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분리 독립을 보는 두 개의 시선

▶코스닥(KOSDAQ) 시장 분리를 위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05년 한국거래소와 통합한 지 꼭 10년만이다. 코스닥 시장 분리를 가장 반기는 쪽은 다름 아닌 벤처업계다. 벤처업계에서는 코스닥의 분리·독립이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코스닥 분리가 제2의 ‘닷컴 버블’을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과연 코스닥 시장의 분리는 벤처업계의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시금석이 될 수 있을까?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코스닥 분리·독립은 벤처업계의 기대처럼 벤처생태계 활성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내부 모습.

코스닥 시장의 거래소 분리 · 독립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개로 엇갈린다. 그동안 줄기차게 코스닥 분리를 주장해온 벤처업계는 코스닥 시장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 충실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한다. 코스닥이 애당초 벤처기업과 같은 혁신형, 기술형 기업의 투자와 회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다시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제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분리를 반대하는 쪽의 의견도 단호하다. 닷컴 버블로 바닥에 떨어진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가까스로 회복한 마당에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팽팽한 의견 줄다리기 속에서 승리의 여신은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양측의 입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털협회 등 벤처업계가 코스닥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 때문이다. 그들은 기업 인수 합병(M&A)이 정체된 국내 벤처시장에서 원활한 자금조달을 하려면 코스닥 분리만이 유일한 생존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벤처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말한다. “코스닥은 거래소에 통합된 이후, 애초 설립 목적인 벤처기업 등 혁신형 기업의 투자와 회수 활성화보단 보수적인 운영과 유가증권시장의 하부기능을 담당하는 2부 시장 역할만을 해왔습니다. 벤처창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촉진하기 위해선 코스닥시장의 완전독립 등 코스닥 고유기능을 복원하는 획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코스닥이 한국거래소에 통합된 이후 상장요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 평균 소요기간이 7년(2002년 기준)에서 14년(2010년 기준)으로 무려 두 배나 늘어났다. 연간 상장 기업 수도 같은 기간 120개사에서 20개사로 감소하면서 코스닥에 기반을 둔 우량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엔씨소프트와 네이버는 각각 2003년과 2008년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벤처기업 3만여 개 중 약 3.5%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코스닥 시장은 독점적 지위에 의한 비효율화와 관료화가 가중됐다”며 “특히 코스피 2부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장기 침체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 A 씨 역시 코스닥의 ‘ 2부 시장’ 화를 우려하면서 코스닥 분리·독립이 벤처기업 상장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A 씨는 말한다. “과거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이 있기 전에도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의 합병을 조심스럽게 예상했었습니다. 이유는 코스닥 상장이었죠. 코스닥 상장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카카오가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벤처기업의 상장은 지금도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상황이에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벤처캐피털( VC) 업계도 코스닥 분리 · 독립을 찬성하고 있다. 모험투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성장동력 지원을 위한 코스닥 분리 · 독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굴지의 VC업체 대표 A 씨는 말한다. “현재 코스닥 운영은 초창기보다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VC 입장에선 모험투자를 통해 벤처 생태계의 역동성을 살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말이죠. 현재 국내 VC의 상당수는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자본금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투자를 하긴 사실상 어렵죠. 원활한 투자와 자금회수를 위해서는 코스닥 분리·독립을 통한 업계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금 회수는 또 다른 투자로 이어지게 마련이니까요.”



또 다른 VC업체 대표 B 씨는 코스닥 분리·독립의 이유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B 씨는 “코스닥을 분리해 거래소와 경쟁체제를 갖춘다면 시장 역동성이 높아져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이는 곧 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나스닥 등 해외 주식시장으로의 상장 행렬로도 이어질 수 있을것”이라고 주장했다.

벤처업계는 ‘벤처 활성화’라는 코스닥의 고유 기능 복원을 위해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엔씨소프트의 판교 R&D센터 전경.

VC 업계를 대변하는 벤처캐피털협회 역시 코스닥 시장분리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용성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현 코스닥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벤처기업 의 성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간과한 채 투자자 보호만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이라며 “코스피 2부 시장에 불과한 코스닥 시장이 거래소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별도 시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닥 분리 · 독립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의 입장은 한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바로 ‘제2의 닷컴 버블’이다. 코스닥 분리·독립 반대의 중심에 선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말한다. “닷컴 버블이 발생했을 당시 3년 동안 무려 300개가 넘는 회사들이 상장폐지 됐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은 닷컴 버블 탓에 약 26조 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죠. 10여 년 동안 간신히 코스닥을 정상화했는데 다시 분리한다는 건 마치 재앙과도 같은 말입니다. 또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재정자립도가 여전히 낮습니다. 자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죠. 과거 네이버의 사례에서도 보았듯, 다음카카오 같은 대장주가 코스피로 갈아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또 일각에는 코스닥 분리 · 독립이 벤처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벤처 업계의 주장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부류도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벤처업계의 처방전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엄경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말한다.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 진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코스닥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이미 코스닥은 거래소 이사회로부터 분리돼 독립기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엄연히 독립적인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구가 바로 코스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이 또 하나의 자회사로 운영되는 건 오히려 벤처업계에 역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컨대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한 벤처업계의 과도한 진입이 의욕적으로 출발하는 새로운 코스닥의 건전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여전히 코스닥 시장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와 ‘제2의 닷컴 버블’이라는 양측의 주장 중 어떤 것이 정답일지, 향후 진행될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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