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GM의 재정 상태는 매우 건전하다. 그러나 점화 스위치 리콜 사태 확산에서 알 수 있듯이, GM은 파산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잘못된 기업문화를 바꾸지 못했다. CEO 메리 바라 Mary Barra는 기업 문화 개혁을 위해 신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
By Doron Levin
메리 바라의 노력에는 점수를 줘야 할 것이다. 4월 첫째 주 제너럴 모터스 General Motors의 CEO 메리 바라는 워싱턴에서 회사의 PR 계획을 명확히 제시했다. 점차 확산되는 점화 스위치 리콜 사태와 관련해 의원들의 추궁을 받던 와중이었다.
바라는 증언 첫째 날 하원 위원회에서 “잘못된 일은 모두 예전 GM-경영 위기를 겪다 2009년 파산했다-이 초래한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1월 15일 CEO로 승진한 바라는 자신을 고객 중심의 CEO라고 일컬으며, 2달러짜리 부품을 아끼느라 고객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바라는 33년이나 이 회사에 몸담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GM의 관행에 대해선 무지했다.
증언 둘째 날에도 바라의 PR 전략은 효과가 없었다. 훨씬 더 호전적인 상원 위원회는 스캔들을 재조명하지 못한 바라의 무능함과 의지 부족을 비웃었다. 캘리포니아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 바바라 박서 Barbara Boxer는 “정말 이상한 일”이라며 “최고경영자가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 수 있나”라고 다그쳤다. 그 주말 바라는 풍자 프로그램 SNL의 오프닝 타깃이 됐다. SNL 속의 바라는 상원 위원회의 교차심문 과정에서 “새 GM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과거 GM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가 사건과 거리를 두는 것은 이쯤 해둘 일이다. 심야 TV 풍자 쇼를 차치하고서라도, 현재의 복잡한 상황은 바라나 GM이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미 자동차 업계의 최초 여성 CEO에 오르면서 새 역사를 만든 지 불과 몇 주도 안돼, 바라(52)는 날로 심각해지는 스캔들을 처리해야 했다. GM은 파산보호신청(챕터 11) 후 구조조정에 나섰고, 500억 달러의 정부 구제금융으로 재정을 메운 뒤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이를 통해 지난 5년간 많은 진전을 이뤘으나 이번 스캔들로 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GM이 파산 전후로 점화 스위치 결함과 관련해 언론에 잘 대응하지 못한 사실을 보면 이 회사가 대차대조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새 회사로 거듭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M의 신차는 최근 컨슈머 리포트 Consumer Reports 같은 소비자 평가 업체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참고로 필자는 디트로이트 Detroit 관련 기사를 쓰는 블로거로서 GM 및 여타 자동차 회사가 후원하는 시승 행사에 종종 참여한다). 그러나 GM의 재정 위기를 초래한 기업 가치와 정책이 여전히 이 회사에 고질적으로 남아 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바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변하는 원고 측 변호사는 GM을 지겨울 정도로 비용에 집착하는 기업으로 묘사한다. 또 비판에는 귀를 막고 소비자의 안전보다 수익창출을 우선시하는 악덕 행위를 할 때도 많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GM 임원진과 관리자, 그리고 공장 노동자들은 이런 비판을 강력히 반박한다.
그러나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GM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GM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점화 스위치 결함은 2001년 새턴 아이온 Saturn Ion 차량의 생산 전 테스트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리고 2004년 고연비의 쉐보레 코발트 Chevrolet Cobalt가 출시되면서 스위치 결함의 증거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GM은 이듬해 딜러들에게 공문을 보내 점화 스위치가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주행’에서 ‘액세서리’ 모드로 전환될 수 있다고 알렸다. 특정상황은 ‘운전자의 키가 작거나’ ‘열쇠고리가 크고 무거울 경우’를 포함한다. GM은 불량 스위치 교체를 고려했다. 그러나 한 엔지니어가 지난해 제출한 코발트 관련 녹취록에 따르면, GM은 ‘수익 측면에서’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리콜을 통해 스위치를 교체하는 데는 차량당 겨우 2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GM은 2013년 말까지 31번의 충돌사고와 13명의 사망사고가 점화 스위치 결함과 관련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라가 문제를 인식한 즉시 바로 행동에 나선 것은 평가해줄 만하다. GM에 따르면 CEO로 임명된 바라가 처음 이 문제를 알게 된 것은 1월 31일이었다. 그달 말 GM은 스위치 결함 문제를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이하 NHTSA)에 알렸고 약 260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바라는 사고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고 피해 보상 방안을 ‘강구하고 평가 하기 위해’ 켄 페인버그 Ken Feinberg를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페인버그는 9ㆍ11 테러 및 2010년 발생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BP의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 때 피해자 보상 문제를 담당했다. 리콜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면서 바라는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몇몇 로펌을 고용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조사했던 안톤 ‘토니’ 발루카스 Anton ‘Tony’ Valukas 전 연방 검사가 이 조사를 이끌었다.
