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CEO/오너경영인 부문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통찰력·추진력에서 고른 점수
‘이재용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오너경영인 톱1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은 곧 삼성이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아래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런 이건희 회장의 삼성을 따라갈지 자신의 삼성으로 변화를 시도할지 조만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경영 전반을 맡은 그에게 던져진 첫 임무는 ‘위기의 삼성’을 구하는 일이다. 그는 아버지가 그랬듯 통찰력과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은 ‘통찰력’,‘추진력’,‘혁신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재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다. 부친 이건희 회장이 부재 중인 가운데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과 스마트폰 ‘갤럭시’는 삼성이 오늘날 세계 최고 IT기업에 오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삼성의 아이콘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은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경영 화두가 되었고,세계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는 갤럭시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시장 공략에 성공했다고 자축하던 삼성 스마트폰 사업이 ‘샤오미 공습’에 중국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며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병석에 누워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실력을 보일 때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통찰력이나 추진력 등에서 고른 주목을 받고 있을 뿐, 아직까진 자신만의 뚜렷한 경영 색깔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봄 포춘코리아가 다음소프트와 공동으로 마련한 차세대 경영인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전략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경영수업은 착실히 받았지만 능력을 검증할 만한 성공 스토리가 아직 없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승계와 관련한 부정적인 언급도 있었지만 온화하며 인간적이라는 언급도 꽤 많았다. 포춘코리아는 올 4월호 기사에서 갤럭시의 성공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책무가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 검증 기회가 곧 올 것임을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 이재용 부회장이 그만의 리더십을 통해 PI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살펴보자. 2014년 1,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3분기엔 매출 47조 4,500억 원을 올려 분기 실적 50조 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3.51% 감소한 4조 600억 원을 기록했다. CE(가전), IM(모바일), DP(디스플레이)가 모두 부진했지만,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 온 IM사업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8% 하락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13.6% 줄었다.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24% 선까지 떨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까. 포춘코리아와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을 보더라도 대중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의 삼성을 어떻게 건져낼지 가장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이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는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탁월해 다양한 글로벌 인맥도 가지고 있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내려 온 ‘경청’의 자세를 이재용 회장이 물려받은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까칠하기로 소문난 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도 이재용 부회장과 친밀한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올 초 이 부회장은 사물인터넷 사업을 위해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마크 저크버그와도 만나 페이스북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빌 게이츠 MS 회장 등 IT 업계의 내로라는 인물들과 대부분 미팅을 할 만큼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건희 회장이 끊임없이 한남동 승지원에서 리더들을 만나며 통찰력을 키운 것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굵직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팀 쿡 애플 CEO를 만나 미국 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담판도 지었다. 중국에선 토마스 바흐 올림픽위원장을 만나 공식후원 계약을 2020년까지 연장했다. 반도체 사업을 위해 평택에 15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 이사직을 맡았고,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방한했을 땐 직접 삼성전자 전시관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에는 M&A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행보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 바라보는 삼성에 대한 시각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체적으로 침착하게 삼성을 이끌고 있다. 삼성이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생각보다 충격은 덜 한 것 같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삼성은 위기”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영감(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속았다”며 “마누라 빼곤 다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제2 창업을 선언하며 이건희의 삼성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의 삼성전자와 지금의 삼성전자는 비교가 안 된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총의 15%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내는 법인세는 국내 전체 법인세의 11%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의 삼성을 당장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한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삼성이다. 당장 강력한 리더십으로 큰 변화를 주기보단 착실히 큰 비전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 반면, 다른 전문가는 “이건희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탁월했다. 변화를 통해서였다. 이재용 부회장도 곧 삼성의 변화를 주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 진단했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중들의 언급이 CSR부터 혁신성, 전문성, 추진력, 통찰력, 통합성까지 고루 언급되어 있었다. 실질적 경영활동이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라기보단 그에 대한 열망이나 기대감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재용 부회장의 속내는 어떨까. 변화의 결단을 보일지 당분간 순항하며 겸손의 리더십을 보일지 아직까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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