깃든 집이다. 이제는 애정이 깃든 거주지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또 남은 여력으로는 앞서 말한 시간을 통한 투자의 힘을 빌려서 누구도 책임지기 어려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셋째, 자산관리에서 얻는 수입을 가장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오랜 기간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적자본의 가치를 높여 ‘평생 직업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지속적으로 교육, 훈련 등을 통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여 근로의 질을 높이고 근로기간을 늘려야 한다. 이는 수익률이 가장 높은 투자다. 매달 50만 원씩 추가로 더 번다는 건 보통의 투자수익으로는 상상도 못 할 수준임을 자각해야 한다.

의식을 바꿨으면 이제 구체적으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소비를 조금씩 줄일 수 있도록 자기만의 시스템을 구축하자.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현금과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 월급·적금·비상금·생활비 통장을 각각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투자되는 교육비 지출의 마지노선을 정해서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축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이 있다면, 작은 트릭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저축에 가입하는 시점과 실제 돈이 저축되는 시점 사이에 간격을 두어 마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저축 신청은 오늘 하지만 실제로 저축은 다음 달부터 시작되게 한다든지, 다가올 임금 상승월에 저축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 당장 베이비부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지만, 에코부머 역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 투자와 노후재원 적립을 위해 세제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코부머(Echo Boomer):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자녀 세대로 1979~1985년생(29~35세)을 일컫는다. 부모 세대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이같이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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