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농, 대장에 승부를 걸다

식품회사들은 미생물 군집(micro-biome) - 특히, 인간의 소화기관에 있는 수 조 개의 박테리아 - 에영양분을 공급하는 제품의 엄청난 잠재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프랑스 유명 요거트 제조업체 다농은 이 같은 제품의 슈퍼마켓 출시 경쟁에서 초반 주도권을 잡기를 원하고 있다. BY ERIKA FRY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Utrecht 에 있는 다농의 화려한 신규 연구시설 4 층. 이곳에 위치한 통풍이 잘되는 생명과학 연구실의 세련된 기계들 사이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기계 한 대가 놓여있다. 플라스틱 관과 형형색색의 밸브가 경이롭게 얽혀져 있는 이 기계는 아마추어 땜장이가 쓰는 기구 같기도 하고, 마우스트랩 Mousetrap 게임 *역주: 쥐덫을 피해 다니는 보드 게임 을 하다가 남은 조각들 같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이름도 약간 급조한 듯하다. 이 기계는 연구실에서 TIM으로 불린다.

화려해 보이진 않지만, TIM은 매우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 위장 관이다. TIM은 기계를 공동제작한 네덜란드 연구기관의 이름을 딴 TNO 내장기관 모델(TNO Intestinal Model)의 약자다. 이 기계는 인간의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역동적인 소화 과정을 모방하고 있다. 식품이나 성분이 관을 타고 내려온 후, 생화학적 장애물을 통과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극도로 강한 위산과 소장에 있는 침식성 효소와 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하루 종일 벌어지는 이 모든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다농의 과학자들은 TIM을 통해 자사 제품이 인간의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또 인간이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제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엿볼 수 있다. 이는 미생물 군집을 파악하고자 하는 다농의 핵심 목표다. 미생물 군집이란 인간의 몸 안에서 또는 인간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100조 개로 이뤄진 미생물 덩어리를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최근 평균 4.4 파운드 가량의 박테리아가 인간의 내장에서 중요한 역할-비타민과 필수 산을 생산하고, 면역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며 소화도 조절한다-을 한다고 밝혀낸 바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미생물학 교수 저스틴 소넨버그 Justin Sonnenburg는 심지어 미생물 군집을 “인간 생물학의 통제 센터”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통제 센터가 손상을 입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비만, 당뇨를 비롯해 자기 면역질환, 자폐증, 우울증까지, 미국 의료 비용 상승의 주범이 되는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들은 또 선진국이 이 문제 중 일부를 야기했을 수 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항생제와 가공식품, 그리고 향균 세정제의 과다 사용 탓에 ‘좋은’ 미생물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기관은 미생물 군집의 균형을 회복할 일말의 가능성도 찾아냈다. 과학을 통해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때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이 미세동물학은 이제 건강 증진을 위한 슈퍼푸드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연구원들은 인간이 섭취하는 유용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와 장내 유익 박테리아의 생장을 돕는 난소화성 성분 ‘프리바이오틱스’가 가진 미지의 효과를 밝혀낼 엄청난 양의 새로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두 성분은 한때 ‘소화를 돕는’ 첨가물 정도로만 인식됐다.

TIM은 바로 이러한 화합물을 종일 소화한다. 그리고 현재 목표는 이 화합물을 건강 기능성-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하게 한다-식품에 첨가해 슈퍼마켓과 주방에 입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자기 면역 질환을 막는 주스 등 판타지 식품이나 체지방을 낮춰주는 시리얼을 달성 가능한 목표 제품으로 여기고 있다. 다른 연구원들은 미생물 군집인 미생물총 (microbiota)을 통해 맞춤형 영양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개개인의 독특한 장 생태계를 철저히 분석하면, 건강 증진에 최적화된 맞춤식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생물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미생물 군집의 잠재적 혜택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다. 2006년 이후 미생물 군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무려 6,000건 이상 발표됐다.

