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은 지금] 롯데칠성음료

범상치 않은 클라우드 인기
맥주시장 전쟁 도화선 되나?

지난해 4월 롯데칠성음료에서 출시한 클라우드 맥주(이하 클라우드)가 업계의 예상을 깨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전사 차원에서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인 덕분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맥주 업계에 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클라우드 론칭 당시 당해 매출 목표를 330억 원으로 설정했는데, 결산 결과 440억 원이 나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초과달성이었습니다.” 김조일 롯데칠성음료 주류 BG 홍보팀 팀장의 말이다.

지난해 4월 출시한 클라우드가 업계의 예상을 깨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클라우드 출시 당시 주류업계는 업종 특유의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과 높은 시장 진입 장벽, 국내 맥주시장의 정체된 성장 및 수입 맥주들의 인기 상승, 5만 킬로리터(kl)밖에 안 되는 적은 생산량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예상한 바 있다. 믿을 건 ‘롯데’ 이름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롯데칠성음료가 운영하고 있는 주류사업은 다양하지만, 사업 특성상 주류별 영업 내용의 차이가 커 기존 주류사업의 영업 후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론칭 초기 어두웠던 시장 전망과 달리 현재는 클라우드가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충주 공장을 생산능력 한계치까지 돌리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클라우드가 생산되는 즉시 시장에서 모두 소진되고 있다는 얘기죠. 다른 말로 하면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아직은 생산능력이 작아 시장점유율이 낮긴 하지만, 맥주사업을 아예 안 하던 회사인 데다가 초기 시장진입이 매우 어려운 사업임을 고려하면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봅니다.”

향후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국내 전체 맥주 공급량은 총 200만kl로 추정된다. 이는 수입맥주 통관량에 국내 맥주 회사들의 생산 규모 한계치를 모두 합했을 때 나오는 가정치이다. 클라우드를 만드는 롯데칠성 충주 공장은 연 5만 kl급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생산 능력으로만 따지면 클라우드는 국내 맥주시장의 2.5%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클라우드의 실제 시장점유율이 2.5%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 예상한다. 클라우드는 충주 공장을 생산 한계치까지 돌리는 반면, 다른 브랜드의 맥주 공장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맥주 공장들은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실제 생산량은 연간 생산 능력치보다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50만 kl급 생산 규모를 갖췄다고 해서 연 생산량이 50만 kl가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일부 조사에선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10월 실시한 ‘주류 시장에 대한 대규모 기획조사’에 따르면, 최근 음용률로 추정한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은 6.0%였다. 특히 클라우드는 향후 성장전망 평가에서 국내 맥주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평가가 59.7%로 나타나, 카스후레쉬(37.8%)나 하이트(37.7%), 카스라이트(41.9%), 맥스(38.2%) 같은 다른 국산 맥주 브랜드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15% 시장점유율이 1차 목표

올해와 내년에는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이 훨씬 더 올라갈 전망이다. 현재 운용 중인 충주 공장이 시설 확장으로 올해 3월부터 5만 kl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충주 공장의 최대 생산량이 10만 kl급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제2공장 착공도 진행될 예정이다.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삼은 제2공장 역시 충주에 건설될 예정으로 규모는 20만 kl급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증설될 공장 규모만큼 시장점유율도 같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김조일 팀장은 말한다. “제2공장 투자금액만 5,890억 원에 달합니다.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큰 금액이죠.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겁니다. 현재 클라우드는 생산량이 곧 판매량일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제2공장 생산량까지 합하면 총생산 규모가 30만 kl급이 될 터인데, 이도 전량 소화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체 시장 규모가 같다고 가정할 때,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이 현재 2.5%에서 2년 뒤에는 1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현재 성장이 거의 정체된 국내 맥주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15% 시장점유율은 아주 공격적인 목표치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의 상승세를 보면 아주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지난해 3분기 3,500만 병이었던 판매량(330ml 병 제품 기준)이 4분기에는 4,000만 병으로 14%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 1,500만 병이 판매되며 월 판매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수입 맥주 맛을 가진 국산 맥주

클라우드는 출시 9개월 만인 지난 1월 1억 병 판매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출시와 동시에 세월호 참사가 터져 론칭 마케팅도 거의 없었고, 초두효과도 크게 누리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좋은 성적표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인근에서 맥주 펍(Pub)을 운영하는 송 모 씨는 “최근 병맥주 판매량으로만 보자면 클라우드는 아사히, 하이네켄에 이어 호가든과 3, 4위를 다투고 있다”며 “반짝인기일줄 알았는데 갈수록 상위권을 굳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맥주 동호회 ‘맥주야 놀자’ 회원인 장희선(24·대학생) 씨는 “요즘 제 주위에선 클라우드를 많이 마신다”며 “국내 브랜드 맥주 중에선 맛이 제일 낫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맛에 대해선 대체로 평가가 후한 편이다. 클라우드는 지난해 7월 방영된 MBC ‘불만제로’ 프로그램 맥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필스너 우르켈(체코), 산미구엘(필리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내맥주 브랜드 중에서는 1위였다.

