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투석기의 부활

History Strikes Back

화약이 발명되기 전 고대의 군대는 온갖 파괴적인 물건을 발사하는 공성병기를 애용했다. 로마인들은 벌이 담긴 봉투를 날렸고, 카르타고인들은 독사를 토기에 넣어 적함에 투척했다. 몽고의 경우 성벽 너머로 전염병에 걸려 숨진 시신을 던져 넣어 세균전을 펼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런 기록들을 읽다가 파티에서 사용할만한 고대 로마의 투석기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의 투석기 관련 글을 읽은 끝에 당시와 동일한 설계를 완성했다. 물론 현대의 공구와 재료를 사용했으며, 용도가 용도인만큼 크기도 대폭 줄였다.

투석기의 암(arm)은 밧줄을 꼬아 만든 스프링에 의해 작동된다. 고대인들은 밧줄의 소재로 말털을 선호했지만 필자는 사이잘과 마로 만든 천연섬유를 이용했다. 나일론보다 신축성이 적기 때문에 완전히 꼬았을 때 암에 큰 탄성을 줄 수 있다. 이 탄성을 이겨낼 수 있도록 목제 골조에 가로 지지대도 추가했다. 특히 스프링이 팽팽하면 암이 빠르게 풀리기 어려운 만큼 철물점에서 구입한 ‘패닉 스냅(panic snap)’을 활용, 빠르게 풀리면서 제어력도 좋은 방아쇠를 제작했다.

물론 방아쇠의 성능이 뛰어나도 탄약을 제대로 날리는 것은 꽤 어렵다. 탄약이 암에서 너무 빨리 분리되면 하늘을 향해 발사되고, 너무 늦게 분리되면 투석기 앞에 패대기쳐진다. 이에 탄약에 줄을 묶은 뒤 줄의 반대쪽 끝을 투석용 암의 고정쇠에 걸었다. 투석기를 발사하면 줄이 팽팽해지는 순간 암에서 탄약이 분리되도록 한 것이다. 줄이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점에 탄약이 분리되도록 할 수 있으며, 사거리도 제어 가능하다.

이웃집의 정원 파티에 완성된 투석기를 가져가 야구공과 부리토, 맥주캔을 발사해봤는데 맥주캔은 날려보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상대방이 잘 받지 못하면서 바닥에 떨어져 터져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2,500년전 최초의 투석기가 발명된 시점.



popsci.com/DIYcatapult에서 자세한 제작법을 확인할 수 있다.

Warning: 상식을 벗어나지 않은 탄약만 사용해야 한다. 또한 투석기 작동 시에는 고글을 착용하고, 신체가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거스텔이 이번호부터 현대적 기법으로 고대 무기를 DIY하는 코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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