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ITX는 단순히 여성친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가 아니다. 효성ITX는 여성이 이끄는 기업이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80% 이상이 여성이다. 효성ITX는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월 경제부총리상인 대한민국 여성경영대상을 수상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김태환 www.circus-studio.net
효성ITX는 효성그룹의 IT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계열사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지만 여성계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여성 천국’ 회사다. 인력구성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체 임직원 6,500여 명 가운데 여성인력 비율이 80%다. 게다가 여성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또 전체 관리자 900명 중 727명이 여성으로, 핵심 경영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효성ITX는 여성 인력이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상담사 과정, 동계역량 심화과정, 교육강사 스킬 양성 과정 등 다양한 경력개발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핵심 경영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비 관리자, 예비센터장 육성과정도 마련되어 있다.
효성ITX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들려줄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탁정미 기획인사 부문장(상무), 김현수 인재채용팀장(부장), 신상희 인재개발팀장(부장)이다. 인터뷰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14층에 있는 사내 카페 ‘드림 스페이스’에서 이뤄졌다. 이 카페는 효성ITX가 장애인들을 고용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효성ITX는 지난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두드리미(주)’를 설립하고 장애인 21명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사내 복지
공간에서 바리스타와 네일아티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효성ITX가 가족친화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시점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탁정미 상무 : 회사 특성상 초창기부터 그랬어요. 저희 회사는 2011년 GWP(Great Workplace) 대상을 받았어요. GWP 심사 전에 전반적으로 내부 상황을 점검해 봤죠. GWP를 위해 따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평가 항목을 살펴보니 우리 회사가 상을 받을 것 같았어요. 이미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가 형성돼 있었던 거죠. 우리 회사가 잘하고 있는 회사라는 걸 그때 알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직원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죠.
당시 어떤 평가 항목이 있었나요?
김현수 부장 :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봤는데 직원들로부터 아주 높은 점수가 나왔어요. 회사 제도와 정책을 직원들이 얼마나 알고 있고 실제 활용을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있었죠. 실제 회사 직원들에게 전화 설문이 진행됐고요.
신상희 부장 : 직원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많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았어요. 성과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게 주어지고 있고, 교육이나 직무 훈련등이 잘 마련되어 있어 본인만 노력한다면 개인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금 전 탁 상무님이 회사 특성상 처음부터 이런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탁정미 상무 : 지금은 효성ITX가 IT사업에 치중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콘택트 센터(콜센터) 부문으로 시작했어요. 직원 만족도가 높아야 서비스 질이 좋아진다는 사내 문화가 그 당시부터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직원 복리후생이나 처우가 업계에서 가장 좋았고요.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 단합이 잘 돼요. 직원들끼리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 취미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요. 연초에는 기차를 통째로 빌려서 전 직원이 정동진 해돋이 여행을 가기도 해요. 외부업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진행하는 일이죠. 이런 것들이 사내 문화로 차곡차곡 쌓인거예요. 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죠.
직원이 몇 명이죠? 여성 임직원 비율도 궁금합니다.
탁정미 상무 : 6,591명 중 80.7%가 여성 직원들입니다. 효성 계열사 중에서 여성임원을 가장 먼저 배출한 회사도 효성ITX입니다. 바로 전데요. 저와 입사동기인 분이 올해 (주)효성에서 임원이 되셨고요. 부장급은 여성이 30%를 차지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잘하고 있는 가족경영 제도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현수 부장 : 우선 육아휴직 이용률이 높죠. 이후 복직도 그렇고요. 모유수유실, 의무실, 헬스케어실, 사내 카페, 네일숍 등도 갖추고 있어요.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족친화경영을 위해서는 CEO의 경영철학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탁정미 상무 :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카페는 장애인들을 고용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투자를 한 거죠. 이렇게 넓은 공간을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비용도, 임차비도 만만치 않다고 봐야 하죠. 또 같은 일을 하더라도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 더 고용을 해야 해요. 현재 효성ITX는 장애인 21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지면서 동시에 직원 복지도 늘리고자 회사가 투자를 한 거죠. 직원들은 일하다가 언제라도 이곳에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김현수 부장 : 네일숍도 청각장애인 8명을 고용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외부 가격 절반에 이용할 수 있죠.
효성ITX는 여성을 위한 배려가 완전히 정착이 된 것 같네요.
탁정미 상무 : 네. 그래서 한번 입사하면 잘 안 나가려고 해요. 호호.
신상희 부장 : 저희도 초창기 입사했는데 보시는 것처럼 오랫동안 있죠.
김현수 부장 : 콘택트 센터 부문은 어느 정도 일을 배울 때까진 이직하는 경우가 있어요. 10명 중 2명 정도죠. 하지만 일단 남은 직원들은 장기간 근속합니다.
여성위원회가 있나요?
신상희 부장 : 저희끼리 밴드(SNS)를 이용해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차장, 부장들이 모여 있는데 ‘효성ITX 여성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저희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창구죠. 거기서 업무 공유도 하고 회사 정책에 대한 제안도 이뤄져요. 탁 상무님께서 비전도 제시하고 가끔 특강도 해주시죠. 업무와 관련한 정례회의를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하고요.