롯데칠성음료 측에서도 클라우드의 맛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조일 팀장은 말한다. “요새 저희 맥주 기술자들의 콧대가 아주 높아졌습니다. 여러 테스트에서 맛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거든요. 자화자찬이긴 합니다만 저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맥주 전체를 갖다 놔도 2, 3위는 한다고 봅니다. 마케팅 스탠스도 ‘수입맥주 맛을 가진 국산 맥주’거든요. 저희는 차별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다른 국산 맥주들과는 달리 물을 타지 않은 순수 발효원액을 소비자들에게 제공(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하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맛이 정말 좋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

국내 맥주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든 지 오래다. 전체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최근에는 수입맥주들의 시장점유율마저 커지면서 국내 맥주 사들이 위아래로 치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 외 다른 국내 대기업들은 맥주 공장을 운영하는 식의 대규모 주류사업보단 게스트로 펍이나 마이크로 브루어리 같은 소규모 외식사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맥주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데블스 도어, SPC그룹의 그릭 슈바인 등이 그 예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롯데그룹의 충주 맥주 공장 운영과 클라우드 출시는 매우 과감한 결단이었던 셈이다.

롯데그룹의 대규모 맥주사업 진출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롯데그룹은 이미 1980년대부터 맥주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샀다. 롯데는 카스나 OB맥주 등 굵직굵직한 맥주 브랜드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2009년 두산그룹 구조조정 당시 매물로 나왔던 거의 2조 원 규모의 OB맥주 대신, 5,000억 원 규모의 두산주류를 인수하면서부터는 ‘맥주사업의 꿈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조차도 롯데 주류사업부 내에는 ‘우린 이게 끝이 아니야, 반드시 맥주사업을 하고 말 거야’ 같은 강한 목적의식이 공유되고 있었다. 맥주 회사 인수에 계속 실패한 롯데그룹이 결국 ‘시설부터 브랜드까지 모두 갖춘 회사를 인수하는 대신 처음부터 직접 다 만들어버리자’고 결심해 탄생한 것이 충주 맥주 공장과 클라우드였다.

맥주시장 전쟁 불씨 되나?

맥주사업을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롯데는 온전한 맥주 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돈 외에도 영업 및 마케팅에 들어가는 판매관리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2009년 두산주류 전체를 인수하는 데 들었던 5,030억 원과 20만 kl급 소규모(업계에선 30만 kl급 이하 공장을 소규모 공장으로 분류한다) 제2 맥주 공장을 짓는 데 든 5,890억 원만 비교해도 시장 진출 방법에 따른 투자 비용의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의 1,724억 원보다 700억 원(40.6%)이나 줄어든 1,024억 원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시장은 롯데칠성음료의 영업이익 하락이 클라우드 출시에 따른 막대한 판관비 지출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맥주사업 부문 영업손실은 약 300억 원이다. 지난해 클라우드 매출이 440억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매출원가와 판관비로 740억 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주류산업의 매출원가 비중이 작은 것을 고려하면 700억 원 정도가 판관비로 쓰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영업이익 하락분과도 일치하는 금액이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자신들이 맥주 업계 신규사업자이기 때문에 판관비 지출은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얘기한다. 주류사업 특성상,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을 때 수익성이 상당한 만큼 현재의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말한다. “먹는장사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익성이) 좋은 게 술장사입니다. 일반 제조사들은 영업이익률이 5%만 돼도 ‘와~’ 하는데 술 회사들은 기본이 10% 이상입니다. 지방 소주 제조사들은 25%까지도 갑니다. 엄청난 장사죠. 게다가 현금 유동성도 좋아 오늘 팔면 일주일 안에 돈이 들어옵니다. 초기 지출이 많은 건 맞지만, 규모의 경제만 이룬다면 이른 시일 내에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를 성공 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시장에선 본격적인 맥주시장 시장점유율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롯데칠성음료 측이 맥주사업에 보이는 열의가 대단합니다. 수년 후 설비 투자 계획까지 세워놨다는 건 기업이 이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예요. 공장 증설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죠. 시장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내 굴지의 그룹사가 뒤를 받쳐주고 있는 만큼, 이제 곧 본격적인 맥주시장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롯데그룹의 진정한 맥주사업 성공 여부는 그때 가서야 가려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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