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장 필립 쿠르트와 MS 인터내셔널 사장 인터뷰

'모바일 퍼스트·클라우드 퍼스트’
마이크로소프트 진화는 계속된다

포춘코리아가 최근 방한한 장 필립 쿠르트와(Jean Philippe Courtois)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내셔널 사장을 만나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진행됐던 기업 변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쿠르트와 사장은 북미를 제외한 글로벌 110개 지역에서 세일즈 마케팅과 서비스를 지휘하는 핵심 인물이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3월 3일 오전 3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법인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 여럿이 복도를 부산하게 오가고 있었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쿠르트와 사장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캐주얼한 신생 IT 기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쿠르트와 사장은 호텔 내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쉴 틈 없이 만나고 있었다. 포춘코리아는 국내 미디어 가운데 유일하게 그중 한 타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사티아 나델라 CEO의 가장 큰 성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세계에 진입시킨 것입니다.” 쿠르트와 사장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로 대담을 시작했다. 나델라는 지난해 2월 스티브 발머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수장에 오른 인물. 그의 어깨엔 ‘구시대의 공룡’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막중한 책임이 지워져 있다. 전임 CEO 발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윈도우8과 윈도우폰, 서피스(윈도우 태블릿) 등을 개발하며 시장을 추격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나델라는 발머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나섰다.

첫 공식행사부터 나델라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애플용 오피스를 선보였다. 윈도우 환경에서만 작동하던 프로그램을 경쟁 OS 환경에서도 돌아가게 한 것이었다. 이는 혁명적인 변화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영역은 크게 윈도우, 오피스, 서버 세 가지로 나뉜다. 각각 30% 정도 균등하게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 중 윈도우와 오피스는 천생연분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오랜 세월 정상을 지켜왔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한눈을 팔며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쿠르트와 사장은 말한다. “모빌리티(이동성)를 말할 때 과거엔 주로 기기 측면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경험’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 어느 기기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윈도우건, 안드로이드건, iOS건 상관치 않겠다는 것이다. 쥐만 잡을 수 있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모두 취하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잡으려는 쥐는 무엇인가? 기업과 소비자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를 ‘생산성 및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쿠르트와 사장은 말한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지난 25년간 오피스 제품을 통해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습니다. 실제로 전세계 10억 명 이상이 오피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생산성’이라는 개념 역시 다시 한 번 재조명했습니다.”

이전에는 생산성을 주로 ‘문서 작성’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엔 ‘모빌리티’와 ‘협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쿠르트와 사장은 말한다. “오피스365(오피스 최신 버전)는 안드로이드, 아이패드, 서피스 등 어느 모바일 기기에서나 사용이 가능합니다. 또 협업 차원의 서비스 역시 강화됐습니다. 야머 Yammer가 대표적이죠.” 야머는 기업 내부용 SNS 다. 야머를 이용해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쉽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협업할 수도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KT 그룹 내 고객서비스 기업인 KTcs 등이 야머를 사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카이프 통역과 같은 지능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화상회의 중 실시간 통역을 지원하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쉽게 협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변화는 무료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 오피스와 모바일 오피스를 개인에게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 전략을 떠올리게 만든다. 구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워드와 엑셀 등을 무료 서비스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들이 자사 플랫폼 안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회사 전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쿠르트와 사장은 먼저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오피스365 비즈니스는 생산성과 관련된 플랫폼 중 가장 포괄적인 기준을 제공합니다. 첨단 이메일 기술, 포털 협업, 높은 보안 수준의 화상회의, 그리고 야머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기준을 포함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분석과 관련된 파워BI(엑셀+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외에도 ‘높은 보안수준’과 ‘온-오프 라인의 균형’ 등을 오피스 365의 특장점으로 꼽았다. 높은 보안수준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수준을 말하며, 온-오프 라인 균형이란 클라우드 버전과 설치 버전 제품 간 연계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쿠르트와 사장은 ‘본질적인 차이’를 언급했다.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는 광고입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은 생산성에 있습니다. 광고주가 아닌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죠.”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주는 개방적인 변화는 매출과 수익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일단 오피스 365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9년 출시 이후로 상용 고객 수가 21분기 연속 세자릿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80%가 오피스 365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동안 오피스 365는 전년동기 대비 430%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OS 기반을 확대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 시그널이 모바일 퍼스트의 결과란 얘기다.

