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의 수평적 모델과 초연결망 시대

[FORTUNE'S EXPERT] 안병익의 ‘스마트라이프’

최근 IT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IoT는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이른바 ‘초 연결망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이다. IoT 기술을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IoT가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라는 것이다.


딩동! “주인님 우유와 계란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주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냉장고가 보내온 카톡이다. 이처럼 사물들을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해 사물 간의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라고 한다.

최근 IT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IoT는 각종 사물에 컴퓨터 칩과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물이란 가전, 모바일 기기, 웨어러블 기기 등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임베디드(Embedded, PC이외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소규모 칩)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들은 자신을 구별할 수 있는 고유 아이디와 통신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과 필요할 경우엔 센싱(센서의 작동으로 물체 혹은 빛, 소리, 압력 등을 탐지하는 것) 능력도 갖춰야 한다.

첨단기술인 IoT를 기반으로 한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 시스템즈는 한 조사에서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사물인터넷이 14조 4,000달러(약 1경 5조 원)의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1999년 MIT Auto-ID 센터 소장인 캐빈 애시톤이 제안한 초기의 IoT 정의는 ‘인간과 사물, 서비스 등 세 가지로 분산된 환경요소에 대해 인간의 명시적 개입 없이 상호 협력적으로 센싱·네트워킹·정보처리 등 지능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물공간 연결망’이었다. IoT 개념이 처음 나온 시기부터 지금까지 IoT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물 간의 연결망인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09년까지 사물인터넷 기술을 사용하는 사물의 개수는 9억 개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0년까진 그 수가 260억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IoT시대가 도래하면 방대한 데이터가 모이게 되는데, 이것을 빅 데이터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이 같은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 기술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 추세다.

IoT는 이제 광고에도 자주 등장한다. 광고 속 자동차는 냉장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실내온도나 세탁기, 로봇청소기를 쉽게 컨트롤한다. 어린아이와 애완견의 위치를 찾고, 식물의 정보를 받은 비닐하우스가 온도나 빛을 자동으로 맞추며, 팔찌를 통해 병원으로 건강정보를 보내는 등 IoT 기능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IoT는 기대만큼 구체적인 사업이나 실제적인 성공 사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IoT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사업 모델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IoT는 크게 수평적·수직적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수직적유형(Vertical Model)은 자동차, 공장, 의료 등 각 산업 영역별로 독자적인 IoT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단독 제품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M2M(Machine to Mchine)을 포함한 B2B 영역은 대부분 수직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직적 유형은 각 산업에 특화된 기능을 단기간에 구축하여 활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 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수직적 모델들이 많아지면 이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의 IoT는 다양한 수직적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수직적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는 단계다. 단일 산업 영역에서 구축되어 만들어지는 B2B 부문이나 B2C 형태의 서비스들이 대다수다. 일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연결을 통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 운동량을 체크하는 핏빗(Fitbit)이나 어린이용 위치 추적용 팔찌 등 스마트폰과 연계해 서비스 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현재의 단계는 연결되는 IoT가 증가할 때마다 앱(App)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이들 제품들 상호 간에 연동이 되지 않아 추가적인 가치(데이터 분석 등)를 창출할 수 없다.

반면 또 다른 사업 모델인 수평적 모델(Horizontal Integration Model)은 자동차와 의료 등 각기 다른 산업 영역들이 공통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방식이다. 수평적 모델을 기반으로 각기 산업군에서 각각의 특성을 모두 살린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수평적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플랫폼’이다. IoT 플랫폼은 크게 2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 축은 ‘디바이스 중심’ 대 ‘데이터 중심’ 축이다. 다른 축은 ‘서비스 중심’ 대 ‘커넥티비티 중심’ 축이다. 이를 통해 4가지 IoT 플랫폼 유형이 나온다. ‘서비스-디바이스 중심’ 플랫폼은 독립적인 제품 간의 연결을 통한 공통서비스 기능을 강조한 플랫폼으로 애플과 퀄컴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분야이다. ‘데이터-서비스 중심’ 플랫폼은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무게를 두는 플랫폼으로 구글과 IBM 등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역량이 있는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또 기기 간 상호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디바이스-커넥티비티 중심’ 플랫폼은 주로 통신사와 시스코 같은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이다. ‘데이터-커넥티비티 중심’ 플랫폼은 표준 데이터 수집 및 전송기술을 이용해 웹 기반 연결성을 강조하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응용서비스에서 연결해 쓸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는 플랫폼의 빅데이터를 통해 기업들은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평적 모델 속 수많은 플랫폼과 이에 기반한 빅데이터들은 모든 IoT 기기들이 연결되는 이른바 ‘초연결망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IoT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기 위해선 수직적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평적 플랫폼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비스간, 기기 간 데이터 전송을 위한 표준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플랫폼 기능이 확대되어야 한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망 시대는 이제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하나둘씩 만나게 될 것이며, 앞으로 점점 더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연결망 결속’이 더욱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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