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괴짜 챔피언십 이그노벨상

NOBEL PRIZE FOR FREAK

최근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며 그들이 쏟은 학문적 열정과 업적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노벨상을 수상했음에도 겸연쩍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괴짜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바로 그들이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이 상은 1년간 가장 특이하고 당혹스런 연구를 수행한 사람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물론 이는 그들을 비하하거나 조롱하기 위함이 아니다. 가벼운 웃음 뒤에는 세상을 일깨우는 경각심과 통념을 깨는 창의성에 대한 나름의 찬사가 숨어 있다. 천재와 바보는 백지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공학상]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잘 미끄러지는 이유


러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서 크게 미끄러지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일본 키타사토 대학 마부치 키요시 교수는 이처럼 바나나 껍질을 밟았을 때 잘 미끄러지는 이유를 설명한 논문으로 이그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키요시 교수 연구팀은 사람이 착용한 신발과 바나나 껍질, 그리고 바나나 껍질과 마룻바닥 간의 마찰계수를 조사해 껍질을 밟을 경우 정말로 잘 미끄러지는지, 얼마나 더 잘 미끄러지는지를 조사했다.

먼저 시트 모양의 실내 바닥재인 리놀륨 아래에 힘 변환기를 설치하고 그 위에 놓인 바나나 껍질 간의 마찰계수를 측정했다. 그리고 바나나 껍질을 밟은 다음 문질러 바나나 껍질을 밟은 발의 움직임을 재현했다. 측정된 마찰계수는 0.07이었다. 이는 마치 윤활유가 뿌려진 상태의 마찰계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나나 껍질 안쪽에 있는 다당류 과립 젤이 으깨져 콜로이드 상태로 변하면서 마찰계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과학상]
토스트 조각에서 인간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의 뇌신경 변화


토스트에서 예수의 얼굴을 보았다거나 달에 떡방아 찧는 토끼가 보인다는 것 은 실제 존재하는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지각하는 안면착시현상의 일종이다. 중국과학원 리우 지안강, 캐나다 토론토 대학 강 리를 필두로 한 연구팀은 이러한 안면착시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신경과학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안면착시현상과 문자착시현상을 일으킨 사람들의 행동 및 신경 반응을 대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피험자들은 아무 의미가 없는 그림을 보고도 35%가 얼굴이나 글자를 봤다고 답했다.

피실험자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한 결과, 전두엽과 후두엽 모두 안면착시에 특화된 네트워크가 나타났다. 즉 전두엽에서 먼저 의미를 해석한 다음 이것이 시각 중추로 가서 형상을 만든 것이다. 이는 모호하고 연관성이 없는 현상이나 자극에서 일정한 패턴을 추출해 연관된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심리 현상인 파레이돌리아 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리고 토스트를 만들 때 예수나 성모마리아상이 나타나는 현상의 원인을 인간의 기대심리라고 결론 내렸다.




[생물학상]
개는 용변을 볼 때 지구의 남북 자장 방향으로 몸을 정렬시킨다.


고래, 연어, 철새 등 몇몇 동물들은 지구의 자장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철새가 이동했다가 해마다 정확하게 고향을 찾아오는 것도 이 능력의 힘이다. 체코·독일·잠비아 공동연구팀은 2년의 연구기간 동안 개 70마리의 배변행위(대변 1,893번, 소변 5,582번)를 조사한 결과 개들은 정상적인 자기장 환경 하에서는 몸을 자남-자북 방향으로 놓고 배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개에게도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감각능력이 있음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결과다.




[심리학상]
야행성 인간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강하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사회과학·심리학대 피터 조나슨 교수팀은 낮보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낮에 일하는 정상인에 비해 사이코패스 경향이 높다는 연구로 심리학상을 받았다. 연구팀은 자아도취, 지배욕,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한데 묶어 ‘다크 트라이어드’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특성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협잡꾼 전략’에 최적화된 인지수행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야행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그리고 이러한 성향에 성별 차이는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북극과학상]
순록은 인간보다 북극곰을 더 무서워한다!


