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거대 사업체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중국의 초고층 빌딩들에 납품을 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제는 항공업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BY SHAWN TULLY
매출 629억 달러
수익 57억 달러
직원 21만 2,400명
2003~2013년 연평균 총 주주수익률 11.5%
루이 셰너베르 Louis Chenevert는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처럼 활짝 웃으며 필자의 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6피트 5인치(195cm)의 장신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CEO는 커다란 한쪽 손으로 필자의 어깨를 꽉 잡고, 나를 그의 ‘자식’ 앞에 세웠다. 몸체가 미끈하고 무게가 5,000파운드(2,268kg) 나가는 제트기 엔진이 설치미술처럼 공중에 매달려 아래 조명을 받으며 극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 Hartford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본사에서 약간 떨어진, 휑뎅그렁한 비행기 격납고 안에 서 있었다. 셰너베르는 몇 시간 후 회사의 연례 투자자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다. 건물에는 이 거대기업의 유명한 산업 브랜드들이 가득 전시돼 있었다. 가까운 곳에는 시콜스키 Sikorsky S-76 헬리콥터와 더불어, 에너지업계에서 석유 굴착용 플랫폼까지 근로자들을 수송하는 데 종종 쓰이는 13인승 항공기가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사무용 단지 전체를 시원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산업용 캐리어 Carrier 냉방 시스템도 있었다. 그리고 오티스 Otis 엘리베이터의 동력 전달 장치가 있었다. 117층 높이의 골딘 파이낸스 Goldin Finance 빌딩2016년 완공 예정으로 현재 중국 톈진에서 건설 중이다에 들어갈 50개의 이층 엘리베이터를 들어올리는 데 이와 비슷한 장치가 쓰일 것이다.
하지만 셰너베르에게 주인공은 프랫 앤드 휘트니 Pratt & Whitney의 최신 제트 엔진이다(프랫 앤드 휘트니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에서 잘 알려진 또 다른 사업 부문이다). 기어드 터보팬 Geared turbofan, 줄여서 GTF라고 불리는 이 엔진은 항공업계에서 거대한 기술적 도약을 의미한다. 시험 가동 결과에 따르면, GTF는 연비가 기존 엔진보다 16% 좋고 소음은 50% 적다. 최근 몇 년간 더디게 성장해 온 업계에게 엄청난 강점을 제공해주는 엔진이다. 그러나 GTF는 단순히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혁신 능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2015년 GTF 엔진이 장착된 봄바디어 Bombardier와 에어버스 Airbus의 제트기들이 첫 비행을 하면, 셰너베르 개인적으로도 값진 승리가 될 것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거의 20년 동안 옹호하고 키워왔다. 그러니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필자가 대답을 생각해낼 틈도 없이, 한없이 열정적인 셰너베르가 나머지 한 손을 흔들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판매 협상을 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GTF가 바로 미래”라고 강한 퀘벡 억양으로 단언했다. “민간 제트기 엔진 분야에서 수십 년 만에 나온 가장 강력하고 획기적인 동력이다!”
우리가 엔진의 거대한 팬 날개를 보고 있을 때, 셰너베르는 그가 총애하는 프로젝트가단 한 대의 여객기 비행에도 쓰이기 전에어떻게 항공 산업의 획기적인 동력임을 증명했는지 흥에 겨워 설명했다. 그는 “항공사들은 워낙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GTF를 원했고, 그래서 항공기 제조업체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차세대 제트 여객기를 계획보다 10년 먼저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엔진업계에선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최대 경쟁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이 가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시장인 협동형(narrow-body)과 리저널 제트 여객기(regional jet)에 장착되는 엔진 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가 퓨어파워 PurePower 제품군의 하나로 시장에 선보인 기어드 터보팬을 통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GE에 맞서 제대로 된 도전을 하고 있다. 항공기 구매와 관련해 항공사들에 자문을 하는 케스트렐 에이비에이션 Kestrel Aviation의 스티븐 벨라 Stephen Vella는 “엔진 시장에서 한참 뒤처져 있던 UTC가 이제는 선구자가 됐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오히려 GE가 뒤를 따르도록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UTC는 차세대 단일통로 제트기 엔진의 30% 정도를 수주하고 있다. 이 사업 분야는 2020년까지 매출이 연간 약 50억 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복잡한 거대사업체다. 가장 성공적으로 다각화된 미국 제조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85년 역사의 UTC는 2013년 매출 62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GE(1,460억 달러)와 보잉(870억 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익성과 투자자들을 위한 실적 측면에선 대부분의 기업들을 앞서고 있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45위에 오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사실 지난 20년 동안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 기간 시가총액이 80억 달러에서 1,070억 달러로 크게 성장하고 주주 수익률도 연 16.3%을 기록해 GE(8.8%)와 보잉(11.0%)을 가뿐히 앞섰다.
