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 1위, 팀 쿡이 위대한 리더가 되기까지
전석적인 인물 스티브 잡스의 자리를 물려받은 팀 쿡이 애플에서 더 큰 재정적 성공을 이뤄내고 있다. 한편으론 기업문화를 바꾸고 리더로서 공개적인 목소리도 내고 있다.
입력 2015.06.23 11:44:42
수정
2015.06.23 11:44:42
팀 쿡은 애플 CEO라는 중책을 맡을 준비가 됐다고 확신했다. 잡스가 병가를 내고 세 번 회사를 비웠을 때, 쿡은 그의 공백을 메웠다. 결국 잡스가 숨을 거두기 6주 전이었던 2011년 10월, 쿡은 애플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쿡이 직면한 상황은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 전설의 뒤를 이을 때 뒤따르는 철저한 검증에 대해선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쿡은 “나는 원래 쉽게 동요하지 않는 사람인데, 그런 성향이 더욱 심해졌다. 스티브가 떠난 후 깨달은 것이 있다. 그전에는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로 스티브가 경영진에게 거대한 방패였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중 그 누구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다. 우리의 관심사가 제품 자체와 사업 운영에 쏠려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모든 공격을 자신이 직접 받아냈다. 그가 칭송받은 부분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 강도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승리의 순간을 만끽해야 하는 순간에도 쿡은 자신을 돌아보며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3월의 화창한 어느 일요일, 그는 다음 날 있을 행사 리허설 중간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쿡은 이 행사에서 애플 워치Apple Watch 의 세부정보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CEO에 오른 후 처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애플이 행사를 개최하는 샌프란시스코 한 강당에서 멀지 않은 옥외 카페 차양 아래에 앉아 쿡(54)은 스낵을 우물거리며 회사를 이끌었던 지난 3년 6개월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는 후렴처럼 반복되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 애플은 팀 쿡 아래에서 혁신할 수 없다’거나 ‘애플이 구글 안드로이드의 발전을 막으려면저가 아이폰을 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쿡이 잡스의 마법을 절대로 똑같이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이 더 이상 ‘미친 듯이 훌륭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쿡은 스스로 잡음을 차단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그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대처했지만 이젠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면 몇 가지 기술을 익히게 된다. 앞으로 내 인생의 다른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 멋진 기술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검증의 고난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러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얼마 동안은 애플페이Apple Pay 와 같은 신규 서비스나 애플 워치가 재무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지난해 인수한 비츠Beats -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드폰 제조업체 - 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사실은 앞에 언급한 각각의 사례가 그 자체로서 애플의 전진을 방증하고 있으며, 1997년 해임된 길 아멜리오Gil Amelio 이후 비설립자로는 처음으로 쿡이 CEO에 올라 현재 애플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런 움직임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통해 쿡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최소한 잡스를 대신해 회사관리만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쿡은 보여주고 있다.
쿡이 이끄는 현재 애플의 토대가 탄탄해졌다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잡스 사망 이후 액면분할로 54달러로조정됐던 애플의 주가는 이젠 126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시가총액도 7,000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서 기업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애플의 시장 가치는 엑손모빌Exxon Mobil이나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의 두 배가 넘고 있다. 또 애플의 현금 보유고는 1,500억 달러로, 2010년이후 세 배나 증가했다( 쿡이 CEO에 오른 이후 배당금과 환매를 통해 926억 달러를 지출했음에도 현금 보유고가 증가한 것이다. 잡스가 주주들에 대한 현금지급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는 점을 주목하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리고 애플은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특히 2014년 중국에서 38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판매했다. 쿡은 제품 관련 논란이 발생했을 때도 - 애플 지도(Apple Maps)를 생각해보라 - 솔직함과 겸손함으로 대처했다. 잡스 때부터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경영진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몇몇 주요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때로 인재영입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솔직하게 실수를 고백했다.
