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에게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매우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다. 지난 4월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이 컸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소비자 가전(CE)부문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월드컵 특수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삼성전자 월드컵 마케팅의 양대 축은 스마트폰과 초고화질(UHD)TV다. 각 제품군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을 앞둔 1분기에 신제품을 공개한 만큼, 월드컵 특수가 절호의 매출 신장 기회인 셈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어 핏’, ‘기어2’를 월드컵에 접목시켰다.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11’ 마케팅이 바로 그것이다. 갤럭시11은 외계에서 온 축구팀과 지구를 놓고 경기를 치루는 가상의 지구 대표팀이다.
갤럭시11은 지구를 대표하는 팀인 만큼 ‘꿈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세계 최고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이청용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선수들이 대거 갤럭시11에 포진해 있다.
특히 지난 5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갤럭시11 미디어 행사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직접 참석해 월드컵을 기다리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축구와 최첨단 기술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 가운데 온라인에 공개된 갤럭시11 트레이닝 영상이 특히 눈길을 끈다. 갤럭시11 선수들이 축구 기술을 선보이는 동시에 ‘갤럭시S5’, ‘삼성 기어2’, ‘기어 핏’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모티터링한다. 이때 갤럭시S5의 심박센서, 오토 포커스 카메라 기능 등이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언제 어디서나 갤럭시11 캠페인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매치: 스트라이커 사커 갤럭시 11’, ‘캐논 슈터’, ‘사커 워스’, ‘슈팅 사커’ 등 모바일 게임 4종도 함께 선보였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축구팬들과 소비자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갤럭시 11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마케팅 이벤트가) 전 세계 소비자들이 갤럭시11의 다양한 콘텐츠와 갤럭시S5와 기어2, 기어 핏의 앞선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11 테마로 꾸며진 체험 스튜디오에서 갤럭시S5와 삼성 웨어러블 기기를 체험하고, 축구 가상훈련을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갤럭시11 월드투어’도 오는 7월까지 영국,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중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못지않게 중요한 제품군이 바로 UHD TV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초 UHD TV 신제품 공개에 맞춰 “브라질 월드컵이 초고화질 TV시장을 선점할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마케팅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커브드 UHD TV의 광고 캠페인의 공식 모델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을 발탁하고,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삼성TV=월드컵’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이 광고 영상에선 브라질 아마존강과 코르코바도 언덕 예수상, 코파카바나 해변 등 브라질 현지의 신비로운 자연이 펼쳐진다. TV 광고를 통해 대자연이 선사하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곡면 화질로 부각시켜 커브드 UHD TV의 몰입감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촬영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4개월간 브라질 전역을 누비며 UHD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UHD TV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월드컵 마케팅 주요 포인트는 바로 TV에 내장된 ‘사커 모드’다. 중남미 지역에 판매되는 삼성전자 UHD TV에는 ‘사커 모드’가 내장되어 있어 리모컨에 있는 축구공 모양의 핫키를 누르면 세밀한 잔디의 색감과 함께 경기장 관중석에 있는 듯한 멀티 서라운드 음향이 구현된다.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하이라이트 보기’ 기능이다. 하이라이트 보기는 화면의 점수판이나 아나운서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는 변화를 TV가 자동으로 감지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포착해주는 기능이다. 현장에서 중계되는 실시간 경기 영상을 보면서 사용자가 하이라이트 장면을 직접 선택해 동시에 재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포츠 채널 ESPN과의 독점 제휴를 통해 중남미 시장에 특화된 ‘사커 패널’ 사용자 환경(UI)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중남미 시장에 특화된 기능을 탑재한 이유는 이 지역에 대한 공략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월드컵시즌이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중남미 시장을 공략할 적기로 보고 마케팅과 기술 홍보에 적극적인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남미 시장에 신경을 쓰는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중남미 TV시장 1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경쟁사인 LG전자에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8년 연속 전 세계 TV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중남미 TV시장 1위를 빼앗은 LG전자가 결코 달갑지 않은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월드컵을 앞두고 초고화질 TV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전개되면서 관련 라인업의 판매 확대도 시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부터 보급형 UHD TV인 HU7000 시리즈 40·50·55인치 제품을 출시하고 적극적으로 TV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