탁정미 상무 : 저희 회사는 사실 여성직원이라고 해서 따로 뭘 할 것이 없어요. 전체 직원 중 80%가 여성들이니까요. 여성이 조직 내에서 소수자 입장에 있다면 공식적으로 여성 직원 권익을 위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겠지만 저희는 다양한 소집단 미팅, 계층별 미팅 같은 요소요소에 여성 관리자들이 포진해 있어 그럴 필요가 없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직원들의 니즈가 회사 정책에 반영되고 있어요. 저는 효성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근무를 했는데, 비교를 하자면 예전에는 팀에 여성이 한 명 있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여’직원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들을 위해 남자 직원들이 별도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남녀 구분이 없어요. 이미 그런 문화가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효성ITX 임원 중에는 여성이 많지 않죠?
탁정미 상무 : 제 또래 많은 여성들은 이미 예전에 직장을 그만 둔 경우가 대다수예요. 제 나이 또래 중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이 적기 때문에, 모수 자체가 적은 거죠. 지금 40대 차장·부장들이 5~10년 근무한 뒤에는 많은 수가 임원이 돼 있을 겁니다. 전 항상 외로웠어요. 호호.
신 부장님은 효성ITX에서 얼마나 일하셨나요?
신상희 부장 : 효성ITX에서만 17년 차입니다. 다른 곳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옮겼죠.
처음 입사했을 때와 지금 회사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신상희 부장 : 처음엔 직원이 200명도 채 안됐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해 사업분야도 많이 커졌고요. 처음엔 IT사업부가 없었고 콘택트 센터(콜센터)만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보다 여성 직원 비율이 더 컸어요. 그때 문화가 희석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거죠.
김현수 부장님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김현수 부장 : 저는 경력 단절뿐만 아니라 시간제 일자리도 경험했어요. 원래 저는 의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의상 관련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둘째 아이를 낳고 그만뒀죠. 그때부터 10년 동안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찾아봤죠. 그때 콘택트 센터를 알아본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했습니다. 그때 마침 효성ITX에 5시간 근무제가 있었죠. 1997년에 효성ITX가 처음으로 5시간 근무 직원을 뽑았거든요. 그때 제가 입사한 겁니다. 5시간 근무를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아이들도 엄마가 일하는 데 차츰 익숙해졌고요. 그래서 풀타임직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오늘까지 온거죠.
시간제로 일하다가 풀타임직으로 전환이 가능했나요?
김현수 부장 : 저희 회사는 원래 그런 기회가 많아요. 자기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전환할 수 있죠. 지금도 그렇고요. 저희는 지금도 시간제 일자리 여성을 많이 뽑으려고 해요. 특히 경력단절 여성이 대상이죠. 제가 산 증인이잖아요. 저희 회사에선 시간제로 일하다가 풀타임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받아줍니다.
신상희 부장 : 저희는 시간제 일자리도 정규직으로 뽑고 있어요. 4대 보험, 복리후생 모두 풀타임 직과 동일하게 제공합니다. 이런 점이 저희 회사가 앞서 가는 부분이죠. 다른 회사들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하죠. 가족친화경영을 하려면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저희 회사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시차출 퇴근제도, 가족돌봄제도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하고 있어요.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현수 부장 : 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예전에 제가 일했던 분야에선 아무도 저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 회사는 저처럼 전업주부였던 사람이 나와서 일을 하면 주변 동료들이 잘 도와줘요. 기능적인 면을 교육하는 차원이 아니라 서로 개인적인 대화를 해 가면서 힘든 업무가 뭔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를 주변에서 알려주는 거죠.
세 분은 모두 아이가 있으시죠?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탁정미 상무 : 출산 후 영유아기 때는 부모님 도움을 받거나 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겨요. 오히려 취학을 하고 나면 더 힘든 점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딱히 방법이 없어요.
탁 상무님 시절엔 이런 가족친화 제도가 회사에 없었죠?
탁정미 상무 : 없었죠. 저희 때는 결혼하면 그만둬야 했어요. 혹시라도 계속 다니게 되더라도 그 다음에 아이를 낳으면 그만둬야 했어요. 아이 낳고 키우면서 회사 다닌 얘기를 하자면 하루도 모자라요.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나갔죠. 지금은 저희 회사에서 육아때문에 눈치 주는 일은 전혀 없어요. 성과로만 이야기를 하자고 해요. 개인이 알아서 탄력적으로 일하면 됩니다. 학교에서 학부모 면담이 있다고 하는데 못 가게 하면 안되잖아요. 아이 걱정돼서 일 못하니까요.
김현수 부장 : 조직 구성원 간에 서로 이해를 하죠. 저 같은 경우도 부모님들 연세가 있으시니까 병원을 자주 가게 돼요. 상무님께 말씀드리고 갈 수 있다는게 많이 좋아요. 이런 것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과정이잖아요.
