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고급 시계 박람회 ‘SIHH 2015’가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열렸다. 포춘코리아가 이번 SIHH에서 주목받았던 럭셔리 시계 12선을 소개한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예거 르쿨트르 ‘Duometre Spherotourbillon Moon’
이번 SIHH에서 예거 르쿨트르의 테마는 ‘천문학에 대한 헌정’이었다. 이 모델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여주는 문페이즈 기능과 마치 천체의 움직임을 보는 듯한 스페로 투르비용으로 천문학에 대한 헌정 테마를 표현했다. 이 모델은 문페이즈 콤플리케이션 기술의 정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 SIHH에서 가장 주목받은 시계 중 하나였다. 보통의 문페이즈 시계가 2년 6개월에 하루 오차를 보이는 데 비해 이 모델은 3,887년에 하루 오차를 낸다. 차원이 다른 문페이즈 기술력인 셈이다. 두 개의 축을 따라 독립된 움직임을 선보이는 스페로 투르비용 기술 역시 경이롭다. 티타늄 투르비용 캐리지와 투르비용이 각각의 축을 따라 이중 회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기하학적인 미로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바쉐론 콘스탄틴 ‘Harmony Pulsimeter Mono Pusher Chronograph’
바쉐론 콘스탄틴이 SIHH 2015에서 올해 브랜드 탄생 260주년을 기념하는 Harmony 컬렉션을 론칭했다. 1928년 출시된 브랜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Harmony 컬렉션은 조형미 넘치는 케이스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이 모델은 군더더기 없이 모던하게 빠진 외관과 오밀조밀한 다이얼 구성의 대조가 돋보이는 시계다. Harmony 컬렉션의 바탕이 된 1928년 크로노그래프 오리지널 모델과 가장 유사한 모델로 시, 분, 크로노그래프, 맥박계, 파워리저브 인디케이션 등의 창과 눈금이 다이얼에 압축되어 녹아있다.
오데마 피게 ‘Royal Oak Two-Tone’
오데마 피게는 1972년 Royal Oak 컬렉션을 론칭하며 시계 업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킨 브랜드다. 이전까지 시계 업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는 새로운 시계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었다. 이 모델은 1972년 오리지널 Royal Oak 시계의 2015년형 아방가르드 버전이다. 이 모델은 Royal Oak 원형의 디자인을 상당 부분 그대로 살리면서도, 시원한 실버톤과 부드러운 핑크 골드의 조합으로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로저드뷔 ‘Excalibur Automatic Skeleton’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과 아스트랄 스켈레톤의 사용은 로저드뷔 브랜드의 가장 특징적인 면으로 꼽힌다. 로저드뷔는 올해 아스트랄 스켈레톤 등장 1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Excalibur Automatic Skeleton을 내놓았다. 로저드뷔는 아스트랄 스켈레톤을 형상화하기 위해 이 모델에 매우 재밌는 시도를 했다. 11시 방향의 마이크로 로터를 안쪽부터 깎아내 스켈레톤 처리했고 반대편인 5시 방향에는 아스트랄 사인 브릿지를 크게 넣어 시계 전체가 아스트랄 스켈레톤을 상징하게끔 디자인했다.
파르미지아니 ‘Tonda 1950 Special Edition Meteorite’
SIHH 2015에는 운석을 소재로 사용한 시계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파르미지아니의 Meteorit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시계의 다이얼은 운석을 깎고 얇게 포를 떠 만들었다. 운석 특유의 매트한 질감과 불규칙한 패턴의 조화는 세련되면서도 진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운석은 광물 구조가 불안정하고 쪼개짐이 예측 불가능해 시계 다이얼처럼 작고 얇게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이 모델은 워치 마스터 메이커 파르미지아니의 높은 자긍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랑에 운트 죄네 ‘Zeitwerk Minute Repeater’
이 모델은 데시멀 미닛 리피터 기능의 사용으로 세계 시계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았다. 데시멀 미닛 리피터는 미닛 리피터가 업그레이드된 기능이다. 미닛 리피터는 중간 타종이 15분 단위로 진행되지만, 데시멀 미닛 리피터는 10분 단위로 진행돼 소리로 시간을 헤아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 모델은 원활한 데시멀 미닛 리피터의 기능 구현을 위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레버를 미는 방식이 아닌,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만들어 편의성을 더했고, 또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크라운 심이 와인딩 트레인과 분리되도록 설계해 시간 오차를 일으키는 부품 간 간섭 현상을 사전에 차단했다. 타종 소리가 완전히 멈추기 전까진 시·분 점핑 플레이트도 정지한다.
