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은 언젠가 CEO를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현 CEO 카를로스 곤 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RENAULT-NISSAN WILL NEED TO REPLACE ITS CEO ONE DAY. TROUBLE IS, THEY DON’T MAKE THAT PART ANYMORE.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두 곳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CEO는 카를로스 곤 Carlos Ghosn 이 유일하다. 그가 창조한 1,430억 달러 규모 거대 기업 르노-닛산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본사, 서로 다른 이사회, 상호 지분 교환, 연합 관계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곤이 아닌 다른 인물이 이 회사를 이끌 수 있을까?
by brian dumaine

말 그대로 이 기업은 ‘경영 불가능한 회사’가 될 것인가? 일각에선 르노-닛산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거대 자동차 기업이 바티칸 교황청만큼이나 조직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카를로스 곤의 파워는 더욱 굳건해졌다. 전 세계에서 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은 그가 유일할지도 모른다. 비행기로 12시간 떨어져 있는 두 본사를 기꺼이 오가며, 언어장벽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까? 곤은 닛산에서 회장과 CEO를 겸하고 있다. 닛산 본사는 일본 요코하마 Yokohama, 르노 본사는 프랑스 블로뉴 빌랑쿠르 Boulogne-Billancourt에 있다. 와튼스쿨의 마이클 우심 Michael Useem 교수는 “두 회사의 CEO를 겸하는 건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곤은 마치 이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낯선 사람과도 쉽게 소통하는 능력, 가정 밖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는 점, 비행기를 타고 매년 30만 마일(약 84만 3,000km)을 이동한다는 점(세계 일주를 11번 하는 것과 맞먹는 거리다)을 보면 그렇다. 문제는 그가 60세 이후 은퇴하거나, 혹은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생겨 회사를 떠나게 되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Renault-Nissan Alliance라 불리는 이 거대 기업을 누가 이끌 것이냐이다. 자신이 회사를 떠난 후엔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없을 거라고 본인 입으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그의 업무는 매우 고되고 힘들다. 실제로 그는 가까운 동료들에게 “누가 이 일을 원하겠느냐”고 수없이 말하곤 했다.

이 말은 본인이 당분간 계속 이 일을 하길 원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 몇 년간 그는 르노-닛산을 도요타, GM, 폭스바겐에 이은 세계 4위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시켰다. 두 기업의 연합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닛산은 2014년 일련의 신차 출시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12%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지난 3년 동안 닛산 주가는 50%, 르노 주가는 200% 이상 급등하며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열린 르노 연례회의에서 곤이 천명한 것처럼,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서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현재 르노-닛산의 연 판매량은 850만 대이다. 도요타와 GM, 폭스바겐의 연 판매량은 거의 1,000만 대에 달하고 있다).