언론의 관심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시장조사기업 NPD 그룹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1%의 미국인들이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늘리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 결과 네슬레 Nestlé와 제너럴 밀스 jeneral Mills 같은 식품 대기업부터 신생 기업까지, 이 분야의 잠재력을 감지한 여러 기관들이 연구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의 영양학 명예교수인 조지 파헤이 George Fahey는 “제약회사, 식품회사, 학계, 연방 과학자, 식품 과학자, 영양학자, 그리고 다른 기관들 모두가 이 분야에서 한 몫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치열한 경쟁의 확고한 선두주자는 세계 1위 유제품 제조업체 다농이다. 장에 좋은 식품으로 가장 잘 알려진 요거트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다농 브랜드의 인기 상품이다. 다농은 미생물총 연구에 가장 먼저 투자한 기업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다농은 이 분야 약 100개의 임상 실험에 참여하고 있고, 40개 이상의 학계 또는 업계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다농에서 전략 R&D 파트너십을 이끄는 제라드 데나리아즈 Gérard Denariaz는 다농의 ‘ 씨앗 뿌리기 철학’ 에 대해 “차세대 혁신을 이끌 주역이 누가될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업들이 미생물 군집 해독에 성공하면, 그 혜택은 엄청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Euromonitor에 따르면, 2014년 강화 및 기능 식품의 전 세계 매출은 이미 2,7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비만 억제나 어린이 성장 촉진을 위한 맞춤형 식품이라고 광고하면 매출 또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연구가 혁신 제품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여전히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연구의 진척이 이뤄져야 한다. 포춘은 최근 다농의 유럽 지사를 둘러본 후,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유기체가 고도의 과학기술과 만나는 지점인 새로운 식품과학에서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발견했다.

미생물총에 대한 다농의 거대한 도박은 2006년 데나리아즈가 당시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Research)의 소장으로 있던 오랜 지인 두스코 에를리히 Dusko Ehrlich의 전화를 받은 후 시작됐다. 이들이 만났을 때, 에를리히는 흥분에 겨워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분야가 마치 숨겨진 은하수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 경외감을 나타냈다. 미생물은 이 우주의 별들과 같고, 별들처럼 거의 무한히 존재한다. 에를리히는 이 다량의 미생물들이 인체와 상호작용하면, 인간의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는 미생물의 유전 물질을 일일이 세면서 미생물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모으는 이 장기 실험을 함께 진행하자고 다농에게 제안했다. 엄청난 업무량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의 축소판인 인분을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농 실험실에서 25년간 일해온 호리호리한 체형의 데나리아즈는 거의 할말이 없을 정도로 이 제안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는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세대에 걸쳐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해온 다농에게도 이 작업은 무리한 프로젝트였다. 또 과학계 대부분은 장 박테리아를 생물학의 주변 분야로 인식하고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에를리히의 아이디어를 꼼꼼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시선을 끈 연구가 하나 있었다. 2006년 세인트루이스 주 워싱턴 대학의 생물학교수 제프리 고든Jeffrey Gordon은 ‘무균’ 쥐-미생물 군집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고 자란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들에게 다른 쥐-일부는 날씬했고, 다른 일부는 비만이었다-로부터 추출한 미생물 총을 주입했다. 그런 다음 실험 쥐들에게 똑같은 먹이를 주었다.

2주 후 비만 쥐의 미생물을 주입한 쥐는 날씬한 쥐의 미생물을 주입한 쥐보다 체중이 현저히 늘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미생물총이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었다. 데나리아즈는 이 실험에 매료됐다. 그래서 그는 에를리히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다농-늘 박테리아 업계를 지켜왔다.-과 함게 일하기로 한 건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스페인 출신으로 과학을 중시했던 아이작 카라소Isaac Carasso가 1919년 설립한 다농은 초창기 약국에 요거트를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그는 요거트에 들어있는 건강한 미생물이 발칸 Balkans 지역 사람들의 장수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에 영감을 얻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요거트가 주류 제품이 된 이후, 세계 1위 요거트 유통업체 다농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현재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의 연 매출은 280억 달러에 달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1987년 출시된 프로바이오틱스 강화 요거트 액티비아 Activia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Nielsen에 따르면, 2014년 액티비아의 매출은 27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제품이었다. 에를리히의 광고와 고든의 연구가 더해져서인지 현재 다농의 향후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새로운 분야에서의 혁신을 통해 다농이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액티비아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2008년 다농은 우선 에를리히를 지원하기 위해 유럽의 신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프로젝트인 MetaHIT(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소속 과학자들을 투입하고, 무려 3,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다농은 식품업체로선 유일하게 이 유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결과, 다농 과학자들은 이 분야의 중요한 연구 진전과 급부상하는 기술에 단독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 덕분에, 다농은 이 분야에 더 많이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다농은 미생물 군집 연구를 자사가 역점을 두는 4개의 축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전체 R&D 예산 3억 1,30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 다농은 MetaHIT에 처음 투자한 이후 관련 분야 논문을 약 200편 발표했고, 몇 개의 관련 특허도 등록할 수 있었다.

