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사이언스

우리는 거품을 음료수의 풍미를 더해주거나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거품의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기계공학자이자 거품전문가인 제임스 버드 박사에 따르면 거품으로 계산을 할 수도, 기후를 바꿀 수도, 심지어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한 학기 내내 거품을 주제로 강의할 수도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거품입니다.”

흔하디흔한 거품의 세계에 감춰진 비밀을 살짝 들여다보자.



사냥
갯가재가 먹이를 덮칠 때 집게발이 주변의 물 분자들을 잡아당겨 다른 물 분자들과 떨어뜨려 놓는다. 그로인해 압력이 낮아지는 공간이 생기고, 그곳에서 물이 기화돼 거품이 발생한다. 이 거품이 신속히 터지면서 먹잇감은 예기치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무기
러시아 연구팀이 초공동 현상을 이용해 200노트(370㎞)의 기록적 속도를 자랑하는 시크발(shkval) 어뢰를 개발했다. 이 어뢰는 앞쪽에서 거품을 뿜어 물과의 접촉면적을 줄임으로써 속도 증진을 달성했다.

컴퓨팅
한 연구팀이 전기회로 속의 전자가 이동하듯 튜브의 구멍을 통해 거품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논리 게이트의 개발에 성공했다. 거품은 전자와 달리 화학물질을 내포할 수 있으므로 거품컴퓨터는 이론상 계산은 물론 치료제 전달에도 활용 가능하다.

기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헬렌 체르스키 박사는 거품이 ‘바다의 호흡’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파도가 칠 때 거품이 터지면서 구름의 씨앗이 되는 염분과 황(S)을 분출, 물의 순환을 돕습니다. 또한 거품은 바다의 기체 교환에도 필수적이에요.”



900m 러시아의 북극해 해저에서 최근 발견된 메탄가스 기포 기둥의 직경.
1,000분의 1초 1밀리초(㎳). 거품이 터지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
1억개 750㎖ 용량의 샴페인 병에 들어 있는 거품의 수. 도대체 누가 세어 본건지...



초공동(超空洞) 현상 (supercavitation) 스크루 프로펠러가 급회전할 때 생기는 진공으로 인해 프로펠러의 뒤쪽 가장자리가 물과 닿지 않는 현상.
기체 교환 (gas exchange) 외부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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