놀랍게도 쿡은 집중조명을 그저 버텨낸 것이 아니었다. 자신과 애플의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스포트라이트에 다가서며 인정받는 애플 리더가 됐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기로 결정하면서, 한때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기업CEO가 단번에 세계적인 롤모델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인물은 쿡이 유일하다. 또 그는 애플의 세계적인 사업규모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활용해인권, 교육받을 권리, 월가 여성의 지위, 이민법 개혁, 사생활 보장 등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앨라배마 주 출신인 쿡은미국 최남동부 지역(Deep South)의 중심지까지 찾아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쿡은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는 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면을 통해 잡스와 차별화를 꾀했다. 1998년 컴팩 컴퓨터Compaq Computer 를 떠나 애플에 합류한 쿡은 그전에 IBM에서 운영업무를 경험하며 경력을 쌓았다. 애플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제품개발,디자인, 마케팅과 같은 주요 분야에 어울리는 ‘ 필수 전문가(subject-matter expert)’라고 할 수는없었다. 그 결과, 쿡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잡스와 달리 자기 선수를 믿는 감독처럼 행동했다.
거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결과 고위 경영진에 상당한 안정감이 생겼다. 1989년 애플에 합류한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 에디 큐Eddy Cue 는 “그는 한 번도 스티브처럼 되려고 한 적이없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자기 자신으로 남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일을 하도록 놔두는 데 능숙했다. 큰 그림을 알고그 부분에 관여하며, 필요할 때 나섰다. 스티브는 아주 작은부분까지 관여했다.”
물론 잡스처럼 되는 방법은 없다. 사업가 잡스는 인정 사정없이 전진하면서 끊임없이 훌륭한 결과물을 낳은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또 한편으론 쿡이 지금까지 이뤄낸 3년 이상의 안정적인 성공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수이자 리더십 및 변화관리 센터(Center for Leadership and Change Management)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유심Michael Useem은“요즘 최고경영자와 관련해 내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르는 주제는 쿡에게 애플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와튼 스쿨의 저명한 경영학교 많이 떠오르는 주제는 쿡에게 애플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쿡은 “비평가들의 말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단 무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표를 얻을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TV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나를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옳은 것을 결정하도록 놔두지 않고, 나 스스로 결정권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훨씬더 나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쿡의 강력하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는 그가 이룩한 CEO의 모습에도 투영되고 있다. 잡스가 창조한 애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쿡보다 더 적극적으로 옹호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애플의 주변적인 특징을 조금씩 바꿔나가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자신만의 관점을 더하면서 애플의 이미지를 미묘하지만 분명하게 다시 정의하고 있다는 얘기다. 잡스가 살아있다면 동의했을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수수께끼 같았던 잡스 자신도 죽음이 가까워오자 쿡에게 “결정을 내릴 때 ‘스티브 잡스’의 생각을 반영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를 미뤄볼 때, 쿡이 이끄는 애플의 방향에 대한 잡스의 생각은 결국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팀의 경영진 - 쿡이 의지하는 애플의 주요 임원 5인
진실의 순간
리처드 테드로 Richard Tedlow는 하버드에서 지난 31년 동안 기업 역사를 가르친 인물이다. IT 기업 전문가인 그는 왓슨Watson 집안의 IBM 지배에 대한 굴곡을 다룬 책과 인텔의 변덕스러운 CEO 앤디 그로브 Andy Grove 전기를 저술한 바 있다. 현재 테드로는 잡스가 사망하기 전 설립한 사내 교육기관 애플 대학(Apple University)에서 강의하고 있다. 애플 대학은 일반적인 경영교육 기관이 아니다. 테드로는 이 대학을 “색다른 사고를 위한 기업 대학(Think Different corporate university)”이라고 부른다. 잡스가 진두지휘했던 1990년대의 유명한 광고에 대한 헌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대학의 목표는 직원들을 위해 애플의 독특한 방식을 공식 문서화 하는 것이다. 아울러 직원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린 태도를 취하도록 비애플적 관점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테드로는 이 대학을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 있는 치료동맹(therapeutic alliancebetween technology and the liberal arts)”이라고도 부른다. 교과과정을 들여다보면 컴퓨터나 기기 - 애플에 대한 자체 관점을 공공연하게 더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 관련 사업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예컨대 스탠퍼드 정치철학 교수 조슈아 코헨 Joshu a Cohen 은 바흐의 유명한 골드버그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을 녹음하고 또 녹음했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Glenn Gould의 치밀한 노력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최초의 맥Mac 제품 안에 들어갈 완벽한 나사에 집착한 잡스의 모습은 애플 대학 학생의 모습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다.
