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우주여행

Points of Interest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탐사 로버 ‘큐리오시티’의 발사를 앞두고 로버 전체를 알코올로 닦아낸 뒤 110℃로 가열했다. 이는 지구 미생물에 의한 외계행성의 오염을 막기 위한 것으로 1950년대에 수립된 NASA의 기본 절차였다. 그런데 발사 직전 로버의 표면을 문지른 면봉을 검사했더니 무려 377종, 5만6,400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다. 이에 연구팀은 재소독을 실시했다. 자외선 조사(照射)와 건조, 고 산성도(pH) 환경 노출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1회의 재 소독에도 대다수 세균이 살아남았다. 가히 가공할 생명력이었다. 이렇듯 과학자들이 미생물들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지구의 미생물을 우주로 쏘아 보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1 우주비행사 감염
미래의 우주 식민지에서 장기간 머무른 우주비행사들은 면역체계가 약해졌을 확률이 높다. 이때 대장균이 식수나 식량을 오염시키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 멸균 절차를 마친 우주선에서 대장균이 발견된 적도 있다.


2 행성 생태계 침공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행성의 경우 세균 번식이 쉽다. 만일 지구의 해양퇴적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극한미생물 ‘게오바실러스 스테아로써모필루스’가 이런 곳에 정착하면 생태계 전체로 급속 확산될 수 있다.


3 수수께끼
NASA의 멸균 절차에서 살아남은 유기체는 뭔가 신비로운 종(種)일 수 있다. 우주선을 조립하는 클린룸에서만 발견돼 ‘클린룸 미생물’이라 불리는 ‘테르시코쿠스 피니시스’가 그 실례다. 이런 녀석들이 우주를 떠돌다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4 우주 연구의 혼선
우주선이나 로버에 붙어서 외계행성에 정착한 미생물이 언젠가 과학자들에게 발견될 수 있다. 이때 지구를 탈출(?)한 미생물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원래부터 그 행성에 살던 것인지, 지구에서 옮겨간 것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




▶ 큐리오시티 로버에서 검출된 미생물




그라실리바실루스 (Gracilibacillu)
과염소산염을 먹고 사는 것으로 보이는 미생물. 과염소산염은 로켓이나 제트엔진 추진제의 원료 중 하나로서 화성의 토양에서도 풍부하게 발견된다.




슈도모나스 (Pseudomonas)
인간은 물 없이 며칠 밖에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세균은 물 없이도 수주일이나 견딘다. 일부 슈도모나스 종은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에도 내성을 갖고 있다.




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상처의 감염 및 식중독의 원인균인 포도상구균은 염도가 지구 바다의 6배에 달하는 물속에서도 번성한다.




모락셀라 (Moraxella)
중이염의 원인균 중 하나. 큐리오시티 로버에 붙어 있던 녀석들은 강력한 살균제인 과산화수소에 1시간이나 담겨진 뒤에도 살아남았다.




스트렙토미세스 (Streptomyces)
토양 속에 널리 분포하는 방선균의 일종. 가성소다처럼 다른 미생물들은 생존하지 못할 만큼 수산화나트륨 농도가 극히 높은 환경에서도 번식한다.



게오바실러스 스테아로써모필루스 Geobacillus stearothermophilus.
테르시코쿠스 피니시스 Tersicoccus phoeni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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