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처럼 체스도 게임 시작 전 모든 말들이 제 위치에 정렬돼 있다. 하지만 첫 말이 움직이는 순간, 체스 판은 혼돈에 빠져든다.
체스 판에서 양 선수가 각각 첫 수를 두는 것에만 총 400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두 번씩 말을 움직이면 19만7,742가지, 세 번씩 움직이면 1억2,100만가지 등 게임이 전개되면서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분명 수학적으로 정확한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게임의 룰에 따른 변수가 워낙 많은 탓에 지금껏 누구도 그 숫자를 세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과학자들조차 정확한 숫자를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다만 한 연구에 의하면 약 10100,000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0120가지 정도가 비교적 일반적으로 전개되는 게임이며, 승패가 갈릴 때까지 대략 40회 전후의 행마가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과연 10100,000은 얼마나 큰 숫자인 걸까. 전 세계 인구의 머리카락을 합친 개수가 약 1015이며, 지구상의 모래알 숫자가 약 1023개다. 또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가 약 1081개다. 세 숫자를 더해도 체스 게임이 가진 경우의 수에는 털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체스가 이 정도라면 바둑의 경우는 어떨까. 이 또한 정확한 계산이 이뤄진바 없지만 네덜란드의 한 과학자가 2×10170가지라는 계산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스보다 숫자가 적어서 왠지 자존심이 상하나? 바둑의 룰과 변수가 체스보다 복잡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서 체스의 경우의 수를 계산했던 과학자의 계산법이었다면 훨씬 높은 수가 도출됐을 테니 그리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