이 회사에는 어려운 과제들이 남아 있다. 최근 르노와 닛산의 최고 경영진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다. 브릭스 BRICs 시장에서 르노-닛산의 성장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브라질과 중국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러시아 경제도 침체보다도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며 장기 목표판매량 달성에 실패하고 있는 인피니티 Infiniti도 거느리고 있다(심지어 이 목표는 1년 전 곤이 세운 것이다). 60억 달러를 투자한 닛산의 전기차 리프 Leaf의 성공도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곤은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테네시 주 닛산 스머나 Smyrna 공장에서 열린 자유토론회에서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는 곧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다. ‘경영의 마키아벨리’라 불리는 곤이 당분간 르노-닛산 CEO를 계속 수행할 테니 말이다. 그는 닛산에서 15년, 르노에서 8년 동안 수장을 맡아왔다. 6개월 전 르노 회장 겸 CEO로 4년 연봉 재계약을 했다. 닛산의 경우에도 2017년 3월까지 계약이 남아 있다. 현재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3%(완전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닛산은 르노의 지분 15%(의결권이 없다)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르노가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두 기업의 이사회에서 경영진 교체를 원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닛산 이사회는 대부분 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르노 이사회는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곤의 실제 파워는 그가 르노-닛산의 회장 겸 CEO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Amsterdam의 작고 평범한 사무실 건물에서 나온다. 그곳에는 각각 3명 이상의 르노와 닛산 고위 임원 들로 구성된 독자적인 이사회가 있다. 주요 전략들이 결정되는 곳도 바로 이 암스테르담 사무실 안이다. 벌써 머리가 아프지 않은가?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르노-닛산은 러시아 자동차회사 아브토바즈 AvtoVaz를 인수했다(이 회사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라다 Lada를 생산한다). 곤이 아브토바즈의 회장까지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는 3개 자동차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게 됐다. 모두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 회사들은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에는 1,40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르노-닛산은 메르세데스 Mercedes를 만드는 다임러 Daimler의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고, 다임러는 르노와 닛산 지분을 각각 3.1% 갖고 있다. 또 르노-닛산과 다임러는 3개 대륙에서 12개의 주요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르노가 메르세데스에 디젤 엔진을, 메르세데스는 닛산 인피니티에 동력전달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곤의 뒤를 이을 사람이라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2014년 1월 그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 해 스케줄이 벌써 꽉 차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프랑스, 일본, 브라질에 자택을 가지고 있다. 장성한 4명의 자녀를 둔 이혼남이기도 하다. 몇 년 동안 그와 함께 일한 여러 임원에게 물으면, 곤은 일 외에는 축구밖에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그의 밑에서 일했던 임원들은 일을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는 그의 희생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파리에서 도쿄로 직항하는) 걸프스트림 Gulfstream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자유토론회의 주재, 공장 시찰, 딜러 방문, 임원 및 이사회 회의 참석 등으로 하루에 15~16시간 일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 르노-닛산 공장이 있는 기타 68개국을 돌아다니는 데 각각 3분의 1씩 시간을 쓰고 있다. 시차와 여러 나라의 음식에 적응하면서 끊임없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뿐이다. 곤은 식사와 수면, 운동 등에서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수도승’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곤은 지난 1999년 닛산을 어려움에서 회생시킨 것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난 레바논인으로 프랑스어, 영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4개국어를 구사한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일본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기도 했다. 그는 2년 만에 닛산에서 계열화, 연공서열제를 타파하고 수익성을 회복시켰다. 쉼 없이 일하면서 ‘효율성의 대가’로 떠올랐다. 자동차업계 전문 언론들은 그에게 냉혹하게 비용을 잘라낸다는 뜻의 ‘르 코스트 커터 le cost-cutter’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는 지치지 않는 추진력으로 더욱 유명해졌고, 일본 출판사들은 그의 용감한 의사결정 사례를 다룬 7부작 만화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만화책은 30만 부 넘게 팔려나갔다.