신상희 부장 : 저희 아이가 고등학생, 중학생인데 둘 다 이 회사 다니면서 낳았어요. 처음에는 힘이 들었지만 일을 하니까 오히려 남편과 가사 분담을 하게 되더라고요. 보통 집에 계신 분들은 온전히 혼자서 가사나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남편과 함께 일하면 오히려 가족친화가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엄마 아빠가 공동으로 돌보게 되니까요.
회사 내에 어린이집이 있나요?
탁정미 상무 : 사내에 자체적으로 설치하지는 못했어요. 대신 회사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과 제휴를 맺고 있죠. 직원이 아이를 맡기면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사내 어린이집 설치에 대해서는 지금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김현수 부장 : 여자가 일을 하려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는 충분히 이해해줘요. 사회에서도 요즘은 여성을 많이 배려하죠. 사회가 일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건 핑계인 것 같아요. 제 경우를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신상희 부장 : 저희 팀은 외부 여성인력계발센터에서 교육을 하고 있어요. 교육받는 분들은 다들 경력단절 여성들입니다. 김 부장님은 그때 가셔서 꼭 본인 말씀을 하세요. 그러면 거기 모인 교육생들이 무척 공감을 한답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정부에서도 센터를 열고 교육을 하는데 효성ITX에서도 같이 참여하나 보죠?
신상희 부장 : 저희 회사는 교육을 엄청나게 많이 나가고 있어요. 벌써 4~5년 됐죠. 영등포여성인력계발센터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분들을 교육해서 입사를 시켰고요. 서대문구 근로복지센터, 금천구청, 인천시청 등과 MOU도 체결했죠. 다음 주엔 수원시 팔달구에서 여성분들의 채용을 도와드릴 겁니다. 그동안 시간제 일자리로 100명 이상의 여성 직원을 채용했어요. 어떤 여성단체든지 저희에게 채용을 요청하면 저희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팀장이나 임원 인사 평가 시 가족친화경영 이행 정도를 평가하나요?
탁정미 상무 : 네, 합니다.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얼마나 사용하는가, 경력단절 여성 채용은 얼마나 했는가 같은 평가기준이 인사팀에 있어요. 제가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 ‘여직원들에게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것들을 여기서 인사팀장 역할을 하면서 기획할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효성ITX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재원으로 일을 추진하기 어려울땐 모기업인 ㈜효성에도 기대보고 외부 도움도 많이 받곤 했죠. 제가 먼저 문을 두드렸어요. 노동부에서 대기업 여자팀장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이 와서 제가 효성 대표로 가서 활동을 한 적이 있죠. 거기서 활동하다가 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환경 시스템 구축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어요. 재단에서 컨설팅 비용을 다 대줬죠.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인력계발센터를 저희랑 연결해주더라고요.
정부의 여성 우대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있나요?
탁정미 상무 : 여성인력 정책에 대한 압력이 현재 기업에게 충분히 가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여성이지만,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런 강제가 기업이 여성인력을 고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아까 어린이집 얘기가 나왔는데요.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전체 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에는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해요. 사실 저희도 의무설치를 해야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복잡한 출퇴근 시간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려면 자동차를 몰고 다녀야 편하잖아요. 그런데 주차 시설이 부족해요. 회사가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공간이 협소한 회사들도 아주 많고요. 업무공간도 부족한데, 어린이집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지는 모두 기업 몫인 거죠. 육아휴직 신청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아동 연령이 만 8세로 늘었기 때문이죠. 휴직기간은 1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기존(태어나서 돌까지)에 비해 육아휴직 대상아동 수가 8배 늘어난 것과 같은 거예요. 이 기간 동안 회사는 근속기간으로 인정해 퇴직금을 충당해야 하죠. 일자리도 유지해줘야 하고요.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부담입니다.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앞으로 기업이 굳이 여성 직원들을 채용하려고 할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강제하지 않아도 이미 사회는 여성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말이죠. 가만히 놔둬도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더 활발해질 게 분명합니다. 조금 융통성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가정 양립’ 중심으로 개선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제
여성가족부는 근로자 복지제도 중심의 가족친화 인증기준을 일·가정 양립 제도 중심으로 개선했다. 또 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증기준을 차별화했다.
가족친화인증제는 유연근무제, 자녀 출산 및 육아 지원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기관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개정된 기준에 따라 가족친화 인증기준을 근로자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이용률 등 일·가정 양립 제도 중심으로 개편했다.
근로자 가족돌봄 등 근로자 복지제도 및 가족친화 관련 프로그램 시행,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등의 항목을 가점으로 해 중소기업에 대한 배점을 대기업보다 더 크게 했다. 또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심사비 지원은 폐지하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인증 최초신청 이후 유효기간 연장 인증 심사도 전액 지원한다. 아울러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인증 심사 일수도 6일에서 4일로 단축했다.
이번에 개정된 인증기준은 신규 신청 기업부터 적용된다. 기존에 인증받은 522개 기업의 인증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인증 유효기간 3년 만료 후 기간연장 시에는 개정된 인증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가족친화 인증기업은 미래부·산업부·중기청 소관 13개 주요사업의 지원대상 선정 시 가점을 부여받는 등 총 27개 기관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또 대출 시 우리·국민·기업은행에서 1~1.5% 이내의 금리우대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