일단 NHTSA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 정부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청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이 사건과 관련한 범죄 수사는 연방 뉴욕 남부지방 검찰청(U.S. Attorney’s office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이 맡고 있다. 지난달 도요타 자동차는 이 검찰청의 조사를 받은 후 차량 급발진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12억 달러의 벌금에 합의했다.
바라는 현 위기를 관리하면서 어쩌면 더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오랫동안 지체해온 GM의 기업문화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Boston Consulting Group의 자비에 모스켓 Xavier Mosquet 자동차 부문 담당자는 “GM 같은 기업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수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스켓은 이어 “바라가 GM의 실수를 공식으로 인정한 것은 더는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없고, 소비자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회사 전체에 알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를 바탕으로 ‘멀럴리 신화 (Mulally Moment)’를 재현하기 위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언론이 GM의 과실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상황에서 바라는 이를 임직원들을 결집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포드 자동차의 상황이 가장 암울했을 때 CEO에 오른 앨런 멀럴리 Alan Mulally가 그랬듯이 말이다. 2006년 말 멀럴리가 보잉에서 포드 자동차에 이적했을 때 이 회사는 끔찍한 재정 적자, 사기 저하 및 판매 부진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의 파산 직전의 회사를 가까스로 구해냈다.
멀럴리식 개혁의 핵심은 포드에 단일화된 글로벌 전략이 없다는 것과 임원들이 비판과 책임을 피하고자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는 매주 의무적으로 고위급 임원들이 회의를 열도록 했다. 참석자들이 녹색과 노란색, 그리고 빨간색을 이용해 사업의 진전과 부진을 서로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고충을 기꺼이 공유하는 임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원 포드 One Ford’라는 단순명료한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지갑 크기의 카드를 돌렸다.
이처럼 명료한 운영 방식은 GM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GM 경영진은 2009년 이후 최근까지 혼란을 겪어왔다. 당시 미 재무부는 GM 파산에 앞서 오랫동안 이 회사와 함께 해온 릭 왜고너 Rick Wagoner 최고경영자가 먼저 사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GM 이사회는 워싱턴의 추천인사 중 왜고너의 오른팔이었던 프리츠 헨더슨 Fritz Henderson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사회 회원이자 당시 AT&T CEO 자리에서 막 은퇴한 에드워드 휘태커 Ed Whitacre를 6개월 만에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하지만 그는 1년 후 갑작스럽게 GM을 떠나 고향인 텍사스로 돌아갔다.
이어 자동차 제조 경험이 전무한 사모펀드 투자자 대니얼 애커슨 Dan Akerson이 휘태커의 뒤를 이어 GM을 이끌었다. 냉담한 성격의 해군 대위 출신인 애커슨은 감추기에 급급한 GM의 기업 문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그가 변화를 주도할 만큼 GM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내에 별로 없었다. 그의 주도하에 GM은 현금과 주식으로 정부 구제금융을 되갚았다. GM과 함께한 지 3년째가 되던 지난해 12월 그는 아내의 병으로 당초 계획보다 몇 개월 더 앞당겨 부채를 갚았다. 그리고 그는 바라를 차기 CEO로 직접 선출했다. 5년 동안 다섯 번이나 CEO가 바뀐 것이다.
바라는 멀럴리와 달리 결코 외부인이라 할 수 없다. 학생이었던 18세 때 GM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그녀는 초심자의 열정과 새로운 관점을 회사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바라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이 일을 잘해낼 것이라 믿는다. 토니 서본 Tony Cervone 전 GM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은 바라의 바로 옆 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는 바라가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에 필요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라가 GM에만 몸담았기 때문에 회사의 잘못된 기업문화를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강인하고 공정하며 집요하다. 하지만 결코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컬럼비아 대학의 경영학 교수인 캐시 해리건 Kathy Harrigan은 “멀럴리가 그랬던 것처럼 회사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바라가 GM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신속히 검토해 어떤 행동을 권장하고 저지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결함에 대한 보고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녀도 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모스켓의 경고를 반복했다. 해리건은 “이사회가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개혁에는 보통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GM의 경우 업무 규칙과 변화를 거부하는 노조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노조 대한 지적은 일리가 있다. 과거 GM에서처럼 현 GM에서도 노사관계는 CEO의 업무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바라는 내년에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미 자동차 노동조합(United Auto Workers, 이하 UAW)이 GM을 비롯한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신규 노동 계약에 대한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UAW는 구제금융 협상의 일환으로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는 현재 자동차 업계와 맺은 ‘2단계 임금협약(two-tier wage agreement)’을 철회하길 원한다. 이 협약에 따르면 기존 노조원에 비해 신규 입사자의 임금은 대폭 삭감된다.
만약 바라가 스위치 결함 조사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UAW가 새로운 협상 타깃으로 GM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노조는 먼저 GM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다른 기업도 GM의 선례를 따르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벌 기업들도 현재 바라를 응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만약 GM이 이 위기를 잘 이겨내면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 전체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바라가 GM의 실수를 공식으로 인정한 것은 더는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없고 소비자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회사 전체에 알린 것이다.”
-자비에 모스켓 보스턴 컨설팅 그룹 자동차 부문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