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최고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

품질·가격·마케팅 3박자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다

‘비넥스포 아시아-퍼시픽 홍콩’에 참가한 칠레 1위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의 경영진을 만났다. 한 명은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는 이사벨 길리사스티다. 그는 ‘콘차 이 토로’사 CEO 에두아르도 길리사스티의 여동생이다. 또 다른 한 명은 크리스티안 로페즈 아시아지역 사장이다. 두 사람에게 칠레 와인의 글로벌화를 이끈 ‘콘차 이 토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콘차 이 토로’사 부스는 비넥스포 아시아-퍼시픽 홍콩에서도 눈에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2층으로 만든 하얀색 부스는 칠레에 있는 ‘콘차 이 토로’ 본사 건물을 축소해 만든 것이었다. 세계 각국 바이어들은 이 부스 안에서 ‘콘차 이 토로’ 직원들과 상담을 벌이며 비즈니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콘차 이 토로’ 마케팅 디렉터 이사벨 길리사스티와 크리스티안 로페즈 아시아지역 사장을 이곳에서 만났다. ‘콘차 이 토로’는 가족경영 회사로, 이사벨 길리사스티는 CEO 에두아르도 길리사스티의 여동생이다.

바이어 상담을 마친 크리스티안 로페즈 아시아지역 사장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130년 동안 이익이 날 때마다 포도밭에 투자를 했어요. 좋은 포도가 있어야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우리가 투자한 포도밭은 칠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요한 와인 생산지역에 걸쳐 있습니다. 투자를 많이 한 덕분에 칠레 최고 와이너리가 될 수 있었어요.”

‘콘차 이 토로’ 는 1883년 세워진 와이너리다. 현재 보유한 포도밭 면적만 1만1,000헥타아르(3,300만평) 규모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0억 달러에 달한다. 영국 유명 와인 저널 ‘드링스 인터내셔널’은 2011년 이후 3회 연속으로 ‘콘차 이 토로’사를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와이너리 1위에 선정한 바 있다.

최고급 와인 ‘알마비바’ 만들어 주목 받아

‘콘차 이 토로’는 전 세계 와인회사 중 최초로 1994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같은 해에는 아르헨티나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콘차 이 토로’가 글로벌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 수요가 늘던 시기였다. 로페즈는 말한다. “와인 시장이 커지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칠레는 내수 시장이 작아 생산한 와인을 수출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국제적으로 판매망을 넓히기 시작했어요. 당시 아르헨티나나 프랑스, 이탈리아는 생산한 와인을 대부분 내수로 소화했죠. 현재도 칠레는 생산하는 와인 중 75%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어요.”

1997년은 ‘콘차 이 토로’사에게 중요한 해였다. 프랑스 최고 와인기업인 ‘바롱 필립 드 로칠드’와 합작해 고급 와인 ‘알마비바’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길리사스티는 말한다. “1996년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 사람들이 칠레를 방문했어요.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들은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 다닙니다. 우리는 푸엔테 알토라는 지역에 최고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가 그 밭의 포도 품질을 단박에 알아보더군요. 그래서 그들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와인을 생산했죠. 그게 바로 알마비바입니다.”

알마비바의 탄생은 와인 업계에서 일어난 큰 사건 중 하나였다. 비넥스포 현장에서 만난 이경희 와인나라 아카데미 원장(건국대학교 대학원 와인학과 겸임교수)은 말한다. “알마비바는 칠레에서 생산됐지만 프랑스 보르도 풍의 최고급 와인입니다. 사실 알마비바 이전까지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칠레 와인은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콘차 이 토로’가 프랑스 최고 와인회사와 함께 알마비바를 만들면서 전 세계 와인업계가 칠레 와인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가격 대비 최고 품질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

