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가 한 브랜드 한 모델을 원칙으로 2014년 Watch the Watch 섹션을 빛낸 시계 톱4를 선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시계 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된 모델들이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브레게 ‘Classique Chronometrie’
현대 기계식 시계 원리의 90% 이상을 만들었다는 시계 역사 최고의 천재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Abraham-Louis Breguet. 시계사 속 모든 인물을 다 모아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하나만 못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높다. 브레게는 지난해 Classique Chronometrie 시계로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적장자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Classique Chronometrie 시계는 지난해 ‘제네바 그랑프리 대상’을 받은 모델이다. Classique Chronometrie 시계에서 특히나 주목을 받은 건 혁신적인 자성 피봇 시스템이었다. 자성 피봇 시스템이란 자성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중력처럼 작용하면서 밸런스 축의 안정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이 모델은 케이스의 위치에 상관없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회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성 피봇 시스템이 장착된 시계들은 밸런스 축 복원력이 향상돼 외부 충격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세이코 ‘SBGV005G’
쿼츠 부문 세계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는 세이코. 세계 유수의 시계 브랜드들도 쿼츠시계에는 세이코 제품을 쓸 정도로 세이코 쿼츠는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세이코는 1969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쿼츠 손목시계 Astron을 만들어 1970년대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을 절멸 위기까지 몰아넣은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스위스 시계 업체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세이코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진 곳이 많다. 니콜라스 하이에크 Nicolas Hayek 전 스와치그룹 회장이 모 스위스 시계 브랜드가 세이코 무브먼트를 쓰기로 했다는 소식에 격노했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모델은 세이코에서 ‘쿼츠 그 이상의 쿼츠’를 목표로 만든 시계다. 이 모델은 1960년대 그랜드 세이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다소 심심해 보이는 다이얼에 푸른색 초침 핸즈를 장착해 포인트를 줬다.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핸즈 불일치 강박증을 배려, 각 핸즈가 인덱스에 정확히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백래시 시스템을 적용했다.
까르띠에 ‘Calibre de Cartier Diver’
리치몬트그룹의 대장 브랜드 까르띠에. 까르띠에는 리치몬트그룹에 속한 다른 시계 브랜드들의 기술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치몬트그룹에서 새로운 시계 브랜드를 인수할 때마다 까르띠에의 기술력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세계 톱10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자사 무브먼트 10개가 넘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지만, 까르띠에는 지난해까지 이미 30여 개 이상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만들어냈다. 이 시계는 ‘까르띠에 다이버 라인업 첫 번째 모델’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SIHH에서 처음 선보인 이 시계는 Calibre de Cartier 기본 모델의 디자인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다이버용 특수 베젤이나 방수용 솔리드백 케이스를 제외하면 디자인 면에서 Calibre de Cartier와 거의 동일한 모델이다. 하지만 기능 면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모델은 다이버 기능에 100% 집중한 시계다. 다이버 시계와 관련한 가장 극악한 환경 조건 기준인 ISO 6425 인증을 받았으며, ISO 1413과 ISO 764 인증을 통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물리적·전자기적 충격에도 대비했다.
파텍필립 ‘The Henry Graves JR. Supercomplication’
파텍필립이 지난해에도 시계 황제의 자리를 지켰다. 175주년 기념 모델로 나온 Grandmaster Chime 모델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과 슈퍼 컴플리케이션 기술력으로 세계 시계 마니아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포춘은 2014년 ‘세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The Henry Graves JR. Supercomplication 모델을 Watch the Watch가 소개한 파텍필립 최고의 시계로 선정했다. 한 브랜드 한 모델 원칙에 따라 Grandmaster Chime은 탈락했다. The Henry Graves JR. Supercomplication은 지난 11월 11일 소더비 경매에서 232만 3,700스위스프랑, 우리나라 돈으로 약 263억 9,000만 원에 판매된 세계 최고가 시계다. 이 시계는 24개 컴플리케이션 기능이 탑재된 슈퍼 컴플리케이션 모델로 디자인과 제작에만 5년 이상이 소요됐다. 웨스터 민스터 카리용, 쁘띠 소네리, 그랑 소네리,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등 최상의 기능이 골고루 탑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