닛산 북미 회장 호세 무뇨스 Jose Munoz는 곤은 언제나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카를로스 곤이 정수기 옆에서 ‘알았다. 이 일을 진행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곤은 치밀한 군 작전을 세우는 장군처럼 몇 가지 엄격한 원칙을 따른다. 일본에선 닛산에 대한 의사결정만, 파리에선 르노에 대한 의사결정만, 러시아에선 아브토바즈에 대한 의사결정만 내린다. 곤은 그렇게 함으로써 생활이 한결 단순해지고 각 기업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곤이 비행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동안, 자동차 업계에선 닛산과 르노를 떠나는 임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2014년 닛산의 최고계획책임자(CPLO) 앤디 팔머 Andy Palmer가 애스턴 마틴 Aston Martin의 CEO로 영입됐고, 인피니티의 책임자 요한 드 나이슨 Johan de Nysschen도 회사를 떠나 캐딜락 Cadillac의 CEO가 되었다. 2013년 (곤에게 말하기도 전에) 블룸버그 Bloomberg에 회사를 경영해 보고 싶다고 밝힌 르노 최고운영책임자(COO) 카를로스 타바레스 Carlos Tavares도 PSA푸조 시트로엥 PSA Peugeot Citroen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전임자 패트릭 펠라타 Patrick Pelata는 정보 유출 스파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상황이었다(하지만 결국 핵심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현재 세일즈포스닷컴 Salesforce.com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직은 원만하게 이뤄진 듯하다. 곤은 엄격한 보스이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공정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을 모욕적으로 대하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지 않는다.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회사를 떠난 임원들의 이직 사유는 고된 업무, 장기간 해외 거주, 타 회사의 영입 제안 등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이직이 곤의 공고한 회사 내 입지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 전직 임원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겐 변화가 꼭 일어났고, 그들은 곧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곤은 “닛산과 르노를 떠나는 임원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GM, 포드, 폭스바겐보다 이직률이 딱히 더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한 드 나이슨의 후임이자 인피니티 책임자로 BMW의 롤란트 크뤼거 Roland Kruger를 영입한 것을 일례로 지적했다.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고전 중인 인피니티를 이끄는 건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롤란트 크뤼거에겐 새로운 업무에 쏟을 에너지가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그는 남극을 홀로 횡단한 첫 독일인이 되었다.


이직률이 평균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곤을 뒤이을 확실한 경영자가 르노와 닛산 모두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 전 직원은 “현재 최고 경영진은 대부분 50대나 60대다. 곤은 약 4년 정도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차기 CEO는 좀 더 젊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곤은 각 이사회가 2~3명의 후보자 명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그 명단에 딱히 유력한 후보가 없다. 곤은 “당분간 다른 곳으로 이직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권좌에 앉아 차기 후보자를 모두 제거하는 이미지는 우스꽝스러운 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는 주주들에겐 결코 농담거리가 아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IHS오토모티브 IHS Automotive의 선임 애널리스트 이언 플레처 Ian Fletcher는 “곤은 누가 차기 CEO가 될지 전 세계에 공개해야 한다. 주주와 업계에 그의 후임이 누가 될지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계속 우려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노-닛산이 카를로스 곤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할 의지가 있는 똑똑한 적임자를 찾지 못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두 명의 CEO가 르노-닛산을 각각 경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CEO가 두 기업을 이끄는 경영 모델이 그동안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시티그룹이나 SAP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르노와 닛산이 이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두 회사가 각자도생할 수 있을지 의문점이 생긴다. 애널리스트들이 말하는 가장 유력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바로 르노와 닛산을 합병해 단일 CEO가 경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두 회사 합병 연구 TF팀에서 근무했던 한 전 직원은 “두 회사의 문화가 너무나 다르고 상호 지분 관계도 매우 복잡하다. 때문에 합병하면 최고 경영진이 1~2년 동안은 핵심사업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닛산이 괜찮은 회사이긴 하지만 최고의 자동차 기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곤은 닛산이 양호한 회사에서 일류 회사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자 한다. 그는 어떻게 이 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는 “모두를 위한 이동수단(Mobility for all)이 전략”이라고 말한다. 