‘콘차 이 토로’는 다양한 제품군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최고급 와인인 ‘알마비바’와 ‘돈 멜쵸’는 물론 품질 좋은 중저가 와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와인을 내놓고 있다. 특히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를 빼놓고 ‘콘차 이 토로’를 말할 수 없다.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는 1만~2만 원대 와인이지만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전 세계 판매 1위 칠레 와인으로 138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는 스페인어로 ‘악마의 와인창고’를 뜻한다. 100여 년 전, 지하 와인저장고에서 와인이 도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콘차 이 토로’ 설립자인 돈 멜쵸Don Melchor경이 와인저장고에 악마가 출몰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도둑들로부터 와인을 지켰다는 전설이 이 와인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현재도 이 와인저장고는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로페즈가 말한다.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 브랜드로 12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고객들에게 다양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는 매스시장(Mass Market)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간, 품질이 매우 우수한 와인입니다. 보통 와이너리는 많이 생산하면 품질을 맞추기 어려운데, 우리는 좋은 포도밭을 사는 데 끊임없이 투자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콘차 이 토로’는 마케팅에 강한 회사다. 매출액의 20%를 홍보, 프로모션, 각국 수입사 마케팅 지원비, 스폰서십 등에 투자한다.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는 와인 가운데 최초로 한국에서 TV광고를 내보낸 브랜드다. ‘콘차 이 토로’는 2010년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공식 스폰서십을 맺은데 이어, 이듬해에는 HSBC 골프와도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길리사스티가 말한다.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는 1966년에 만든 칠레 최초 브랜드 와인입니다. 제 아버지가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라고 이름을 붙였죠. 우리는 브랜드 구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같은 메시지를 여러 가지 혁신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맞춤형 판매 전략

현재 한국시장에서 칠레와인은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 내 칠레와인끼리 경쟁이 심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콘차 이 토로’사의 대응 전략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로페즈가 대답했다.

“현재 칠레 와인은 한국에서 20%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요. 한국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와인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에서의 판매가 여느 때 없이 큰 도전인 것만큼은 분명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어떤 식으로 소개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영FBC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아영FBC는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여러 가지 광고, 마케팅, 프로모션을 한국시장에 맞게 활용하고 있죠.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콘차 이 토로’와 아영FBC는 새로운 디아블로 제품을 이마트를 통해 내놓았다. ‘디아블로 콜렉션’이다. 디아블로 콜렉션은 화이트, 레드, 스파클링 등 세 종류로만 구성해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보다 제품군을 단순화 한 상품이다. 젊은 고객들이 와인에 접근할 수 있게 한 제품으로 한국에서는 레드 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길리사스티는 말한다. “젊은 고객들에게 단순하고 쉽게 다가서기 위해서 디아블로 콜렉션을 만들었죠. 이번에 한국에 선보인 ‘디아블로 콜렉션’ 가격이 싸서 품질이 한 단계 낮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보다 더 비싼 제품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더 상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로페즈 사장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일부 와인의 경우, 처음에는 가격을 높게 매겨 시장에 출시했다가 나중에 가격을 크게 낮춰서 팔기도 합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와인을 공급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 선보인 ‘디아블로 콜렉션’은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프로모션을 한 겁니다. 한국 와인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품질 좋은 와인을 싸게 공급한 거죠.”

칠레 와인 인기는 계속된다

2004년 체결된 한-칠레 FTA는 칠레 와인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기폭제였다. 과거 한국 시장에선 비싼 프랑스 와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와인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칠레와인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경희 원장이 설명한다. “사실 칠레와 FTA를 맺기 전에는 칠레 와인에 대한 지식이 국내에 거의 없었죠. 칠레 와인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와인 가격이 확 내려갔습니다. 또 마셔보니까 한국인 입맛에도 맞았던 거죠. 보르도 와인처럼 까칠하지도 않고, 입안에 가득 차는 느낌에, 뒷맛은 달착지근함이 살짝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점점 칠레와인을 찾게 되었습니다.” 칠레 와인은 명절 선물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경희 원장이 덧붙인다. “칠레 와인을 선물용으로 고르면서 소비자들이 조금 더 비싼 제품을 찾기 시작했어요. 2008년 직전에는 이탈리아, 스페인산 와인이 조금씩 인기를 끌면서 칠레 와인이 한때 주춤하기도 했죠,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또 상황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칠레 와인을 다시 찾기 시작한 거죠. 이런 변화도 칠레 와인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어요.”

길리사스티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도 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꼽았다. “칠레산 카베르네 소비뇽은 유명해요. 우리도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많이 생산합니다. 칠레가 가장 자랑하는 까르메네 품종도 가지고 있죠. 다른 곳에서는 (이 포도를) 거의 생산을 하지 않습니다. 까르메네로 만든 와인은 입안에 들어가면 풍성하고 즙이 많은 느낌이 있어 한국 음식과 잘 맞습니다. ‘콘차 이 토로’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품질 좋은 와인을 많이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더 경쟁력 있는 와인을 들고 한국을 찾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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