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업 직원들의 솔직한 평가로 취업·이직 정보 시장 신뢰도 높인다

INTERVIEW/ 황희승·윤신근 잡플래닛 공동대표

‘신뢰’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신뢰는 기업 비즈니스에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 비즈니스의 시작은 직원 채용이다. 인재를 채용하려면 그들에게 알맞은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는 직원이 직접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정보를 작성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취업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circus-studio.net


몽골의 유목민들은 4개월마다 거주지를 옮긴다. 사람과 가축에 필요한 물과 풀을 찾기 위해서다. 최근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이직 유목민’이라 부른다. 이들은 대부분 ‘연봉’이나 ‘회사의 비전’을 좇아 직장을 옮긴다. 하지만 최근 한 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이직자 10명 중 8명은 새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걸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해 270만 명에 이르는 이직 시장에는 왜 이렇게 성공적인 사례가 드문 걸까? 포춘코리아가 최근 베타버전을 오픈 한 잡플래닛 jobplanet.co.kr에 주목한 이유이다. 잡플래닛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실제 근무자가 작성한 정보를 취업 희망자들에게 제공하는 취업 서비스 사이트이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잡플래닛 본사에서 만난 황희승 대표는 “수 많은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취업 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됐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코리아 대표를 지낼 당시 3,000명 정도의 직원을 채용했다. 대략 2만 명 이상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하다 보니 인력들이 배치되는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황희승 대표는 2011년 세계 1위 소셜커머스인 그루폰의 한국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지난 2012년 대표직을 사임하고 최근 이 사업을 시작했다.

잡플래닛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취업 포털과 차별성을 가진다. 정보 제공자가 기업이 아닌 직원이고 따라서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다. 기존 취업 포털에선 기업이 제공하는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환경이나 조건이 공고 내용과 다른 경우도 많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기존 취업 포털을 통해선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채용 수요가 있다는 정도만 확인하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 기업에 대한 평판이나 근무 환경은 지원자의 개인적인 인적 네트워크나 인터넷 상의 불확실한 정보를 취합해 예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잡플래닛은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각 기업의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의 조직 문화, 특이점, 근무 환경 등에 대해 직접 작성한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채용시기나 인원에 대한 정보보단 기업 조직 문화, 실제 근무여건과 비전들을 해당 기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축적한 것이 잡플래닛의 자산인 셈이다.

이 같은 플랫폼은 한국에선 생경하지만, 이미 해외에선 글라스도어처럼 구인구직자들의 커뮤니티 성격이 짙은 유사 사이트가 존재한다. 황희승 대표 역시 “글라스 도어와 콘셉트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글라스도어는 미국 취업 포털로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평가를 통해 ‘일하기 좋은 50대 기업’을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장에 대한 평판을 실제 근무자들에 물어 측정하기 때문에 신뢰도 있는 평가지표로 자주 인용된다. 웬만해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글라스도어가 선정하는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수상할 정도로 기업들이 신뢰하는 사이트이다.

황희승 대표는 “글라스도어가 표방하는 대기업 채용 시장보다는 중소기업 채용 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이직 시장에 비즈니스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해 졸업자는 정해져 있고 대부분 대기업 입사를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그리로 몰려들고 있다. 중소기업이 공개 채용을 못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직 시장은 입사 1년 차부터 12년 차 정도까지 다양하다.특히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잡코리아’나 ‘사람인’도 현재 중소기업 채용 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중소기업 인력 채용 시장을 강조했다.

기자는 그 대목에서 다양한 궁금증이 생겼다. 해당 기업 종사자는 과연 솔직한 정보를 작성할까? 인사과 눈치를 보지는 않을까? 중소기업은 직원이 적어 누가 작성했는지 금방 알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이 비판적인 정보를 누그러뜨리고자 일종의 알바를 활용하지는 않을까?

동석한 황희승, 윤신근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적에 관해 구성원, 관련 전문가 집단과 토의도 하고 검토도 진행해왔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다”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두 공동 대표는 자세한 설명을 이어 갔다. “잡플래닛 사이트는 우선 내부검열, 신고하기, 균형 있는 정보 등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욕설, 은어, 특정 인물 언급이나 비방, 회사 기밀 사항에 대한 얘기는 차단하고 있다. 또 해당 정보가 사실이 아닐 경우 다른 사람이 신고하기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작성된 글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반드시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1가지 이상씩 작성하도록 해 객관적인 글을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기업들이 정보를 왜곡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단기적인 정보 왜곡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궁극적으론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된다. 기업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면 해당 기업 근무자가 오히려 배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인재 채용이 더 어려워 지기 때문에 그런 일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것은 작성자도 마찬가지다.”

황 대표는 이어 “잡플래닛은 이메일로 로그인할 수 있다. 또 사이트 구축 초기부터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개발했다. 우리도 해당 글을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고 단언했다. 때문에 잡플래닛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해당기업 인사과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문자가 접속하는 잡플래닛은 게시글에 대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기업의 순위도 매기고 있다. 앞으로는 작성자들의 글을 분석해 기업 이미지, 기업 인사과에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 등도 만들 예정이다.

잡플래닛에는 현재 21만 개의 기업 리뷰와 면접 후기, 실제 연봉, 근무 환경 등 취업 지원자들이 궁금해하는 기업들의 은밀한 이야기가 올라와 있다. 황희승 대표는 말한다. “사용자와 피고용자 모두에게 알맞은 매칭을 통해 적절한 인력 재배치가 일어나길 바란다. 결국 그것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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