셰너베르(56)가 2008년 초 CEO에 오른 이후, UTC는 S&P 500의 동기간 수익률(8.4%)을 능가하는 평균 12%에 가까운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츠 어카운팅 옵서버 Analyst‘s Accounting Observer-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뉴스레터-를 집필하는 잭 시실스키 Jack Cieselski가 포춘의 의뢰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회사는 수익성 측면에서 2013년 총자산대비 현금수지 이익률(cash return on total assets)이 11.4%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업계 평균인 10.2%를 상회하며, GE 산업 부문의 8.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셰너베르가 이런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던 회사를 2가지 고성장 사업 부문-항공우주 제품과 건축시스템-으로 단순화하고 재편한 것이 일조했다. UTC는 과거에는 훨씬 더 다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셰너베르는 풍차와 산업용 터빈에서 창문형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철수했다. 동시에 2012년 부품 제조업체 굿리치 Goodrich를 165억 달러에 인수하며 항공우주 부문을 크게 확대했다. 항공우주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였다.
굿리치 인수로 UTC의 두 사업 부문 중 항공우주 쪽이 더 커져 현재 매출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부문에는 엔진 제조업체 프랫 앤드 휘트니와 군용 및 민간 헬리콥터 생산 모두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시콜스키가 포함돼 있다. 굿리치는 항공우주 시스템 그룹에 합류했다(이 그룹은 항공전자기기를 제외하곤 머리부터 꼬리까지 여객기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고 있다).
UTC의 건축시스템 부문은 사무실과 아파트 빌딩의 냉난방을 담당하고, 사람들을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옮기는 ‘무거운 쇳덩이(heavy iron)’를 생산하며, 전 세계 공항과 철도, 지하철역을 둘러싼 기반시설을 공급한다. 이 부문은 크게 두 가지 주요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125억 달러 규모의 오티스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사업이 있고, 캐리어의 상업용 냉난방 시스템과 화재 및 안전 설비를 아우르는 기후·통제 및 안전 사업이 있다.
언뜻 듣기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체 같지만, 셰너베르가 이끄는 UTC는 GDP 성장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덩치 큰 기업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상반된다. CEO 셰너베르는-그가 애정을 쏟고 있는 GTF처럼-과감하고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들을 좋아한다(다른 대형 프로젝트에는 에너지 효율이 엄청나게 높은 캐리어 냉방 시스템과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블랙 호크 Black Hawk 헬리콥터보다 50%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신형 시콜스키 군용 모델이 있다). 그는 투자자 회의에서 너무나 야심 찬 성장 목표를 내놓아 많은 애널리스트들을 당황시켰다.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매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려면 매년 수익률을 현재 예측되는 세계 GDP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8%로 유지해야 한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홀랜드 Daniel Holland는 “UTC처럼 큰 회사가 그런 목표를 이루는 건 매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정도의 성장은 경기가 좋을 때도 어려운 일인데,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셰너베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이처럼 높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장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워싱턴의 압박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군비 지출이 계속 줄고 있다. 프랫 앤드 휘트니는 록히드 마틴에서 생산하는 통합전투공격기(Joint Strike Fighter·JSF)에 엔진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JSF가 막대한 비용 초과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 국방부의 가장 큰 단일 프로그램이며 향후에도 안정적인 엔진 판매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방위산업의 다른 부문들은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블랙호크 수주와 정비 매출이 줄면서 시콜스키의 매출은 7.9% 하락한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UTC의 방위산업 매출 성장은 2020년까지 기껏해야 5% 수준에 머물 것이다. 지난 10년간 성장률의 절반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두 번째 우려할 만한 상황은 중국의 성장 둔화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2014년 GDP 성장률을 7.3%로 내다봤다.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높지만, 중국 정부가 세운 공식 목표인 7.5%에 못 미치며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성장률이기도 하다. 이런 경기 둔화 탓에 결국 중국 도시지역의 건설 호황에 제동이 걸린다면, 셰너베르에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작년 중국 매출은 48억 달러였다. 중국 각지의 인구 1,000만 이상 대도시에서 새로 건립되는 초고층 빌딩들에 엘리베이터와 냉난방 및 환기 시스템을 공급한 덕분이다.