미생물 군집에 대한 다농의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극비지만, 데나리아즈는 ‘얼리 어답터’가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다농이 미생물 군집 분야에서 경쟁업체보다 최소 2년 앞서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렇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다농의 오랜 유산 덕분이었다. 회사는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4,000여 개의 곤충을 수집해 식품업계에서 가장 방대한 박테리아 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곤충들은 작은 유리병에 섭씨 영하 80도로 냉동 처리돼, 파리에 있는 다농의 미생물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다. 슈퍼푸드의 미래를 열 보물상자다.

그리고 때 마침 다농이 연구 초기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하버드대 면역학교수로 장내 미생물 군집의 역할을 연구하는 웬디 개릿 Wendy Garrett 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염증성 대장질환-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등 장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2007년 그녀는 액티비아처럼 5종의 박테리아가 함유된 발효우유가 이 염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후 그녀의 실험실은 다농과의 협업을 통해 박테리아 연구를 이어갔고, 일부 연구 결과는 특허를 받을 수 있었다.

연구를 통해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면서, 다농은 이를 활용한 외부 연구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뇌와 미생물 군집의 연관성 이론을 사이비 과학이라고 일축해온 UCLA의 위장병학 및 신경과학 교수 에머란 메이어 Emeran Mayer는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요거트의 장점을 홍보하는 부스를 발견하고 마음이 언짢았다. 그는 당시 “터무니없다. 우리만이 진짜 과학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장-뇌 축(the gut-brain axis)‘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해달라는 다농의 요청을 받았을 때, 이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쥐실험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자 결국 그 제안을 수용했다.

그는 자체 실험을 구성해 젊고 건강한 여성들 몇 명에게 4주 동안 프로바이오틱스 요거트와 위약을 공급하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메이어는 이들에게서 통계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그룹은 감정 반사 행동( emotional reactivity)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뇌 반응이 변하는 것이 뇌자기공명영상(MRI)에 나타났다. 이 연구가 즉각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지만, 메이어는 더욱 야심 찬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불안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미생물 군집을 조작함으로써, 그에 따라 일어나는 결과를 알아내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고무적이지만, 이것이 건강 증진을 위한 식품 개발 혁신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박테리아와 프리바이오틱 섬유질 (prebiotic fibre) 리스트를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히고, 유용한 형태로 전환할 방법을 찾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다수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도달할 때쯤이면 이미 죽은 상태다. 이들은 유통기한이나 소화관의 화학물질 소용돌이를 타고내려오는 동안 고난을 버텨내지 못한다. UC 데이비스의 식품 미생물학 교수데이브 밀스 Dave Mills는 “섭취된 박테리아 중 결장까지 도달한 무리가 있다고 해도, 무려 100조개의 박테리아로 구성된 생태계에서 이 과정이 자주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한, 이들의 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마치 수영장에 쿨에이드 Kool-Aid 음료수 한 컵을 떨어뜨린 후, 모두 빨갛게물들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개개인의 미생물 군집은 각자가 나름대로 복잡하고 역동적인 하나의 생태계다.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두 사람이 같은 식품을 섭취해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수면 패턴, 스트레스 레벨, 약 복용 및 수많은 다른 원인에 따라 반응이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UC 샌디에이고의 미생물 군집 이니셔티브(Microbiome Initiative)의 대표이자, 이 분야의저명한 과학자인 랍 나이트 Rob Knight는 6년간 매일 자신의 미생물 군집을 관찰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어떻게, 왜 그리고 언제 이 미생물들이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업계는 더 단순한 대상에 집중해야 했다. 바로 신생아의 장에 중점을 둔 것이다. 신생아들은 산도에서 처음 미생물을 얻는다. 탄생 후에는 풍부한 복합 섬유질을 가진 엄마의 모유가 신생아의 미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최초의 영양소 세트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에 얻은 미생물은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조산이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와 너무 일찍 항생제에 노출된 아기들은 대개 천식과 알레르기, 그리고 성인 비만 같은 건강상의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때문에 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제품은 500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분유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네덜란드 바게닝겐 Wageningen 대학의 장 놀 Jan Knol 교수-초기 장 미생물학자로 다농에서 18년간 연구를 했다-는 지금도 동료들과 함께 신생아 변을 형광 표지에 반사해 직접 비피더스 균을 세면서 아주 힘들게 분유의 효과를 분석했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비피더스 균은 매우 인기가 높은 박테리아다.

