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 나무에 미래를 건 사나이

현재 전 세계 육지 가운데 3,600만㎢가 사막 또는 사막화 지역으로 분류된다. 또한 매년 5만~7만㎢의 땅이 추가로 사막화되고 있다. 이런 사막화는 주거지역의 축소와 경작지 감소, 생태계 붕괴, 그리고 황사 등과 같은 대기 오염을 유발하는 인류 공통의 과제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도 사막화가 가장 심각한 네이멍구 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막화 방지 연구에 인생을 건 연구자가 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곽상수 박사팀에는 4명의 중국인 학생들이 있다. 전국 30여개 정부출연연구원을 캠퍼스로 활용해 연구중심의 교육시스템을 운용하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청정화학 및 생물학 전공 학생들이다. 농업학, 원예학, 화학 등 세부 연구분야는 달라도 이들은 모두 한 가지 목적으로 곽 박사팀에 합류했다. 바로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입학한 커칭보 역시 중국에서의 학부시절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UST 입학을 결심하고, 곽 교수팀의 일원으로 사막화 방지 연구에 뜨거운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한국정부초청 외국인장학생(GKS)으로 선발돼 2011년 우리나라 땅을 처음 밟았다.

GKS는 글로벌 친한(親韓)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마련된 제도로, 선발된 학생들은 1년간 한국어 연수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된다. 그래서인지 커칭보는 2년이라는 한국 체류기간에 비해 매우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학부 때부터 그의 최대 관심사는 사막화 방지 연구였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는 중국 내에서도 사막화가 가장 심각하게 진행되는 곳으로 매년 봄이면 황사비를 맞으며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막화 방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석사 시절 추위에 강한 벼와 콩 같은 농작물 개량 연구를 해오던 중 당시 지도교수와 UST 곽상수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UST 입학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양국의 문화가 비슷한데다 한국의 앞선 생명공학 기술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한국행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사막화 방지의 꿈

이렇게 그의 지도교수가 된 곽 교수는 2008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사막화 방지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MOU)에 따라 생명연 내에 ‘한중 사막화 방지 생명공학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양국간 기술협력 교류를 주도하고 있는 사막화 방지 연구의 대가로 불린다.

곽 교수에 의하면 중국 사막화의 약 90%는 빈곤의 산물이다. 현지인의 가난에 기인한 과다한 방목과 산림 훼손, 물·토양의 부적절한 관리가 사막화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 현재 두 사람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식용은 물론 판매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까지 가능한 고구마, 알팔파 같은 소득작물을 무기로 안티-사막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작물을 사막화 경계지점에 심으면 주민들의 빈곤을 개선하면서 사막화 진행도 차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곽 교수팀은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 유전자 변형 고구마를 심어 재배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커칭보는 환경스트레스에 내성을 갖도록 형질을 전환해 방풍림으로 최적화시킨 포플러 나무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저희가 개발한 형질 전환 포플러 나무는 환경재해에 강한 내성을 지닙니다. 물이 희박한 곳에서도 매년 40~100㎝씩 성장해 최대 4~5m까지 자라죠. 때문에 사막화 지역 변두리에 심으면 방풍림으로써 사막화 방지와 황사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물론 바이오매스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이 연구에 제 미래를 걸 생각입니다.”

융합연구와 학술교류의 산실

UST의 학생으로서, 생명연의 연구자로서 살아온 지난 3년은 그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커칭보는 출연연의 정상급 박사들을 교수로 모시며, 첨단 장비들을 마음껏 활용해 실무 중심의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UST만의 교육시스템은 연구의 폭과 질 측면에서 다른 대학원과 확연히 차별화된 특징을 지닌다고 밝혔다.

“생명연의 특성상 식물이라는 제 전공분야 외에도 미생물, 신약 등 다른 분야의 최신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만큼 생명공학 전반의 해박한 지식 습득이 가능합니다. 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여타 UST 캠퍼스 동문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른 분야의 이해를 높일 수도 있고요. 이런 환경 덕분에 UST의 학생들은 독창적 사고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진정한 융합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정부초청 장학생이어서 박사과정 기간 동안 월 생활비 90만원을 비롯해 의료보험비, 정착비, 귀국 준비금 등을 지원받는데다 UST의 연수장려금까지 받아 나름 풍족한 생활을 영유하고 있다는 것.

학업적으로도 올해는 커칭보에게 뜻 깊은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지난 9월 개최된 제5회 UST 학술문화제에서 포플러 나무의 사막화 방지 효과에 대한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여러 교수님과 학생들 앞에서 그간의 성과를 발표하고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많이 떨렸지만 발표 후 박수를 받을 때는 3년간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학술제와 함께 열린 국제 푸드 페스티벌에 중국 친구들과 함께 참가해 1등을 차지한 것 역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지난 대회에선 3등에 그쳤는데 곽 교수님이 이번에 꼭 1등을 하라며 사전에 여러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넉넉히 해주셨어요. 이 영광을 교수님께 돌립니다.”

졸업 전 SCI급 논문 발표하고파

한국생활 4년차에 접어든 커칭보는 등산과 여행, 맛집 탐방 등 한국문화 체험에 푹 빠져 있다. 주로 일요일에 교수님이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이름난 명소와 맛집을 찾아다닌다. 북쪽으로는 군사분계선, 남쪽으로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이미 섭렵했단다.

게다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돼지국밥과 설렁탕, 추어탕 같은 뚝배기 요리고 한 달에 두어 차례 가지는 연구실 회식에서는 소위 ‘소맥’이 없으면 섭섭한 느낌이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학생보다 오히려 한국생활을 더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군사분계선에 갔을 때는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남북관계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내년 8월 졸업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졸업 전 SCI급 논문 발표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동시에 졸업논문도 준비해야 해 토요일에도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졸업 후에는 호주나 유럽에서 포플러 나무 연구를 계속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가 사막화 방지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극한환경에 견딜 수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이를 소득작물로 대체할 경우 사막화 방지와 식량문제 해결이라는 2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5배
중국 네이멍구의 쿠부치 사막은 중국에서 7번째, 세계에서 9번째 큰 사막으로 매년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지역이 사막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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