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필자의 메일함에 쌓인 읽지 않은 메일 수다. 이 메일을 다 읽을 방법은 없다.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생각해봤다. 모두 읽음으로 표시 한 후 ‘ 이메일 없음’ 을 만들고, 처음부터 시작할 것 같다.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다. 매킨지에 따르면, 우리는 일과 시간의 3분의 1을이메일 관리에 사용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수다스러울 것 같은 야머, 채터, 콘보, 힙챗 등 최근 등장한 신생 벤처기업은 공개적으로 ‘이메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착안한 인터페이스로 이메일을 대체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이용하면 필요에 따라 사용 범위를 조절할 수 있고, 비동기식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다. 기업들도 이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기업용 SNS 야머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셸 Shell , 캡제미니Capgemini , 네이션와이드 Nat ionwide가 야머를 사용한다. 투자자들은 힙챗의모회사 아틀라시안 Atlassian의 가치를 33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힙챗의 고객사로는 넷플릭스Netf li x , 드롭박스 Dropbox , 인튜이트 Int uit 가 있다).
이런 서비스가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받은 편지함 관리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슬랙—또 다른 이메일 대체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평가액이 30억 달러에 달한다—의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 Stewart Butterfield 도 하루 서너시간을 이메일 분류에 쓰고 있다.
그가 읽지 않은 이메일은 1만 6,000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린 이길 가망이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1971년 이메일이 처음 개발된 때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볼트 베라네크 앤드 뉴먼 Bolt Ber a nek a nd Newma n — BBN 테크놀로지BBN Technologies 의 전신이다—의 컴퓨터 프로그램팀이 사내 메시징 실험을 진행했다.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인 레이 톰린슨 Ray To mlinson 은 새로운 네트워크인 파넷 Arpanet 에서 라우팅 *역주: 메시지에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경로를 설정하는 과정을 통해 ‘@’기호로 컴퓨터간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정부와 군대 간부들이 이메일을 사용했고, 1990년 대에는 월드와이드웹 World Wide Web 과 함께 초기 소비자 인터넷의 주요 두 축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메일은 효율성과 단순함을 보장했다. 그러나 그 당시 린슨과 동료들은 오늘날처럼 방대한 양의 이메일이 오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라디카티 그룹 Radicati Group에 따르면, 오늘날 하루에 주고받는 업무 관련 이메일은 1,087억 개에 달한다. 2018년이면 1,394억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메일이 이렇게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통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버터필드는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유스 케이스Use cases *역주: 시스템과 특정 기능 간의 상호작용을 규정하는 단계에 초점을 맞춰 이메일의 입지를 흔들려 한다. 그는 사외 커뮤니케이션에만 이메일을 사용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고전적인 이메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상품 출시 전 커뮤니케이션은 사내의 다양한 팀이 쉽게고 반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 밖 사람과 주고받는 이메일은 어떨까? 야머의 창립자이자 현 제네피츠 Zenefits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삭스 David Sacks는 이메일로 처리하는 업무 중 일부는 이미 다른 앱으로 이동 중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진이나 일상 공유에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있기 때문이다. 파일 공유도 드롭박스나 박스 Box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메일을 바꿀 최고의 방법은 본래의 기능으로 되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온갖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허브로 이메일을 사용하는 대신 전자 메일함으로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을 총괄하는 하비에르 솔테로 Javier Soltero 는 받은 편지함을 없앨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좀 더 직관적으로 바꾸고 싶어한다. 그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자신이 만든 이메일 앱 어컴플리 Acompli 를 2억 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그는 이메일이 사라질 일은 없다고 본다. 솔테로는 “이메일은 인터넷과 분리할 수 없다. 이메일이 쌓이는 것이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그의 해결책은?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를 인식하고, 그 주소에서 온 메일은 눈에 띄게 보여주는스마트한 메일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받은 편지함에 우선순위를 매겨 보여주는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외의 기업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드롭박스의 메일박스Mailbox는 원터치 접근 방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구글의 인박스 Inbox 도 항목 구분에 대한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아무리 짧은 내용이라도 모든 메시지는 직접 확인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될까?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최초의 이메일을 발송한 지 44년 만에 인공지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엔지니어들이 나타났다.
뉴욕의 신생 벤처기업 엑스. 아이X.a i 는 고객과 일정을 잡는 에이미 Amy 라는 개인 실제 살아숨 쉬는 비서처럼 일정을 확인하고, 고객과의 약속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준다. 개발자 데니스 모텐슨 Dennis Mortensen 은 간단한 업무에서 에이미의 정확도가 98%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인간의 관여를 없애버리는 것이 이메일 문제 해결의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것이 정해진 답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