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과학화·선진화의 첨병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안전하고, 몸에 좋은 식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은 이제 생존이 아닌 건강과 질 높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가 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단순한 기능성 식품을 넘어 개인 맞춤형 식품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식품생명공학은 바로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의 최일선에 서 있는 융합학문이다. 먹거리를 보약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식품생명공학 전공 교수진과 학생들을 소개한다.




'식품생명공학은 고부가가치 식품생물산업 구현을 목표로 미래 핵심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를 위해 식품학, 분자생물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의 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기능성과 안전성에 기반해 식품 본연의 가치를 배가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어요. 인간의 삶에 가장 밀접한 BT 융복합 과학의 진수인 셈이죠.”

UST 한국식품연구원 캠퍼스 식품생명공학 전공의 수장인 하태열 책임교수는 매년 전세계 건강 기능성식품 시장이 고도성장을 기록하며 지난해 1,75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고, 국내 시장도 이미 3조원 대를 넘어섰다면서 식품생명공학의 학문적·시대적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식품 가치의 재창조

현재 식품생명공학 전공에는 하 책임교수를 필두로 27명의 교수진과 10명의 학생들이 세분야에서 식품 가치 창조자로서의 소임에 매진하고 있다. 식품의 유효성분과 작용기전을 연구하는 ‘식품영양유전체’, 식품에 함유된 유해물질 및 생리활성물질의 신속 정확한 검출·분석법을 개발하는 ‘식품분석’, 그리고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식품의 유해요소 검출·제어기술을 다루는 식‘ 품안전’이 그것이다.

식품연이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식품연구기관인 만큼 교수진의 맨파워와 연구개발 인프라는 여느 대학의 석·박사과정과 비교를 불허한다. 실제로 하 책임교수는 그동안 다수의 세계적 연구성과를 도출하며 국내 기능성 식품 연구 분야의 대모와도 같은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청국장의 항당뇨 효과, 인삼의 면역 증진 효과 등 전통식품의 기능성과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한식의 세계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얼마 전에도 참깨깻묵(참깨박)에 들어있는 세사미놀 배당체(Sesaminol glucoside)의 치매 예방효과를 입증, 뉴로사이언스 리서치 등 SCI 저널에 관련논문이 게재됐다.

또한 하재호 교수는 5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식품분석 분야의 석학이다.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막걸리에서 고기능성 항암물질인 ‘파네졸’을 발견, 일본을 중심으로 불었던 막걸리 열풍을 광풍으로 만든 바 있다. 이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막걸리 생산과 쌀 소비촉진 등에 의해 약 3,000억원의 산업적 파급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깊고 넓은 연구 스펙트럼

학생들 역시 식품생명공학 전공의 최대 장점으로 막강한 기자재와 전문화된 연구환경에 더해 27명에 이르는 다양하고 세분화된 교수진을 꼽는다. 덕분에 일반 대학과는 차별화된 넓은 스펙트럼과 깊이를 겸비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갈색지방과 관련한 비만 억제 물질을 연구 중인 하 책임교수팀의 최원희 박사과정 학생은 “일반 대학의 경우 교수별 정원(TO)을 맞추기 위해 원치 않는 연구실에 배정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식품연 캠퍼스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교수와 연구분야를 선택해 실무적 역량을 키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장호 석사과정 학생도 “UST 연구인턴십을 통해 UST의 교육시스템을 체험한 뒤 입학을 결정했다”며 “일반 대학에서는 접하기 힘든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데다 교수진의 폭이 넓어 주 연구분야 외에도 여러 유관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식품안전 분야를 연구 중인 황대근 학생의 경우 “수업의 스펙트럼이 식품산업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혹여 입학 후 곧바로 실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데 따른 부담감은 없었을까. 황대근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UST 교육의 기본은 자율적인 연구예요. 지시에 의한 수동적 연구보다 몰입도가 현격히 높을 수밖에 없죠. 직접 겪어보니 이것이 오히려 우수한 성과 창출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꿔놓을 혁신

식품생명공학 전공에는 독특한 이력의 교수와 학생이 한명씩 있다. 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에서 청정화학 및 생물학 전공 박사과정을 마치고 식품연에 둥지를 튼 남영도 교수와 14년간 식품연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UST에 입학해 46세의 늦깎이 대학원생 최원희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진과 학생을 잇는 가교이자 학생들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남 교수는 “학생들 모두가 후배이다 보니 한 명 한 명 애착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생들의 원츠(wants)와 니즈(needs)를 세심하게 살펴서 실질적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희 학생은 “잘은 몰라도 제가 UST 최고령 학생이 아닐까 한다”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줄 좋은 선배가 많이 배출돼야만 더 강한 전공, 더 강한 연구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학생들의 맏언니로서 때로는 따끔한 질책을, 때로는 따뜻한 격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학문적·인간적 유대감 하에서 식품생명공학 전공의 모든 교수와 학생들은 세상을 바꿔놓을 또 다른 혁신적 성과 창출에 힘을 모으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연구는 하 책임교수팀의 개인 맞춤형 식품 연구다.

“사람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성분(식품)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인간 게놈의 단일 염기 다형성(SNP)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기능성 식품의 기반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향후 실용화에 성공한다면 식품의 개념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내일이 더 촉망받는 인재

식품생명공학 전공을 사람으로 비교하면 이제 청년기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훨씬 촉망받는 분야라는 얘기다. 캠퍼스가 출연연이다보니 식품산업계의 트렌드에 정확히 부응하는 실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학생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하 책임교수는 “졸업생들이 대기업 식품회사와 출연연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등 산업계 및 과학계에 꼭 필요한 인재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며 “식품과학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진로 선택의 폭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원희 학생은 졸업 후에도 연구 현장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아직은 연구가 너무 재미있어요. 연구를 할 수 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면 출연연이나 대학, 기업체 등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녀석은 엄마가 대학 교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황대근 학생의 경우 연구자로서 식품 안전을 추가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고, 이장호 학생은 박사과정까지 밟은 다음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 식품분석에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을 최소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캠퍼스가 출연연이다보니 식품산업계의 트렌드에 정확히 부응하는 실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학생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입니다.”
하태열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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