최근 테드로는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강의에선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않고(with malice toward none)’로 시작하는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의 유명한 두 번째 취임연설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테드로(67)는 링컨이 이 취임연설을 통해 “보복이 아닌 화해의 순간”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학자 출신인 테드로는 애플에 합류한 후 대중 앞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이 강의에서 매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의 포클랜드제도 전투 결정이나 존슨 앤드 존슨 Johnson & Johnson CEO 제임스 버크 James Burke 가 제품 용기 변형 위기에 대처한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테드로는 링컨 같은 인물이 겪었던 진실의 순간과 잡스가 사망한 시점에 쿡이 직면한 상황을 일직선으로 연결한다. 물론 사랑받는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이끄는 일과피로 얼룩진 내전으로 갈가리 찢긴 국가를 다시 합치는 일을 비교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감정적인 동질성은 선명하게 발견할 수 있다. 테드로는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모든 사람의 기대가 주는 무게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쿡은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Cupertino 애플 캠퍼스 안뜰에서 진행된 직원 대상 추도 연설에서 “최고의 날들이 우리 앞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아마도 그 상황에선 전달하기 어려운 메시지였을 법하다.테드로는 이에 대해 “전쟁에 지치고, 깊은 갈등에 빠진 국가를 안정시키려 했던 링컨의 노력에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포스트 잡스 시대에도 애플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대중들을 설득하는 건 쿡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근시일 내에 주목받을 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애플에겐 거의 없었다. 잡스가 사망하기 하루 전 출시한 음성인식 앱 시리Siri 정도가 애플이 보유하고 있던 얼마 되지않는 혁신의 힌트였다. 하지만 시리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기존 기능을 애플이 따라가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했다. 게다가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다. 시리는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경우가 많았고, 곧 애플에 도움이 안 되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1년 후 애플은 제품 문제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바로 모바일 지도 서비스 문제였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좋은위치를 유지하던 구글 지도를 밀어내고 자체 지도 서비스를 탑재했다. 하지만 애플 지도엔 오류가 많았고, 우습게도 사용자를 잘못된 장소로 안내하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그 성능이 너무 기대에 못 미치자 쿡은 공개적으로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객들에게 다른 제품보단 구글 지도를 사용하라고 권장하기까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쿡은 잡스의 오랜 지인이자 모바일 소프트웨어 부분 수장을 맡고 있던 스콧 포스털Scott Forst all을 해임했다.
2013년 쿡은 다시 한 번 고위 경영진에 관련된 문제에 직면했다. 쿡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이는 영국 할인 전자제품 체인점 딕슨Di xon’s 을 이끌던 존 브로John Browett 였다. 고급 소매 사업을 벌이던 애플CEO가 저가 소매업체의 대표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과거 타깃 임원을 역임하고 애플에 합류한 후 계속 애플 매장 부문을 이끌었던 론 존슨Ron Johnson은 그 무렵 회사를 떠났고, 후에 J. C. 페니의 CEO에 올랐다). 브로는 애플에 동화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그는 일정조정 방식을 바꾸면서 매장 직원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쿡은 2013년 3월 브로를 해고했다(훗날 브로는 연설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플 문화에 동화되지 못해 해고됐다는 점이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포춘은 브로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쿡은 이런 에피소드를 CEO가 되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내게 문화적인 동화가 얼마나중요한 것인지를 상기시켜주는 사건”이었다면서 “ 그것을 깨닫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쿡은 덧붙였다. “CEO는 정말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한다. 때문에 모든 일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이 조금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좀 더신속하게, 적은 정보와 지식, 사실만 갖고서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자의 입장에선 좀 더 면밀한 분석을 원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경우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해내도록 압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발전을 원하지않는 사람, 혹은 최악의 경우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도발전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쿡에겐 어려운 과제가 또 있었다. 신제품을 논할 단계에 있지 않을 때에도, 회사의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방식을 찾아내야 했다. 2013년 중반에 열렸던 IT업계 회의에서 쿡이 한 모호한 발언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투자자들은 회사에 대한 쿡의 비전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했다. 당시 애플 주가는 쿡이 CEO에 올랐던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떨어졌다.