무슨 의미냐고 묻자, 그는 “모든 차종으로 전 세계 모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소 허황되게 들리지만 르노-닛산은 이 같은 전략에서 최소한의 진전을 이루고 있다. 르노-닛산은 전 세계 170개국에서 110개의 각기 다른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정교하고 유연한 생산플랫폼 공유 시스템 덕분에 닛산은 맥시마 Maxima(세단)와 무라노 Murano(SUV)를 비롯한 다양한 신형 모델들을 출시할 수 있었다. 르노는 지난해 10월 파리 오토쇼에서 신형 에스빠스 Espace(미니밴)를 선보였다. 메간 Megane(소형차), 세닉 Scenic(소형 미니밴), 라구나 Laguna(중형 세단)도 곧 신형 모델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몇몇 산업 컨설턴트들은 묵묵히 전진하는 도요타와 달리 불안정한 내부 분위기 때문에 주목받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어떻게 ‘모두를 위한 이동수단’이라는 전략을 성공시킬지 궁금해하고 있다. 우선 르노-닛산은 많은 일들을 잘 해내고 있다. 인기 있는 닛산의 신형 로그 Rogue(크로스오버)는 올해 20만 대나 팔릴 전망이고, 르노
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 Dacia도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있다. 닛산이 3,700달러짜리 타타 나노 Tata Nano와 경쟁하기 위해 인도에서 자사 브랜드 닷선 Datsun을 부활시켰을 때, 국제 자동차 안전도 평가조직 NCAP는 안전성을 별 0개로 평가하며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NCAP는 닷선 차체가 너무나 부실한 탓에 닛산이 에어백을 탑재한다고 해도 탑승자의 생존율을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닛산 대변인은 “닷선 GO가 인도의 모든 안전 규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를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곤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활을 건 성장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2017년 회계연도(3월 말)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8%와 영업이익 8%를 달성하겠다는 ‘닛산 파워 88 Nissan Power 88’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닛산은 ‘파워 66(글로벌 시장점유율 6%, 영업이익 6% 달성)’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을 모두 33% 늘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격적인 성장 목표를 세우는 것과 그것을 달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와튼 스쿨의 마이클 우심 교수는 “CEO는 아무리 힘든 목표라 하더라도 그것을 달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경영진이 곧 실망하고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최소한 어느 단계에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고, 곤의 목표 영업이익 달성에도 희망을 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상호 지분 교환으로 르노와 닛산이 서로의 성장을 관심 있게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크라이슬러-다임러와 GM-피아트 등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 간 연합이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곤은 성공한 CEO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르노와 닛산에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했다. 언젠가 그는 두 회사의 연합을 결혼에 비유하며 “부부가 서로 융화돼 한가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삶을 꾸려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닛산의 한 전 임원은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는 대부분 합병 과정에서 봐왔던 ‘승자와 패자’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곤은 르노와 닛산의 디자인과 부품들이 서로 공유되도록 경영진을 설득할 때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는 가끔 다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양사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추진해왔다(서로가 승자와 패자의 관계를 마음속에 담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이익은 얻겠지만 제대로 된 협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르노-닛산은 효율성을 한층 더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했다. 암스테르담 사무실을 떠나 인사, 공급망, R&D, 구매 부서 들이 통합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시너지 효과로 2013년 36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곤은 이 같은 비용 절감 외에도 어떻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계속 선도하고, 인피니티 브랜드를 되살리고, 전기차가 대중화되도록 만들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보다 더 전기차에 열성적인 사람은 없었다. 2010년 출시한 5인승 전기차 ‘리프’는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최초의 전기차는 아니었지만 가장 야심 차게 준비된 전기차였다는 것 만큼은 분명했다. 닛산은 리프 개발에 60억 달러를 투자했다. 리프가 출시될 무렵 곤은 닛산과 조 Zoe라는 전기차를 출시한 르노를 모두 자랑스럽게 여겨 2013년까지 50만 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리프는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우선 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다. 올해 미국 내 예상 판매량은 3만 대로, 테슬라 S Tesla S와 쉐보레 볼트 Chevy Volt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플러그인 전기차가 될 것이라 전망된다.