셰너베르가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지는 표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두 가지 글로벌 메가 트렌드-셰너베르를 건설과 항공우주 분야에 주력하게 만들었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바로 도시화와 항공여행 급증 현상이다. 그는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16%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년이 지나면 4분의 1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도시에 사는 중산층 인구는 2030년까지 10억 명 넘게 증가할 것이다.” 큰 그림을 봤을 때 세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듣기에 달콤하다. 그러나 이 추세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UTC는 혁신의 속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리더로서 셰너베르는 패기만만하고 지극히 낙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연구소와 공장들을 경영하며 쌓은 지식도 겸비하고 있다. 그는 업계 이외의 곳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사내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운 다음 직원들을 몰아세우고, 동시에 영감을 불어넣음으로써 결국 목표를 성취한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때때로 ‘모험적’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그의 매력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프랑스 툴루즈에서 에어버스 관계자들을 설득할 때 모국어인 프랑스어 사용의 장점에 대해 묻자, 그는 “매력이 생기게 만들고 관계를 증진시킨다(It makes charming and enhances the relationship)”고 대답한 바 있다.
셰너베르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성장했다. 그의 조부는 캐나다의 토목 거물기업인 SNC-라바린의 전신이었던 회사의 공동창업주로, SNC의 C는 셰너베르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셰너베르는 “항상 자동차, 배, 비행기 같이 뭔가를 만들고 싶어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몬트리올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1980년 몬트리올 인근에서 셰비 카마로 Chevy Camaro 모델을 생산하던 제너럴 모터스 General Motors 공장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오후 5시에서 새벽 2시까지 차축과 차체를 조립하던 45인 팀의 책임자로 승진했다.
건장한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셰너베르는 위압적인 체격과 대범한 성격 때문에 돋보였다. 몬트리올 공장에서 셰너베르의 상사였고, 지금은 봄바디어 에어로스페이스 Bombardier Aerospace 사장인 가이 해치 Guy Hachey는 “그는 벨트에 무전기를 두 대 차고 6피트 길이의 안테나를 달고 다녔는데, 심지어 공장 밖에 있는 철물점에 갈 때도 그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아이. 조 G.I.Joe와 우주인을 합친 것 같은 모습이었다.”
1993년 셰너베르는 프로펠러 비행기 엔진을 생산하던 퀘벡 주의 프랫 앤드 휘트니 공장으로 이직했다. 프로펠러 비행기의 주요부품 중 하나가 기어박스였는데, 당시 제트기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지만 나중에 GTF 기술의 핵심이 되었다. 셰너베르는 제조에서 두각을 나타내 당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CEO 조지 데이비드 George David의 눈에 띄었다. 재정과 효율성에 관해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데이비드는 UTC를 고비용에 속도가 느린 기업에서 글로벌 공급유통망 관리의 선두업체로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1998년 셰너베르를 프랫 앤드 휘트니의 책임자로 승진시켰다. 당시 프랫은 민간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두 경쟁업체 GE와 롤스로이스 Rolls-Royce에 비해 크게 뒤처진 3위였다. 셰너베르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독보적인 1위였다”고 말했다. “우리 자리를 잃은 것이다.” 1980년대 초반 프랫 경영진은 더 매력적인 광동형(wide-bodied) 항공기에 점점 더 많은 국내 여행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협동형 제트 여객기-주로 120석에서 190석이 들어가는 단일통로 항공기-분야의 독점적 지위를 포기했다. 이와 반대로 GE는 협동형 항공기가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프랑스의 스넥마 Snecma와 50:50 합작투자로 CFM 인터내셔널 CFM International을 설립했다. 1981년 보잉으로부터 새로운 737 제품군의 독점 계약권을 따낸 CFM은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737의 단독 공급업체다.
