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육류 소비량이 87.9%, 선진국은 25.3% 증가할 전망이다.
오는 2050년이면 현재 72억명 수준인 전 세계 인구가 90억명을 넘어선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식량 생산량을 지금보다 약 1.7배 늘려야 한다. 경제력과 소비력 증대까지 감안하면 약 2 배의 증산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구에는 이만한 식량을 추가 생산할 경작지가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기후변화와 물 부족 등에 의해 식량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FAO는 2050년에 이르러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한 전 세계가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식량난은 시간의 문제일 뿐 결코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예정된 미래를 바꿔놓기 위해 차세대 식량 자원 개발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 식용 곤충이 있다.
육류의 최적 대체재
곤충의 최대 장점은 풍부한 영양분이다. 영양학적으로 곤충을 이길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단백질 함량이 육류의 약 2배인 100g당 69g에 달하며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좋은 지방까지 갖고 있다. 인간의 주단백질 섭취원인 육류를 대신할 최적의 대체재인 셈이다.
산업적·환경적 이점도 상당하다. 가축 대비 수분의 1에 불과한 공간과 물, 먹이로 동일한 양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것. 식용 곤충의 대표주자인 귀뚜라미를 예로 들면 동일량의 먹이로 소의 12배, 양의 4배, 돼지와 닭의 2배나 되는 단백질이 생산된다. 반면 물소비량은 소의 1,000분의 1, 온실가스인 메탄(CH4) 배출량은 소의 80분의 1에 불과하다.
사실 곤충의 섭취는 최근 대두된 새로운 세태가 아니다.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곤충을 먹어왔고, 지금도 전 세계 80%의 국가에서 곤충이 식재료로 쓰인다. FAO의 경우 일상적 곤충 섭취 인구를 20억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인구 10명당 2.8명이 곤충을 먹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의 곤충 분류학자인 이데 용게마 교수팀이 올 6월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세계에서 식용되는 곤충은 총 2,037종으로 조사됐다. 딱정벌레가 634종으로 가장 많고, 애벌레도 359종이나 된다. 잠자리와 파리, 심지어 바퀴벌레를 먹는 지역도 있었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곤충 섭취 지역에 북미와 유럽 같은 서구국가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와 달리 서구국가들은 곤충 섭취를 야만적이라 여겨 기피해왔다는 점에서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수년전부터 서구국가들도 곤충, 그중에서도 귀뚜라미를 식용으로 보기 시작했다. 2012년 이후 북미 지역에만 식용 귀뚜라미 취급기업이 30개사 이상 설립돼 귀뚜라미 분말이 함유된 단백질 바와 크래커, 쿠키, 초콜릿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 빅 크리켓 팜스 등 대형 식용 귀뚜라미 농장도 문을 열었다. 두 곳의 생산능력은 각각 연간 136톤, 27톤에 이른다. 이렇게 미국에만 이미 2,000만 달러 규모의 식용 곤충 시장이 형성돼 있다. 고부가가치 블루오션 산업으로서 식용 곤충의 막대한 잠재력에 주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38조원, 국내 1조원 시장
이에 힘입어 글로벌 곤충 산업은 장밋빛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애완동물 먹이용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곤충 산업 규모가 2011년 11조원을 넘어 섰고, 2020년 3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시장 역시 2013년 1,6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으로 성장한 뒤 2020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향후 단백질 공급원에 더해 건강식, 다이어트식으로서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다.
이 거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 곤충산업육성법 제정을 신호탄 삼아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식용 곤충 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껏 번데기와 메뚜기, 백강잠누에가 식품원료로 등록됐으며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굼벵이), 장수풍뎅이 유충, 귀뚜라미가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상태다.
정부와 전문가들 모두 국내 식용 곤충 산업의 고속 성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내 육류시장이 연 17조원 규모임을 감안할 때 이중 단 1%만 식용 곤충으로 대체돼도 연간 최소 1,700억원의 시장이 창출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춰 생리활성물질이나 기능성 물질 등을 활용한 곤충 제품의 부가가치 제고에 성공한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화려하게 우화(羽化)하듯 때로는 징그럽고, 때로는 혐오스러움의 대상이었던 곤충의 환골탈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1㎏의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곤충은 평균 4㎏, 가축은 평균 54㎏의 먹이가 필요하다. (출처: 농촌진흥청)
20억명 | FAO가 추정하는 전 세계 곤충 섭취 인구. 인구 10명당 2.8명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번데기를 즐겨먹는 한국인도 다수 포함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