그동안 쿡은 내부적으로 경영진을 더 강하게 다지고 있었다. 동시에 애플은 전 세계가 목놓아 기다리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쿡은 2013년 말 버버리Burberry CEO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 를 영입해 애플의 매장부문을 이끌게 했다. 1년 후 애플은 대화면 아이폰 6와 함께 훨씬 더 큰 화면을 채택한 아이폰 6 플러스를 출시했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도 선보였고, 곧 배송을 시작하게 될애플 워치도 공개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폰이 애플을 다시 상승궤도에 올려놓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14년 마지막 분기에 아이폰 판매량은 7,450만 대를 기록했다. 그결과 애플 이익이 180억 달러에 이르러주가도 상승 일로로 치달았다.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면서 쿡은 실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2014년 막바지에는 지티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GT Advanced Technologies(GTAT)라는 유리제조업체와 문제가 있었다. 애플의 차세대 제품 스크린을 생산하기로 계약을 했던 업체였는데, 애플이 이 업체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파산을 선언한 것이었다. 그 후 GTAT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애플과의 계약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투자 때문에 재정상태가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애플 측에선 GTAT의 파산에 대해 크게 당황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결국 합의에 이르렀고, 애플이 애리조나에 위치한 GTAT의 예전 공장 터에 데이터센터와 태양광발전소를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로 애플은 큰 손해를 봐야만했다(그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제품 생산공정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기업으로선 뼈아픈 실패였다. 쿡의 후임으로 운영부문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제프 윌리엄스JeffWilliams는 관련 법정 싸움이 끝난 후, 쿡이 자신에게 단 세 마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팀에게 그 문제에 대해 알렸을 때, 쿡은 ‘ 이번에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큰 성공을 거두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고객을 위해 훌륭한 기술에 계속 집중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애플을 이끌면서 쿡이 보여준 침착한 접근방식은 전임자와 판이하다. 하지만 주요 제품에 집중하며 장기목표를 위해 일하는 방식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런 측면에선 애플 페이나 새로운 손목시계 제품이 반드시 거대한 수익원이 될 필요는 없다. 1980년대 애플 임원을 지낸 장 루이 가세Jean-Louis Gass′ee - 현재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이메일 뉴스레터 먼데이 노트Monday Note 를 통해 매주 애플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는 “난 애플을 단순하게 본다”고 말했다. “항상 하나의 사업, 즉 개인용 컴퓨터 사업이었다. 애플은 이제 이를 세 가지 사이즈로 만들고 있다. 아이폰이 소형,아이패드iPad 가 중형, 그리고 노트북과 데스크톱이 대형이다. 아이폰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애플 워치를 포함한 다른 모든 제품은 마진을 끌어올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가세의 생각대로라면, 쿡이 이끄는 애플의 전략은 15년 전 잡스가 실현한 디지털 허브 전략과 유사하다. 아이튠스 같은 제품이 아이팟의 매출과 함께 궁극적으로 맥의 매출을 일으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가세는 “팀은 자신의방식으로 장기전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쿡은 애플을 보는 투자자 관점 논의의 틀을 잡고 있다.그는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투자자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사결정 방식과 맞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단기투자자라면 원하는 방법대로 주식을 사고 거래할 권리가있다. 그건 투자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우린 그런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을 드러내다
팀 쿡은 CEO 취임 초창기, 애플 제품 출시와 여러 대중행사를 진행하면서 뻣뻣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행사를 마치자마자 얼마나 잘했는지와 상관없이 기조발표의 거장 잡스와 비교되며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쿡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애플 워치 행사 땐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행을 하기도 했다. 패션모델이자 산모건강 지킴이인 크리스티 털링턴 번스Christy Turlington Burns -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애플 워치를 사용해왔다 - 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 장면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쿡도 스스로 이 같은 일을 즐기는 것 같다. 제품을 출시한 다음 날, 그는 쿠퍼티노에서 애플 연례회의를 주관했다. 대부분 CEO에겐 즐기기보단 감내해야 하는 일이 많은 지루한 업무다. 다른 한편으론 주주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소탈한 태도로 질문에 답하고, 불편한 내용을 부드럽게 피해가기도 한다. 