순록은 역시 사람보다 북극곰을 더 무서워한다. 노르웨이와 독일, 미국, 캐나다 공동연구팀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 서식하는 북극곰과 순록의 뻔한(?) 상호관계를 연구한 공로로 북극과학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북극곰처럼 변장한 뒤 순록의 반응과 사람이 접근했을 때의 반응을 각각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곰으로 변장했을 때가 사람이 접근했을 때에 비해 순록이 놀라는 확률이 1.6배, 도망치기 시작하는 확률은 2.5배, 도망치는 거리는 2.3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반응의 이면에는 이 지역 북극곰 개체수 증가, 그리고 여름철 해빙 면적 감소로 인해 북극곰의 순록 사냥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보건상]
고양이를 키우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강아지와 함께 애견동물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고양이가 위험한 동물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체코 프라하대 기생충학과 야로슬라브 플레그르 교수팀과 미국 미시간대 소아과 데이비드 하나워 교수팀은 고양이 사육의 위험성을 규명, 이그노벨상 보건상을 수상했다.

체코 연구팀은 고양이에게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양이에 물리면 체내에 기생하던 톡소포자충이 인체로 이동하며, 감염된 환자는 정신운동성 검사 성적이 낮을 뿐만 아니라 확연히 다른 성격 특징이 나온다는 것.

또 미국 연구팀은 고양이에게 많이 물리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환자 130만명의 건강기록 및 검진기록을 조사해본 결과, 고양이에게 물려 부상을 입은 사람 중 41.3%가 우울증 환자였다. 이 같은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심하게 나타났는데, 고양이에게 물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여성 47%, 남성 24.2%였다.




[경제학상]
지하경제의 양성화


유럽 연합은 가입국들에게 공식 경제 규모를 늘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탈리아 정부 통계청은 이 지침을 따르기 위해 매춘, 마약거래, 밀수, 기타 불법적인 금융 거래까지 모두 공식 경제 활동으로 간주해 이탈리아 경제 규모를 크게 확대시킨 공으로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을 받았다.




[의학상]
코피에는 돼지고기가 특효


클란즈만 혈소판무력증은 매우 희귀한 혈소판 기능장애로 생명을 위태롭게 할만큼의 대량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코 천장에서 출혈이 일어날 경우 더욱 위험하다. 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요법이 등장했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미국 미시간주립대 이언 험프리스 교수팀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글란즈만 혈소판무력증 환자의 코피 지혈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연구결과로 의학상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글란즈만 혈소판무력증 환자인 4살 아이가 코피를 일으켰을 때, 소금에 절인 돼지 고기로 코를 틀어막아 출혈을 막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 환자는 돼지고기 요법을 시술받은 지 24시간 이내에 출혈을 멈췄고, 72시간 내에 퇴원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글란즈만 혈소판무력증 환자가 출혈을 일으켰을 때 사용하면 후유증 없이 24시간 이내에 코피가 멈춘다고 주장했다. 또 지혈이 힘든 혈우병 환자에게도 유용하다고. 다만 72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새로운 돼지고기로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술상]
아름다움의 통증 완화 효과


앞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위해 구급차와 병실에 아름다운 그림을 걸어 놓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바리대 신경정신의학과 마리나 데 토마소 교수팀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로 이그노벨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12명의 피험자들을 4개 실험군으로 분류해 아름다운 그림, 보통 그림, 혐오스런 그림을 각각 보여주면서 왼손에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아름다운 그림을 본 참가자들이 다른 실험군에 비해 가장 통증을 적게 느꼈다고 답했다.




[영양학상]
영아 대변으로 소시지 만드는 법


영아의 대변에는 109종의 유산균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젖산간균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농업연구센터 라켈 루비오 박사팀은 이 같은 젖산간균이 발효 소시지의 기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아의 대변 샘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락토바실러스 등 6가지 변종 프로바이오틱스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유산균들이 탁월한 항균효과와 함께 인체 소화기관 내에서의 생존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소시지에 넣으면 맛과 영양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대변의 유산균으로 만들어진 소시지를 먹을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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