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이 만년필 사용자의 필기습관을 분석하고 나아가 맞춤 펜촉까지 제작해 주는 비스포크 닙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만년필 사용자가 계속 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몽블랑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독일 필기구 브랜드 몽블랑이 한국에서도 비스포크 닙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의 필기 습관을 분석해 알맞은 펜촉을 추천·제작해 주는 이 서비스는 2010년 독일과 홍콩에서 시작해 만년필 애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각국마다 1~2개 매장에서만 이 서비스를 시행하는데, 한국에선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몽블랑 매장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과거 만년필 닙(펜촉)은 그 종류가 30가지를 넘을 만큼 다양했다. 현재는 모양과 두께에 따라 대략 5~9가지 정도로 종류가 나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종이문화 발달로 소비가 늘고 대량생산이 되면서 닙 종류가 단순하게 압축됐다”고 말했다.
요 몇 년 새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만년필이 인기를 끌면서 닙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쓰는 이의 습관에 따라 그에 알맞은 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만년필을 처음 접하는 사용자 중 글자를 작게 쓰는 사람이라면 EF(Extra Fine) 닙이 적당하다. 이 닙은 끝이 둥글고 가독성도 높아 만년필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선택을 받고 있다. 서명을 주로 하는 경영자들이라면 B(Broad) 닙을 사용해 보길 추천한다. 종이 표면에 닿는 면적이 넓어 필기감이 좋다. 닙의 끝 모양이 일자 형태이기 때문에 가로 세로 선의 모양이 달라 사용자의 캐릭터나 서명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
닙을 구분하는 형태는 만년필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몽블랑의 경우 둥근 닙(EF, F, M), 일자 닙(B, BB), 대각선 닙(Om, Ob, Obb)으로 구분하고 있다. 몽블랑 관계자는 “닙의 모양에 따라 사용감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처와 닙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습관에 맞지 않은 닙을 사용하면 글씨를 쓰는 도중 잉크가 제대로 흘러나오지 않아 글자가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손목의 움직임이 많고 글씨를 빨리 쓰는 사람에겐 EF닙이 맞지 않는다. 닙의 끝이 얇아 잉크가 새어나오는 양이 필기 속도에 맞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몽블랑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자사의 장인정신과 IT 기술을 결합시켜 사용자와 닙을 완벽하게 매칭시키기 위해 이 비스포크 닙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이를 위해 몽블랑 본사는 만년필 사용자의 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오랫동안 만년필 닙을 제작하고 연구해 온 장인들의 지식과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에게 꼭 맞는 닙을 추천 받는 과정은 이렇게 진행된다. 몽블랑이 개발한 패드 위에 몽블랑 특수펜으로 대략 한 문장 정도를 쓴다. 글자를 쓰는 동안 패드와 특수펜은 사용자의 쓰는 속도와 닙의 압력, 펜의 회전, 펜의 흔들림, 닙의 경사 등 5가지를 측정한다. 이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별히 교육받은 매장 내 비스포크 닙 전문가들이 고객에게 알맞은 닙을 추천해 준다. 그리고 고객이 선택한 닙은 그 요구에 따라 특별 제작된다.
몽블랑은 원하는 고객들에 한해 독일 본사에서 맞춤 닙을 제작해 배송해 주기도 한다. 기간은 총 6주 정도 걸리며 닙에 자신이 원하는 글자를 새겨 넣을 수도 있다(글자 수는 24자로 제한된다). 자신에 알맞은 닙을 알고 있다면 몽블랑 만년필 라인의 특성을 알아두는 것도 유용할 듯하다. 몽블랑은 라인마다 필기감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박기준 몽블랑 브랜드 트레이너 담당 과장은 설명한다.
“몽블랑 만년필의 라인 중 마이스터스튁, 보헴 라인은 부드러운 필기감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알맞습니다. 딱딱하고 조금 거친 필기감을 원한다면 스타워커 라인이 적당하죠. 가장 부드러운 필기감을 자랑하는 건 역시 헤리티지 1912, 헤리티지 1914라인입니다. 같은 닙이라도 14k인지 18k인지에 따라 필기감에 차이가 난다는 것도 알아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