협동형 항공기가 광동형보다 훨씬 돈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GE는 부상하고 프랫은 쇠퇴했다. 전 CEO 데이비드는 “광동형 항공기의 가격책정은 과거나 지금이나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프로그램에 응찰할 때 가격을 생산비용의 절반으로 낮춰야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엔진 한 대당 수백만 달러씩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게다가 광동형 항공기는 부품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엔진은 면도기 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처음에 본전이나 손해를 보며 엔진을 팔지만, 나중에 교체용 부품과 점검, 유지보수에127서 돈을 많이 번다. 이런 정비 매출은 비행을 많이 하는 비행기에서 가장 크게 발생한다. A747이나 767은 평균적으로 하루 2회 왕복 비행 한다. 이에 비해 협동형 항공기는 고가의 자동차보다는 택시에 비유할 만큼 열심히 일한다. 이런 항공기들은 일반적으로 하루 7회 왕복비행을 하면서 끊임없이 날아다닌다. 때문에 부품 판매가 훨씬 일찍 이뤄지고 그 규모 또한 훨씬 크다. 가격이 500만 달러인 단일통로 항공기 엔진 한 대는 20~30년의 수명 동안 예비 부품과 유지보수에 일반적으로 2,000만~3,000만 달러를 쓴다.
또 수적인 면에서도 지금 운항하는 협동형 항공기가 훨씬 많다. 단일통로 항공기 시장을 독점한 두 가지 제품군 보잉 737과 에어버스 A320은 업계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리즈들이다. 사우스웨스트 Southwest나 제트블루 JetBlue 같은 저가 항공사들은 단일통로 항공기만 구입한다. 그리고 단일통로 항공기들을 쓰면 어떤 항공사가 국내선 비행을 증편해도 좌석을 모두 채울 수 있다.
프랫 앤드 휘트니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셰너베르는 협동형 항공기 업계에서 프랫이 가졌던 선두 지위를 회복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혁명적인 기술이었지만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GTF를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려면 우선 조지 데이비드를 설득해야만 했다. 셰너베르는 “데이비드가 처음에는 그렇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랫은 당시 광동형 항공기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 Dreamliner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경쟁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셰너베르와 데이비드는 결국 787 경쟁에서 철수하고, R&D 예산을 GTF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프랫 앤드 휘트니의 부활을 이끈 결정이었다.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아닌 경우, 기어드 터보팬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두통이 생길 것이다. 요약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GTF는 처음으로 제트 여객기의 동력을 만드는 팬을 움직이는 데 특별한 기어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엔진이다. 혁신적으로 기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제트 엔진에서는 하나의 ‘직접 구동형(direct drive)’ 축이 비행기의 앞부분에 보이는 팬에서부터 그 팬을 돌리는 터빈까지 연결돼 있다. 연료와 압축 공기의 혼합물이 연소실에서 점화돼 통제된 폭발로 가스가 팽창하면서 터빈이 동력을 얻는다. 팬과 터빈이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둘은 정확히 같은 속도로 회전한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 문제가 생긴다. 사실 팬은 훨씬 느린 속도로 회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비행기 몸집이 크다면 더욱 그렇다. 반면 터빈은 속도가 빠를수록 더 잘 작동한다. 팬의 크기가 더 크고 회전 속도가 느리면 엔진 외부를 통과하는 공기의 양이 크게 늘면서 엔진에서 핵심적인 ‘바이패스 비(bypass ratio)’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엔진 외부를 통과하는 공기에서 항공기를 ‘미는 힘,’ 즉 추진력의 90%가 나온다. 프랫은 팬과 터빈 사이에 기어박스를 놓는 방식으로 엔진을 혁신했다. 이 기어박스 덕분에 팬이 터빈의 3분의 1 속도로 회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훨씬 소음이 적고 연비가 높은 엔진을 만들어졌고, 제트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구입하려 하고 있다.
GTF의 돌파구가 된 첫 주문은 2007년 캐나다의 봄바디어에서 이뤄졌다. 소형 리저널 제트기를 생산하는 봄바디어는 당시 저가 제품군 시장에서 에어버스와 보잉에 도전하려 했고, GTF는 봄바디어의 새로운 C시리즈에 안성맞춤이었다. 퀘벡 시절부터 셰너베르와 오랜 친구인 봄바디어의 해치 사장은 “덕분에 우리 항공기들의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해치는 항공기가 너무 조용해서 작년 9월 시험 비행 당시 관중 대부분이 이륙을 언제 했는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봄바디어와의 계약 덕분에 셰너베르는 꼭 필요했던 거물 구매자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에어버스와 계약한 것이다. CFM과 독점 계약관계인 보잉이 GTF로 교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협동형 항공기 시장에서 보잉의 경쟁업체인 에어버스는 이미 프랫 앤드 휘트니의 고객이었다. 에어버스가 GTF를 도입하려면 A320 제품군을 새롭게 재설계해야 했다. 이는 어느 제조업체에게든 쉽지 않은 큰 결정이었다.