그는 애플과 다소 유사하게 보이는 유명기업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 인수 여부에 대해 질문을 두 번 피하고 난 후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쿡은 “CEO가 되면 좋은 점이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CEO가 되면서 원치 않는 질문을 물리칠 수 있는 특권도 얻었지만,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문제 - 애플과 직접적 연관되지 않은 문제도 포함된다 - 에 대해 의견을 밝힐수 있는 기반 또한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그의 고향은 쿡을 앨라배마 명예 아카데미(Alabama Academy ofHonor)에 합류시킨 바 있다. 앨라배마 대학교 풋볼팀 수석코치 닉 사반 Nick Saban 과 제프 세션스 Jef f Sessions 상원의원 등이 같은 기수가 됐으며, 쿡이 대표로 기념행사 연설을 맡았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쿡에게 연설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 인사치레를 급하게 마친 쿡이 연설을 기회로 삼아 앨라배마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종 간 평등, 교육받을 권리를 비롯해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평등과 같은사안을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쿡은 “이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이 발언에 대해 눈에 띄게 불쾌함을 표시한 공화당 소속 앨라배마 주지사 로버트 벤틀리Robert Bentley와 쿡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이것이 지역 TV 방송 화면에 잡혔다. 포춘의 모회사인 타임Time Inc.의 CEO를 지낸 앨라배마 출신 돈 로건 Don L oga n 도 몽고메리 Montgomer y에 위치한 주의회에 청중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쿡과 오번대학교(AuburnUniversity) 동문이기도 한 로건은 “팀은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라며 동성혼인을 금지하는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쿡도 스스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말을 하고 있고, 대부분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며칠 후 쿡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loomberg Busi nessweek 기고를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쿡 자신이나 애플은 더 이상 추가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고, 그의 커밍아웃은 대부분 대중매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쿡은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학교폭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려하는 태도를 표명해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많은주에서 성 정체성을 문제 삼아 기업이 이들을 해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법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놀라울 정도로빠르게 움직인 반면, 기업 경영자들은 솔선수범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쿡은 ‘ 상당히 오래전에’ 커밍아웃을 결정했으며, 그의 성 정체성이다소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던 애플내부에선 다소 ‘따분한 일(yawner)’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대중에게 알린다는 건 매우 큰 결단이었다. 그는사생활을 잘 밝히지 않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불편해한다는점에서, 스스로 대기업 CEO 중에 드문 예라고 이야기해왔다. 그는 “솔직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면 절대로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주 인용되는 ‘많은 것을 얻은 사람은 해야 할 일도 많다( to whom much is given, much isrequired)’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내가 많은 것을 얻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잡스의 회사를 운영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쿡은 커밍아웃과 함께 더욱 유명해졌다. 마이크 설리번Mi ke Su l l i va n 은 IT신생업체에 조언을 제공하는 글로벌 로펌 필스버리 윈슬롭 쇼 피트먼 Pillsbury Winthrop Shaw Pittman의 샌프란시스코 지역 담당 변호사다. 그는쿡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 정체성이 부끄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의 전문성을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포춘 500대기업 CEO가 500명인데, 그 가운데몇 명은 동성애자라고 확신한다”고말했다. “팀이 메시지주는 메시지는‘ 자신에게 솔직해도 된다. 그것을 통해 리더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숨길 필요도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쿡이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다 보니, 그가 눈에 띄지 않았던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초에는 유럽을 방문해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를 만났고, 브뤼셀에선 에스토니아 총리를 역임한 바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디지털 부문 최고 감독관 안드루스 안시프Andrus Ansip를 만났다. 그는 포춘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브렌트 슐렌터Brent Schlender 와 릭 테츨리 Rick Tetzeli 의 저서에도 등장한다. 이 책에선 쿡이 잡스에게 자신의 건강한 간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한 일화를 담고 있다(잡스는 이를 거절했다). 3월에는 심지어 CNBC에서 금융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짐 크레머Jim Cramer 의 10주년 기념 생방송에 깜짝 전화를 걸어 그를 놀라게-그리고 당연히 기쁘게-하기도 했다.
