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마케팅 열전] 현대기아차

유일한 자동차 업계 공식 스폰서
월드컵으로 중남미시장 꽉 잡는다

브라질 월드컵은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노리는 현대기아차에겐 엄청난 기회의 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기간 중 벌어지는 모든 경기에서 자사 로고와 광고 카피를 노출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대가 또한 만만치 않다. 현대기아차는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그에 따른 자동차 판매 확대로 수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최상위 스폰서인 FIFA의 파트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한 공식 스폰서로 광고와 제품 등에 월드컵 로고와 마스코트를 표기할 수 있다. 또 FIFA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서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갖는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 기간동안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과거와 달리 열띤 월드컵 관련 마케팅 행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내 분위기 때문이다. 월드컵 스페셜 모델로 상품성을 높인 아반떼, 투싼, 모닝, K3, K5, 스포티지R을 출시한 것 외에 현재까지 한국 대표팀의 경기 관람권을 제공하는 ‘월드컵 승리기원 이벤트’가 유일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사 홈페이지·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나 차량 시승체험 고객을 대상으로 8쌍(16명, 동반 1인 포함)에게 국가대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앞으로 현대기아차는 국내보다 지난해 말 본선 조추첨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글로벌 마케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대와 기아차는 현재 각각 글로벌 시승행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는 물론 독일,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 58개국에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시승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월드컵 경기 관람권과 아마존 관광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처음 시행해 큰 호응을 얻었던 ‘팬 페스트’ 행사도 이번에 이어간다. ‘팬 페스트’는 한국식 길거리 응원전으로 대회 기간인 6월 12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포르투알레그리 등 브라질 7개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상파울루시 인근 휴양도시 캄푸스두조르당에 단체응원 장소인 ‘팬 파크’도 만들어 직접 운영한다.

현대차는 브라질 현지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현지 생산라인 강화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브라질 월드컵은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노리는 현대기아차에게 엄청난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 모든 차량을 독점 제공한다. 귀빈용 최고급 세단은 물론, 본선 진출 32개국 선수단이 사용할 버스와 승합차, 각종 행사차량까지 약 1,500대가량을 공급한다. 브라질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핫한 시장이다. 현대차는 세계 4위 자동차 판매시장인 브라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2012년 11월 상파울루 인근에 공장을 세웠다. 이번 월드컵을 겨냥해 스페셜 모델을 출시하고 남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유튜브 광고를 시작으로 6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적인 해외 광고전에 들어간다. 브라질 현지 경기장 안에 현대기아차의 대표 모델을 전시하고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과 수십억 시청자들에게 현대기아차를 알릴 계획이다.

월드컵 스폰서의 가장 강력한 권리는 월드컵 경기장 내 광고 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장 메인광고판을 A보드라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자사 로고와 광고 카피를 이 A보드를 통해 내보낼 수 있다. 수십억 명이 시청하는 월드컵 모든 경기가 현대기아차를 노출할 수 있는 광고 채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효과를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전에서 첫 골이 터졌을 때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공이 그물망을 흔들 때 골대 바로 뒤 ‘KIA MOTOR SOUL’ 로고가 함께 중계화면에 잡혔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은 수 차례 느린 화면으로 재생되어 최소 수 백억 원대의 광고 효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0년 월드컵 스폰서에 합류한 기아차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중남미는 물론,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도 자사 브랜드를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처음으로 전 세계 우수 딜러를 선정해 브라질 월드컵에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월드컵에 지출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정확한 세부 금액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1억 달러로 추정되는 스폰서 비용 외에도 직접적인 마케팅 활동에 소요되는 금액까지 합치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돈을 쏟아붓는 만큼 효과 또한 막대하다.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이에 따른 자동차 판매 확대를 감안하면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2014년을 끝으로 만료될 예정이었던 FIFA와의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2022년까지 연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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