그러나 윈도우 시장은 축소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커플인 오피스가 한눈을 팔아서 윈도우 유저가 줄어든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기업 고객이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겨탐에 따라 윈도우 온프레미스(설치 버전) 유저가 줄었을 뿐이다. 이건 클라우드 퍼스트의결과다.

쿠르트와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가트너 발표에 따르면, 비전과 전략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시장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서버만 제공),PaaS(Platform as a Service: OS 같은 플랫폼까지 제공),SaaS(Software as a Service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제공) 세 종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부문은 지난 1년 동안 55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쿠르트와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는 가장 보안 수준이 높은 클라우드 서비스”라며 자사 서비스의 높은 보안 수준을 특히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 최초로 EU 인증과 ISO 표준(ISO IEC27018)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 보안 문제는 클라우드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기업은 여전히 미국의 클라우드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카카오톡이 정부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해 보안 관련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쿠르트와 사장은 이를 기우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어떤 정부에도 허가 없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미국 정부가 한 개인고객 정보를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에불응하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높은 수준의 보안 기술과 정책을 적용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쿠르트와 사장에게 마이크로소프트의 향후 전략에 대해 물었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OS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낮은 점유율이 궁금했다. 그 원인과 향후 대책에 대해 콕 집어 물어보았다. 쿠르트와 사장의 대답은 이랬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윈도우폰의 점유율은 성장세에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선 윈도폰 점유율이 10% 이상입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핵심을 비껴간 대답이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선 윈도우 OS의 점유율이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묻기엔 인터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윈도우 10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윈도우 차기 버전인 윈도우 10은 프리뷰 버전이 이미 공개됐다. 윈도우 10은크로스 플랫폼 전략 아래 개발됐다. PC용이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이든 상관없이 윈도우 10 OS는 모두 동일한 코어를 갖도록 개발 중이다. 개발자가 앱 하나를 개발하면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이에 반응할까? 올해 안에는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쿠르트와 사장은 30년 넘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해왔다. 그동안 CEO를 세 명 보좌했다. 그는 “세 명의 탁월한 CEO와 일할 수 있던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 CEO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다. “빌 게이츠는 설립자로서 가장 많은 영감과 비전을 줬습니다. 스티브 발머는 놀라운 비즈니스 리더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회사를 재창조하는 임무를 띠고 기업을 이끌며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 아래 임직원에게 많은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임직원과 시장은 그 방향성에 기대를 걸고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의 파트너!

MS 제품으로 생산성 높인 국내 기업들

1. JYP 엔터테인먼트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하나인 JYP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9월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콘서트를 열었다.서울과 홍콩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린 대규모 콘서트인 만큼 전 세계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웹페이지 접속 폭주도 우려됐다. 이에 JYP는 서비스 플랫폼을 클라우드 방식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웹사이트로 구축해 쾌적한 로딩 속도를 가능케 했다.

2. 스페이스원

태양광 인버터 제조기업 스페이스원은 자사 제품에 IoT(사물 인터넷) 기능을 추가하고 애저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기기에 상관없이 발전시스템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했다.

3. 넥슨 유럽

넥슨 유럽은 전 세계 104개국에 13억 명이 넘는 게임 사용자를 확보한 넥슨의 자회사다. 넥슨 유럽은 오피스 365를 통해 한국과 유럽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사소통하고 있다.

4. 액토즈소프트

온라인 게임 업체 액토즈소프트는 오피스 365의 익스체인지 온라인으로 기존 이메일 환경을 바꿨다. 이메일 첨부 파일을 통한 보안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정크메일을 10%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