CEO가 자신이 몸담은 기업을 대표하는 건 의무와 다름없다. 하지만 쿡은 AIDS 감염 방지, 인권, 이민법 개혁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태도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연못에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조약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보라”며 “애플 임직원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지만,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애플의 목표 측면에서 보면, 쿡에겐 돈을 버는 것보다 세상을 바꾸는일이 더 우위에 있다. 그는 이제 열 살이 된 조카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해준 뒤 모든 재산을 기부할 생각이다. 여러 자선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은 충분하다. 쿡이 보유한 애플 주식을 기준으로 보면, 그의 순 자산은 현재 약 1억 2,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보유한 제한주식(RestrictedStock)에 대한 소유권이 모두 확정되면, 그 가치는 6억6,5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쿡은 이미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수표를 써서 기부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자선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쿡이 이끄는 애플을 통해선 한 가지 모순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신처럼 대중을 좌지우지했던 전임자 재임 시절보다, 신중한 스타일의 쿡이 CEO가 된 현재 애플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는 점이다. 잡스는 애플 직원과 언론 간의 의사소통을 철저하게 제한했지만, 쿡은 대중매체 개방 기간을 도입했다. 최근 뉴요커New Yoker 는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 에 대해 1만 6,000단어에 달하는 기사를 게재했는데, 잡스라면 아마 이를 용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쿡은 이러한 개방성이 자신의 계획의 일부라고 말한다. “내 목표는 경영진 다수는 물론 다른 직원들의 대중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결국에는 애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방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우선 전 세계가 끊임없이애플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영진에게 건강한 자부심을 통한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이 훌륭한 유지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전 애플 임원인 가세는 “진정한 감독은자신의 스타선수가 대중매체의 관심을 받을 때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팀 쿡은 자신의 소중한 배우를 아낄 줄 아는진정한 제작자다. 매표소가 계속 붐빈다면, 제작자는 계속그렇게 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다
팀 쿡이 흙으로 된 거대한 산꼭대기에 서 있다. 쿠퍼티노에있는 건설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2016년 말 애플의 새로운 기업 캠퍼스가 이곳에 세워진다. 거대한 구덩이에서 파낸 흙더미가 눈높이 정도에 이르고 있다. 4층 높이로 된 링 모양의 건물이곧 여기에 세워질 예정이다. 건물이 도넛 모양이다 보니 많은 사람은 이 건물을 우주선에 빗대고 있다. 트럭과 인부들이 바삐 오고 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쿡은 자신이 이 일을추진할 수 있게 해준 한 가지 요소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바로 사람들의 일터다. 쿡은 대도시 고층건물에 위치한 사무실이 너무 칙칙해 항상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애플의 새로운 캠퍼스는 이와 조금 다를 것이다. 그는 대졸 신입사원이 처음으로 방문해 느낄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창의력의 원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소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선 멀리 새너제이San Jose 중심가에 위치한 현재의 애플 쿠퍼티노 캠퍼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San Francisco 49ers 의 홈구장 리바이스 스타디움 Levi’s Stadium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연히도 스타디움은 우주선 모양의건물 중심에 위치할 30에이커(약 0.12km2) 규모의 공원에딱 들어갈 크기다.
스티브 잡스는 생애 마지막 2년의 상당한 부분을 이 캠퍼스 계획을 세우는 데 할애했다. 디자인을 위해 영국 출신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를 영입했다. 건설부지에관한 모든 수치는 엄청난 규모이다. 숫자에 강한 쿡은 이 수치의 거의 대부분을 암기하고 있다. 주요 시설 규모가 280만 제곱피트(약 0.26km2)인 이 건물에는 약 1만 3,0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다. 2,000명 이상의 직원이 부지 주변의 다른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며, 전체 부지에는 약 2,800평 규모의 피트니스 센터와 건강센터를 비롯해 하루 1만5,000인분의 점심을 제공할 식당과 8,000그루의 나무(모두 산타 클라라 밸리Santa Clara Valley 토종)가 들어서게 된다.
