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과 바이오기술은 별반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생명공학자 잉마르 리델 크루제 박사는 살아 있는 미생물로 1980년대 고전 비디오게임을 재창조했다. 다양한 전자기기와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미생물들을 ‘팩맨’, ‘벽돌깨기’ 같은 8비트 게임의 주인공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1 마이크로 아바타
크루제 박사가 선택한 미생물은 단세포 원생동물인 짚신벌레다. 짚신벌레의 몇몇 종은 몸에 난 섬모로 전기장을 감지해 진행방향을 바꾸는 습성, 즉 주전성(走電性)이 있는데 게임 속 짚신벌레들의 경우 전기장이 형성된 곳으로 이동한다.
2 원격조종
바닥이 유리로 된 엄지손톱 크기의 얕은 용기에 짚신벌레를 가둔다. 용기의 가장자리에는 컨트롤러와 연결된 전극들이 붙어 있다. 컨트롤러의 왼쪽 버튼을 누르면 용기 왼쪽의 전극 주변에 전기장이 생기면서 짚신벌레들이 왼쪽으로 움직인다.
3 생방송
짚신벌레는 육안으로 볼 때 점 하나로 보인다. 이에 크루제 박사는 용기 상단에 5~10배율 렌즈를 가진 웹캠과 LED 조명을 부착했다. 덕분에 웹캠이 촬영한 짚신벌레의 이동모습이 모니터에 실시간 나타난다.
4 가상 인터페이스
물체 감지 소프트웨어가 모니터 속 짚신벌레의 위치를 파악, 게임화면의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한다. 또 비디오 오버레이가 짚신벌레와 디지털 이미지의 상호작용을 구현한다. 예컨대 팩맨을 본 딴 ‘팩-메시움(Pac-Mecium)’ 게임에서는 짚신벌레가 지나간 곳의 펠렛 이미지가 사라지며, 축구게임 ‘킥(kick)’에선 짚신벌레를 조종해 축구공 이미지를 걷어찰 수 있다.
* DIY 마니아 게바 파츠는 레이저로 재단한 아크릴판과 연필심, 구리 테이프를 가지고 리델 크루제의 미생물 게임기를 리메이크했다. 이 게임기는 뇌전도(EEG) 헤드셋을 컨트롤러로 사용, 생각만으로 미생물 제어가 가능하다.
280km/h 짚신벌레가 F-1 머신만큼 크다고 가정할 때 최고 이동속도.
60시간
미생물 게임기 제작 시간
제작비용: 약 6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