IWC ‘Portugieser Annual Calendar’
이 시계는 IWC 최초의 애뉴얼 캘린더 모델이다. 또 IWC 인하우스 무브먼트 52850 칼리버가 사용된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52850 칼리버는 싱글 배럴 대신 트윈 배럴을 채택했다. 12시 방향에 있는 세 개의 디스플레이 디스크를 작동시키기 위해선 높은 토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 개 디스플레이 디스크는 순서대로 월, 날짜, 요일을 표시하며 매달 서로 다른 날짜 수를 자동으로 맞춰준다. 이 시계는 1939년 출시된 오리지널 Portugieser 모델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볼륨감 있는 44.2mm 케이스, 홈이 있는 베젤, 클래식한 레일 웨이 형태의 챕터링, 폭이 가는 나뭇잎 모양의 핸즈는 니트한 오리지널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낸다. 시스루백 케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솔리드 골드 소재의 Probus Scafusia 메달리온도 보는 맛을 더한다.
파네라이 ‘Luminor Submersible 1950 Carbotech™ 3Days Automatic’
SIHH 2010에서 브론즈 소재로 만든 Luminor Submersible 1950 3Days Power Reserve Automatic Bronzo를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던 파네라이가 SIHH 2015에선 카보테크라는 새로운 소재의 Luminor Submersible 1950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카보테크는 탄소섬유 박판을 고압으로 압축해 만든 소재다. 커팅 방향에 따라 불규칙한 흑색 무광 결이 생겨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고강도와 고내구성을 가진 카보테크는 외부 자극에 강하고 가벼운 특징이 있다.
까르띠에 ‘Rotonde De Cartier Grande Complication’
SIHH 2015에서 마침내 까르띠에의 그랜드 콤플리케이션 모델이 등장했다. 이 시계는 까르띠에 역사상 가장 복잡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 기능을 지름 45mm, 두께 12.6mm의 케이스 안에 온전히 구현해냈다. 이 시계는 복잡한 기능에 비해 얇은 두께를 갖고 있어 울트라씬 모델에 속한다. 스켈레톤 처리를 위해 무브먼트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여 기술 외의 공예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가치를 가진다. 5.49mm의 9406 MC 칼리버가 사용됐다.
보메 메르시에 ‘Classima Automatic 40mm’
보메 메르시에는 이번 SIHH에서 10종류의 Classima 모델을 새로 선보이며 Classima 컬렉션의 대향연을 펼쳤다. Classima 컬렉션은 보메 메르시에가 1960~1970년대 내놓은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모델은 특히 Classima 컬렉션 최초로 40mm 직경의 스틸 원형 케이스를 채택해 눈길을 끈다. 미니멀리즘 계열의 시계에서 종종 발견되는 밋밋한 디자인을 극복하기 위해 다이얼 중앙을 직선 기요셰 데코 처리한 것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몽블랑 ‘Villeret Tourbillon Cylindrique Geosphres Vasco da Gama’
이 모델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와 그의 모험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모델은 세계 최초로 원통형 투르비용과 월드 타임 인디케이터를 일체화해 주목을 받았다. 다이얼 하단에 지구를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눠 월드 타임을 표시한 것도 이채롭다. 시계의 직경은 47mm, 두께는 15.38mm로 오버 사이즈 모델이며, 18개만 생산된 리미티드 모델이다. 빌레레 미네르바 매뉴팩처에서 만든 MB M68.40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피아제 ‘Altiplano Chronograph’
피아제가 올해도 울트라씬 명가의 이름값을 했다. 지난해 SIHH 때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 Altiplano 900P(3.65mm)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피아제가 올해 SIHH에선 세계에서 가장 얇은 울트라씬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883P(4.65mm)와 시계 Altiplano Chronograph(8.24mm)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Altiplano Chronograph는 다이얼이 복잡한 크로노그래프 모델임에도 오히려 정갈한 아름다움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모델이다. 얇게 만들었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독특한 매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시계의 심장으로 쓰인 883P는 피아제 역사상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부문 울트라씬 월드리코더 무브먼트다. 피아제는 올해 883P 무브먼트를 추가함으로써 울트라씬 세계 기록 보유 무브먼트를 15개로 늘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