쿡은 주기적으로 건설부지를 방문하는데 - 애플 경영진과 이미 두 번 들른 바 있다 - 엔지니어이다 보니 풍경을 수놓고 있는 22대의 건설 크레인을 볼 때 기쁨을 드러내곤 한다. 그는 이 건물을 임시로 ‘애플 캠퍼스 2Apple Ca mpus 2 ’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내에선 아직 이름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쿡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여러 건물, 혹은 전체지역의 몇몇 작명 요소에 잡스에 대한 헌정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부지를 90분간 돌면서 쿡은 캠퍼스의 세부사항을 이야기했다(그는 캠퍼스를 “모든 제품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애플에선 주차 같은 일상적인 업무 관리에 최첨단 기술을 투입할 예정이다. 직원들이 시설에 들어서면, 센서와 앱으로 이뤄진 시스템이 교통경찰 역할을 할 것이다. 때문에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연료를 낭비할 필요가없다. 애플 매장을 지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건물 별관의 모형을 만들어 미리 확인한 후 모두 철거하기도 했다. 쿡은 현캠퍼스 높이인 4층보다 높게 짓지 않는 이유에 대해 “5층으로 모형을 지어봤는데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캠퍼스 남동쪽 가장자리 지역 지하에 들어설 1,000석 규모의 강당에 특히 흥분했다. 이곳은 연례 개발자회의를 제외한 모든 공개발표를 개최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쿡은 다소 흥분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일정을 고려해 몇 개월 전에 일정을 잡을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쿡은 새로운 캠퍼스에 대해 말하면서, 특히 한 가지 명칭에 매우 짜증을 냈다. 그는 “‘본부(headquarters)’라는 단어가 싫다”며 “여기에선 뜬구름 따위가 아니라 진짜 일이 이뤄진다. 우리에게 관료주의란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 직원들 사이에선 현재 누가 새 캠퍼스로 이주하고 누가 기존 캠퍼스에 남을 것인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쿡은 “이제까지 세 번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세 번 더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1 인피니트 루프1 InfiniteLoop 에 위치한 쿡의 현 사무실로 돌아오는 도중, 그의 애플 워치에서 트라이앵글 소리와 비슷한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쿡은 흰색 플라스틱 시곗줄을 장착한 애플 워치의 초창기 스포츠 버전을 착용하고 있었다. 거의 두 시간 만에 처음으로 그가 알림을 받은 것이었다. 쿡은 자신의 비서가 보낸 메시지로, 애플 이사인 앨 고어 Al Gore 전 부통령이 통화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전자 정보가 날아들었지만, 쿡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 이것이 애플 워치의 구매로 이어질 주요 특징 중 하나라고 애플은 믿고 있다. 그 순간은 쿡에게 애플 워치의 기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숫자판에는 상징적인 미키마우스가 들어가 있고, 똑똑하게도 1초 간격으로 즐겁게 발을 구르고 있다.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 쿡은 애플 워치가 기록한 자신의 일간 신체 활동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때까지 운동 시간은 50분. 8,139 걸음을걸어 약 6.5km를 이동한 상태였다. 쿡은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 채 오후 3시 30분도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일어난 지 12시간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그의 일이 끝나는 하루,그리고 애플을 이끄는 그의 업무가 끝나는 하루는 아직 멀어 보였다.
쿡이 이끄는 애플의 기업 문화
“기업 문화는 기업이 얼마나 훌륭해지고, 얼마나 유익해지고, 얼마나 담대해지고, 얼마나혁신성을 지니게 될지를 결정하는 요소다. 기업 문화 속에 솔직함이 존재한다면, 모든 기업이저지르는 실수를 얼마나 빨리 인정하는지 또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많은 것이 혼합된 것이다.기업이 성실한가? 기업이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이루려 하는가? 기업이 스스로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직원들이 기업의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 이런 것들이 내게는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 자신이 기업 자체는 될 수 없다. 스티브는 이러한 문화를 깊이 새기려했고, 때문에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의 창조주라는 칭송을 받을 만하다. 기업이라는 세계에큰 선물을 준 것인데, 아마도 외부에선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내부에선 이 부분을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게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플에있는 모든 사람은 이러한 문화가 얼마나 잘 새겨져 있는지를 알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문화가없었다면, 애플은 지금 위치 근처에도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절대 불가능했다.”
By Adam Lashinsky
Photographs by joe Pugli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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