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가 새로운 쇼핑 대안이 된 이유

INTERVIEW/ 임수진 이베이츠 아시아 시장 사업제휴 담당이사

해외직구가 최근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유통업계 전체 매출 268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조 3,000억 원으로 아직 미미하지만 몇 년 새 가파른 성장률과 함께 해외직구로 유입되는 소비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베이츠의 아시아 시장 사업 제휴를 담당하는 임수진 이사를 만나 해외직구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본격적인 글로벌 시대에 진입하기 전인 1980년대, 우리나라에는 일본에서 전자제품과 생필품을 들여와 판매하던 보따리 장사꾼이 있었다. 요즘 말로 고상하게 표현하면 소호 무역상쯤 되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최고 히트 상품은 코끼리 밥솥이었다. 당시 코끼리 밥솥은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초인기 상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통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무역거래도 지금처럼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보따리 장사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 해외직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이 해외직구를 경험했을 정도로 유통경로의 주요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선 응답자 중 67%가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 37.8%가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를 꼽고 있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로 인해 관세가 인하되고 면세한도액이 오른 것도 해외직구 열풍에 부채질을 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구매 건수 500만 회, 구매 액수 4억 3,000만 달러였던 해외직구 규모가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에 720만 회, 6억 4,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연령대별로 해외직구 이용횟수 및 구매금액이 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임수진 이베이츠 이사는 여기에 재미난 분석을 덧붙였다. “온 국민이 영어를 배운 덕분입니다. 해외직구가 뜬다고 해서 들어가 봤더니 별로 어렵지 않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거죠. 장벽이 높지 않으니 트렌드가 된 겁니다.” 해외직구의 최대 장벽이 외국어와 복잡한 구매 절차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진 덕분이기도 하다”며 “알뜰한 소비족이 늘어나면서 해외직구에 대한 정보 교류의 창이 많아지고 학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제공된 것이 해외직구가 늘어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해외직구가 우리나라 유통시장에 던진 돌은 아직 파장이 그리 크진 않다. 넓게 번져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당장 온라인 쇼핑을 주도해 온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가 해외직구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유통 대기업들도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 해외직구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해외직구족을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휴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임수진 이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오픈 마켓이나 소셜 커머스, 기존의 유통기업들은 이미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장이 당장 급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고객 숫자가 아니라 만족입니다. 이들 기업들이 당장 이베이츠나 다른 해외직구 사이트가 구축하고 있는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추가하기는 힘들 거예요.” 결국 그의 얘기는 해외직구가 최근 쇼핑 트렌드로 뜨고 있는 데에는 기존 유통이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의 종착점은 소유이다. 현대인은 현명하게 소비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카테고리, 더 좋은 품질, 독특한 제품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해외직구 사이트는 소비보다 소유의 심리에 충실한 유통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대목에서 과거 코끼리 밥솥을 그토록 ‘소유’하고 싶어했던 주부들의 마음을 유통업계가 다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해외직구가 최신 쇼핑 트렌드이긴 하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당일 배송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겐 배송기간이 1주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점, 상품과 가격에 따라선 세금폭탄도 맞을 수 있다는 점, 상품 카테코리에 따라 배송 대행지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 등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불만, 환불, 교환이 어렵다는 점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자칫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임수진 이베이츠 이사는 “(그런 문제들은) 어쩌면 해외직구가 한동안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것들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행인 점은 쇼핑족들이 해외직구가 다소 불편하다는 점을 이미 알면서도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해외직구 경험자들은 한번 해본 소비행위를 쉽게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해외직구 성장세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앞서 지적한 것들이 미약하다는 얘기다. 실제 해외직구를 경험한 쇼핑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6%가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응답한 조사결과도 있다.

임수진 이사는 이베이츠의 성장세를 들어 해외직구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검색 포털인 네이버의 최근 이베이츠 광고비가 7배나 올랐어요. 광고비는 사이트 트래픽에 근거를 둔다는 점에서 최근 이베이츠에 대한 쇼핑족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방증이죠.” 실제로 론칭 초기 30만 명 정도였던 이베이츠의 한국 가입자는 6개월 사이 최소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베이츠는 ‘해외직구 종결은 캐시백’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며 직구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로 성장을 거듭했다. 캐시백을 통해 가격과 아이템에 민감한 한국 직구족들을 더욱 만족시킨 결과다. 임 이사는 “한국의 해외직구족은 어떤 나라보다 가격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유행과 희귀 아이템에도 빠르게 반응한다”며 “구매액의 5%에서 20%까지 캐시백을 적용하다 보니 쇼핑을 통한 만족도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도 해외직구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임 이사는 “카드사들의 발 빠른 대응도 주목된다”며 “연말까지는 해외직구 브랜드를 결합한 카드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이츠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임수진 이사는 말한다. “중국 해외직구 시장은 2년 전 한국과 비슷합니다. 엄마들이 주도하면서 아동, 먹거리, 명품 위주로 성장을 하고 있어요. 한국은 보다 대중적인 상품들, 그 중에서도 패션 잡화의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남성 고객들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해외직구 다음 트렌드는 생필품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최근 냄비나 그릇 등 독특한 식기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해외직구가 유행하면서 최근에는 역직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설 만큼 유통업계에 역직구는 신 성장동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임수진 이베이츠 이사는 말한다. “역직구는 올해 이베이츠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역직구의 핵심인 배송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느냐가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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