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 서비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핵심 콘텐츠인 구글 지도 등 글로벌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유독 국내에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국내 서비스의 ‘불편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공간 정보 서비스란 공간에 관한 정보를 생산·유통하거나 다른 산업과 융복합하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인터넷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한 지도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간정보 서비스는 유무선 통신기술, 위치기반서비스(LBS),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사물통신(IoT) 등 모바일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 핵심 서비스로 급부상하며 중요 정보로 인식되어 왔다. 미래 공간정보는 단순 콘텐츠 영역을 뛰어넘어 상황정보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어 앞으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공간정보서비스의 핵심은 바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포함하는 전자지도(Digital Map)에 있다. 전자지도란 종래의 종이지도를 컴퓨터 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정보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종이지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정보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갖가지 지리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전자지도가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전자지도를 이용하면 위도·경도·주소 등의 위치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앱의 70%가 위치정보를 사용하고 있다. 위치정보 사용 시에는 반드시 그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전자지도가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는 외국에서 거의 블랙홀에 가깝다. 국내법에 따라 전자지도의 외국 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이 우리나라 전자지도 관련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2010년에도 국토해양부 측에 구글맵 서비스를 위한 항공사진 반출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보안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구글 지도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반쪽짜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글 지도를 보는 수많은 외국인도 마치 우주의 블랙홀처럼 정보가 온전하지 않은 한국 지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 지도는 전 세계 주요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항공사진을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자동차 도로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항공사진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자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반출될 경우 국가안보를 위협받는 등 국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측량·수로 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측량법)’과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을 들어 전자지도의 국외 반출을 지금까지 제한해 오고 있다. 측량법상 외국에서 우리나라 전자지도를 서비스 하려면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거나, 외국 정부와 그 정보를 맞교환하는 등 대통령령에 열거된 조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본사가 미국에 있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서비스를 하고 있을까? 전자지도 반출이 안 되는 한국의 지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전자지도 데이터 업체와 협력, 한국을 위한 별도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 영상처리나 길 찾기 등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서버가 미국 본사에 있다 보니 '항공사진'이나 길 찾기 같은 다양한 지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지도가 우리나라에서만 항공 사진을 안 보여주고, 자동차 도로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이 유독 한국의 지도서비스만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한국정부가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수치지도나 항공사진 데이터의 경우, 해당 범위 정보가 적대세력의 손에 넘어갔을 때 정밀 공격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장관 승인 등의 절차를 따르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월 국토교통부는 그나마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외국 업체의 지속적인 요구와 독도, 동해 등 올바른 지명표기 같은 이유에 따라, 전자지도를 국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관련 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영문판 전자지도 공급을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급하는 국외반출용 전자지도는 '2만 5,000분의 1' 축적에 지리정보(POI) 17만 건을 담은 영문판 전자지도다. 통상 국내 기업이 제공하는 전자지도 축척이 '1,000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디테일이 낮은 지도다. 이 정도 수준의 지도를 제공하면서 외국 업체의 지속적인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힌 정부관계자가 한심할 따름이다.
구글이 이번에 국토부 장관 승인을 받는다면 네이버나 다음처럼 항공사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구글 지도에서 불완전하게 제공됐던 길 찾기 기능 같은 주요 프로그램을 보완해 외국인들이 한국지도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지도 기반 관광정보 서비스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했던 한국관광공사의 바람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구글지도가 한국에서 몇 년째 항공 영상이나 길 찾기 등을 제외한 '반쪽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일조했던 정부가 태도를 바꿔 이를 허용해 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공간정보 관련 법령을 개정해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제공 및 활용 수준을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지도상에서 블랙홀이 되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