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아트페어 KIAF의 현주소

서진수의 ‘미술과 경영’

화랑 전시 중심의 국내 미술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아트페어 중심의 전시문화로 변화를 겪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축제 ‘한국국제아트페어’가 그 중심에 서 있다.
글·사진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겸 미술시장연구소소장


미술작품을 가장 많이 팔고 사는 곳은 어디일까? 첫 번째는 작가를 초대하여 전시회를 여는 화랑, 두 번째는 화랑들이 코엑스, 세텍, 벡스코, 엑스코처럼 거대한 전시장에 다수의 부스를 차려놓고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판매할 작품을 미리 보여주고 추정가를 제시, 현장에서 최고가를 부르는 고객에게 낙찰시키는 경매시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화랑은 약 400여 개다. 거대한 전시장과 호텔 등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30여 개 정도이며, 8개 경매회사가 2~3개월에 한 번씩 경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다양한 미술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행사는 단연 190여 개의 화랑이 모여 VIP 오픈을 포함해 6일 동안 뜨거운 장터를 여는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이하 한국국제아트페어)이다. 매년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 사이에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는 올해 기준, 국내 화랑 126개와 해외 화랑 60개가 참여해 1,200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 4,000여 점이 출품됐다. 가히 메가톤급 미술시장이라 할 수 있다. 코엑스의 대형 홀 두 곳에 가득 찬 작품을 구경하는 데 2~3시간이 걸릴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매년 8만~9만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고, 매년 140억~150억 원어치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국내에서 아트페어가 성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세계 미술시장이 활황을 보이던 2006~2008년이었다. 특히 지난 2007년과 2008년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 참가화랑 수가 무려 208개, 218개에 이를 정도였다.

사실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화랑 전시가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화랑 전시와 경매가 동시에 활황을 맞이하면서 경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작가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화랑과 경매회사가 계속 설립됐다. 작품 수집가의 수 역시 배가되었다. 이때부터 화랑들은 화랑 내 전시를 벗어나 거대한 장소를 빌려 집적의 경제를 보여주는 아트페어를 찾기 시작했다.

아트페어의 절정은 물론 2006~2008년의 미술시장 호황기였지만, 2009년부터는 미술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아트페어가 미술시장의 유일한 대안 역할을 하기도 했다.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던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화랑들은 화랑 내 전시보다 고객들의 발길이 조금이나마 더 있는 아트페어를 선호했다. 대형 전시나 유명작가 전시에 드는 비용을 소수의 방문객과 구매자로 충당할 수 없으니 전시를 여는 것 자체가 손해였다. 전시의 맥을 잇고, 여럿이 모여 서로 위로도 하고, 시장이 회복되길 기다리며 참가비만 벌면 된다고 버티던 무대가 아트페어였다.

그 사이 아시아에선 아트바젤홍콩 Art Basel Hong Kong 과 아트스테이지싱가포르 Art Stage Singapore 라는 대형 아트페어가 생겨났다. 바야흐로 아시아 각국의 토종 아트페어들과 서구 자본 및 디렉터가 주도하는 아트페어와의 무한경쟁 시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아트바젤 홍콩은 40년이 넘는 아트페어 개최 역사를 가진 스위스의 아트바젤이 미국에 지사를 낸 이후, 아시아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자유무역도시 홍콩에서 열던 한 아트페어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아트스테이지싱가포르는 서구 디렉터가 상하이에서 진행하던 ‘에스에이치 컨템퍼러리 Sh Contemporary ’를 자유무역도시 싱가포르로 옮겨 세운 아트페어다.

현재 아시아의 아트페어 시장은 아트바젤홍콩과 아트스테이지싱가포르로 대변되는 서구 스타일 아트페어와 아시아에서 열리는 한국의 한국국제아트페어, 중국에서 열리는 아트베이징, 일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도쿄, 인도에서 열리는 ‘인디아 아트페어’ 등 아시아 스타일 아트페어로 양분된다. 그 밖에도 서구 디렉터를 고용해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트두바이와 ‘아부다비 아트페어’, 그리고 소규모 아트페어를 개최하기 시작한 ‘아트엑스포 말레이시아’, 아트베이루트 등이 있지만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올해 한국국제아트페어에는 국내 화랑 126개와 해외화랑 60개가 참가한다. 국내에서는 대형화랑인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갤러리와 중견화랑인 학고재, 표갤러리, 박여숙화랑, 노화랑, 샘터화랑, 동산방화랑, 조현화랑, 예화랑, 갤러리인, 그리고 아라리오갤러리, 피케이엠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리안갤러리, 더컬럼스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 더페이지갤러리 등 유수 갤러리들이 참여한다.

해외화랑으론 매년 독일, 일본, 미국 등 20여 개국 화랑이 참가하고 있으며, 매년 주빈국 제도를 통해 선정된 국가의 화랑들이 초대되고 있다. 2014년에는 독일의 디갤러리, 일본의 쯔바키와 미즈마갤러리, 영국의 비샤, 중국의 아우라, 대만의 브이티 등이 자국과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4년 주빈국은 예년과 다르게 동남아로 정해졌다. 싱가포르 화랑 5개, 인도네시아 화랑 3개, 말레이시아 화랑 1개, 그리고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에서 각각 1개씩이 초대된다. 무엇보다 한국국제아트페어는 매년 세계 각국의 색다른 미술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올해는 최근 아시아 미술계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새롭게 마련된다.

아트페어에선 미술품을 파는 주 행사 외에 미술과 미술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대 행사도 함께 개최된다. 올해 주요 부대 행사로는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아트플래시와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소개 및 교류방안을 논의하는 포럼, 주빈국 관련 토크, 그리고 신진 작가를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 열린다. 서구의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 영국의 프리즈, 독일의 아트쾰른, 프랑스의 피악, 그리고 아트바젤과 프리즈의 미국 내 아트페어 등에서도 전시·판매 외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좌담 프로그램으론 한·중·일·대만 4개국 대표 아트페어 디렉터와 CEO들이 참석하는 대담이 최초로 공개 진행된다. 21세기 들어 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가 세계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규모 아트페어 대표자들이 함께 모여 각각의 특성과 공동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는 뜻 깊은 모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아시아 미술시장이 자국 미술계 관계자들로 형성된 토종 시장과 해외에서 유입된 외부 자본, 아시아 밖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유입 시장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가운데, 아시아 주요 국가의 미술시장 주체자들이 주체성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이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 미술시장은 무한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국제 아트페어를 시작한 한국국제아트페어는 앞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화랑과 작가의 초대, 판매액을 높일 수 있는 고도의 전략, 국내 미술시장 육성과 미술에 관한 자유로운 담론의 형성, 그리고 현대미술의 비전 제시 등을 통해 더 많은 발전을 꾀해야 한다. 시장은 항상 전쟁터이자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기도 하다. 한국국제아트페어도 끝없는 도전, 혁신을 통해서만 앞으로의 성장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서진수 교수는 …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2002년부터 미술시장연구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미술시장연구연맹(AAMRU)의 공동창설자이자 한국 대표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공동발전과 체계적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경제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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