프랫의 신기술에 대해서는 당시만 해도 업계 내에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했다. 패브리스 브리지어 Fabrice Bregier 에어버스 CEO는 “항공업계 관계자 상당수가 GTF가 믿을 만하고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리지어는 셰너베르를 잘 알고 있었고 신뢰했다. “루이가 R&D에 힘쓰고 있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GTF가 막대한 연비 절감을 약속했기 때문에, 에어버스는 이에 힘입어 차세대 A320네오(A320neo: ‘new engine option’의 준말)를 도입했다.
GE 컨소시엄의 CFM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자체적으로 고성능 엔진 CFM LEAP를 개발해 GTF와 비슷한 수준의 연비와 소음 절감을 갖췄고, A320네오 수주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LEAP의 기술은 GTF와 다르다. 기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를 더 고압으로 압축해 더 적은 연료로 같은 추진력을 내게 만들어 엔진이 훨씬 고온으로 작동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GTF 덕분에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협동형 엔진에서 다시 한번 주도적 위치에 올랐고, 지난 수십 년 동안 CFM이 누려온 독보적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프랫 앤드 휘트니는 2020년이 되면 연간 총 약 1,000대의 엔진을 판매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셰너베르는 “이는 1980년대 우리 전성기 이후 최다 판매대수”라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분야에서는, 중국이 단일 제품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시장을 뽐내고 있다. 중국 개발업체들과 정부기관들은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85만대 중 55만 대, 즉 3대 중 2대를 사들이고 있다. 약 2만 대가 팔리는 미국 시장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중국의 엘리베이터 시장은 현재 150억 달러 규모로, 지난 10년간 매년 20%씩 성장해 왔다. 이는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 때문이었다. 매년 도시 지역으로 유입되는 농어촌 인구가 1,500만~2,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대규모 이주 때문에 중국 곳곳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고, 심지어 중부와 서부 지역에는 새로운 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임 리커창 총리가 고속 개발의 목표로 삼은 곳들이다. 지난해 중국에는 주거용 주택이 미국의 15배인 1,500만 채 건립됐다. 그리고 대부분 신축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해 오티스의 중국 수주 또한 23%나 증가했다.
그러나 놀라운 신규 판매 실적에서 보이는 것만큼 미래가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사상 최고의 건설 호황을 보이고 있는 서부와 중부 도시들이 이제 주택공급 과잉 사태를 맞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Credit Suisse의 애널리스트 진송 두 Jinsong Du는 “주택 판매와 가격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고, 건설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건설 속도가 도시로의 이주를 앞지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건설경기도 둔화될 것이다.”
건설 열풍이 식는다고 해도, 셰너베르는 중국에서 여전히 강력한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신규 판매에 의존하기보단 정비 분야에서 더 입지를 강하게 다져야 한다. 엔진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 분야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 오늘날 제조업체들은 중국에서 판매한 엘리베이터의 25%에 대해서만 정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과 미국의 75%에 비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중국 정부는 점검을 더 자주하고, 개발업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판매한 제조업체에 정비를 맡기도록 하는 새로운 법들을 여러 건 통과시키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오티스의 정비 분야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UTC는 앞으로 중국의 영세 엘리베이터 정비 회사 수십 곳을 인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셰너베르는 “정비 사업분야를 강화하면 큰 기회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이 앞으로 전진하는 데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격납고에서 GTF를 등지면서, 셰너베르는 곧 있을 그의 역사적인 50번째 중국 출장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물론 오티스 제품이다) 상하이 월드 파이낸스 센터 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꼭대기에 오르는 것을 매우 즐긴다고 했다. 이 건물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있다. 그는 그곳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오티스가 정비하게 될 오래되고 새로운 건물들을 살핀다고 한다. 셰너베르는 “나는 중국에 가면 미소를 짓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앞으로 보게 될 미래가 모두 마음에 들 만한 것들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