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활이 발명되기 전, 아니 언어조차 없었던 구석기 시절부터 인류는 뗀석기라는 돌칼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오늘날에는 금속 나이프가 흔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문명이 사라진 이후에 쓰기에는 너무 약하다.
그래서 직접 강하고 위력적인 나이프를 제작해보기로 했다. 나이프의 제작법은 크게 두 가지다. 쇳덩어리를 가열해 두들겨서 모양을 잡는 방식과 쇠를 칼 모양으로 잘라서 날을 세우는 방식이 그것이다.
필자는 후자가 쉬워보였다. 재료는 폐 트럭에서 떼어낸 판스프링을 택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판스프링이 너무 단단해서 쇠톱으로 자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날을 제대로 세우려면 담금질도 필수지만 필자의 도구는 납조차 간신히 녹일 정도의 소형 토치 램프뿐이었다.
두 문제를 해결할 길은 토치의 열을 한곳에 끝없이 집중하는 것 말고는 없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필자는 빈 페인트통의 바닥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파이프를 끼워넣어 토치를 고정시켰다. 또 웬만한 보일러실에서 구할 수 있는 내화벽돌과 암면(rock wool)을 페인트통에 넣어 단열능력을 확보했다. 실제로 이 페인트통 속에서 판스프링을 가열하자 10분도 되지 않아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달궈진 쇠는 쇠톱과 줄로 쉽게 가공이 가능하다. 판스프링을 칼 모양으로 자른 뒤 날을 벼리기 좋도록 가장자리를 오목하게 파내고 톱니까지 새겼다. 그리고 미리 예열해둔 카놀라유를 이용해 냉각을 하면서 담금질을 했다. 이런 담금질 없이는 날카롭고도 잘 깨지지 않는 칼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나이프를 미국 칼 대장장이 협회(ABS)에 보내 극한 테스트를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등반용 로프를 단칼에 잘라내고, 5×10cm 두께의 각목을 한 번에 쪼갠다. 면도를 할 수 있을 만큼 날카로우면서 90도로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을 만큼 질기다.’
815°C 이 나이프의 소재인 판스프링 강의 결정구조가 해체되는 온도.
WARNING: 이 프로젝트는 절상, 화상 등의 부상 위험이 상존한다.
popsci.com/paintcanforge에서 나이프 제작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