한 번 충전으로 86마일(약 140km)을 주행하는 리프의 정찰 가격은 2만 9,010달러(연방세 7,500달러 공제 전)이다. 싼 가격 때문에 매일 단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리프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5만 2,000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곤이 2013년까지 목표로 했던 50만 대에는 한참 밑돈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교(UC-Davis)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전기차 연구센터(the Plug-In Hybrid & Electric Vehicle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팔린 플러그인 전기차는 50만 대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기차 판매의 고질적인 문제는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이다. 곤은 충전소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 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1만 곳에 불과하다(주유소는 11만 5,000곳 이상이다). 물론 전기차가 신기술인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적은 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5분이면 기름을 주유하는 가솔린차와 달리, 전기차 충전에는 서너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곤은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300마일(약 480km)에 이를 것이라 보고 있다. 그는 또 충전시간이 12분까지 단축되는 초고속 충전기도 곧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벌써 그 같은 일이 가능한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닛산의 고급승용차 브랜드 인피니티는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곤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몇 년 전 그는 2017년까지 인피니티의 연간 판매량을 50만 대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은 12만 대에 불과할 전망이다. 때문에 목표 달성 시한이 2020년으로 미뤄졌다. 인피니티는 수익성은 있지만, 일류 브랜드로는 나아가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세데스, BMW, 아우디 같은 최고급 승용차와는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인피니티를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는 “인피니티 구매자들은 BMW나 메르세데스를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쉐보레나 포드를 타는 사람들은 더 비싼 차량의 구매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들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인피니티는 구매력 있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그리고 자율주행기능을 강조해왔다. 나쁘지 않은 마케팅 포인트다. 하지만 무언가 더 매력적인 구매동기 유발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BMW에서 롤란트 크뤼거를 CEO로 영입해 온 것은 BMW 문화의 일부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닛산은 인피니티를 신 나고 박진감 넘치는 이미지로 내세우기 위해 새로운 광고에이전시를 고용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현재 가장 희망적인 징조는 2013년 곤이 인피니티 본사를 일본에서 홍콩으로 이전, 직원들이 닛산의 관료주의적 분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했다는 데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비용 절감 덕분에 르노-닛산에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그의 실적과 신기술에 대한 실험정신을 고려하면, 곤이 르노-닛산을 세계 3위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시킬 수 있는 인물이란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목표가 달성된다 해도 그가 물러난 후 누가 이 복잡한 조직(Rube Goldberg organization) *역주: 루브 골드버그는 복잡한 기기를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만화가다을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미제로 남게 된다. 곤은 몇 년 안에 르노-닛산을 좀 더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꾸거나, 자신과 똑같은 후임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회사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드는 구조조정을 겪어야 한다. 이는 어느 CEO라도 남기고 싶지 않을 유산일 것이다.

인피니티 Q50 시승기

카를로스 곤은 르노-닛산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는 자율주행 자동차이며, 인피니티가 이 분야를 선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새롭게 출시된 중형 인피니티 Q50 럭셔리 세단(풀 옵션 5만 6,000달러)을 타고 일주일간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Westchester County 인근을 달려봤다. 이 차량은 3.5리터 V-6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최대 출력은 360마력에 달한다. 연비는 도시 내에서 29mpg, 고속도로에서 35mpg로 꽤 인상적이다(mpg는 갤런당 주행 가능 마일). 이 차에는 옆 차선의 차가 시야 안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계기판에 노란 불빛이 깜빡거리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blindspot monitoring system)과 충돌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운전 중 딴생각을 하다가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이 밖에도 신기술은 또 있다. 인피니티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고속도로에서 자동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말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 어느 날 오후 필자는 ACC(Adaptive Cruise Control) *역주: 주행속도와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와 ALC(Active Lane Control) *역주: 차량이 도로 중앙에서 곧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를 작동시켜 놓고, 앞차와 차량 3대가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뉴욕 287번 고속도로를 시속 65마일(104km)로 한 시간 동안 달렸다. 운전대를 잡지 않았지만 내 차는 앞 차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 채 곡선 구간까지 인식하며 주행했다. 참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로에 교통량이 많아 정체되면 차도 속도를 줄이며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자율 주행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는 이 시스템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주행 속도가 시속 10마일(16km)로 느려지자 오른쪽에 있던 차가 내 쪽으로 끼어들려 했다. 차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알아서 충돌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필자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까지는 미래의 기술이란 생각이 들었다. -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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