현재 그는 신생아 변에 관해 최고의 바이오인포매틱스 bioinformatics *역주: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생명정보를 처리하는 학문 가 분석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팀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건강한 장을 위한 신제품을 최초로 개발해 유통했다. 다농은 지난해 프리바이오틱 섬유질과 프로바이오틱 박테리아가 조합된 신바이오틱스 Synbiotics 첨가 분유를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이 제품은 태국과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출시됐고, 곧 다른 국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성공이라고 보긴 힘들다. 다농은 이 분유 제품이 건강 증진에 큰 효과가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기 전까지,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최소 6년간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천식 발생률 차이를 비교해야한다, 비만율은 더 오랜 기간 연구해야 한다. 다농은 매우 탄탄한 증거를 얻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광범위한 실험집단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놀은 현재로선 이 작업이 다논의 능력 밖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로선 수익이 그다지 크지 않은 분야일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놀의 의견은 식품업계 CEO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거대 식품기업들이 미생물 군집을 통해 수익을 얻는 선두 그룹이 되지 못하거나, 가장 많은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존슨 앤드 존슨 ohnson & Johnson과 화이자 Pfizer, 그리고 사노피 Sanofi 등 수많은 제약업체들도 현재 장 미생물 군집 연구를 하고 있다. 기술업계 역시 이 트렌드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생물 군집 연구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이들은 머지않아 진단 도구-대부분은 스마트 변기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가 개발돼 사람들의 장 박테리아를 분석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식품을 알려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사물인터넷과 맞춤식 영양의 보편화가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미생물 군집 혁신이 심지어 인간의 몸을 통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듀폰DuPont과 몬산토 Monsanto 같은 기업들은 농업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토양 및 식물의 미생물 군집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애완동물 사료와 가축 사료를 만들고 있다.

아직까진 어떤 제품이나 업체가 출시 단계에 가장 근접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농을 포함한 혁신 기업들은 경쟁 때문에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뉴스와 특허 출원을 통해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연구기관 차원에서 미생물 군집을 연구하는 제너럴 밀스는 염증성 장 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섬유질 혼합물의 특허를 출원했다(회사는 이 특허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다농 역시 체지방 축적을 줄여주는 박테리아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가 당첨 가능성이 큰 복권같이 여겨질지 몰라도, 다농이 특허를 얻고자 하는 그 효과-현재는 회충으로 잘 알려진 선충에서 발견된다-를 인간이 누리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슈퍼마켓 출시 경쟁이 비밀에 휩싸이고 불확실해지면서, 다농은 지금 위험을 상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다농은 미생물 군집 분야 신생기업을 위한 벤처자본에 공동 투자하고 있다. 다농은 진단 도구를 제작하는 신생기업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 인공 내장을 제작하는 프랑스 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인공 내장은인공 위장관인 TIM을 보완해 식물군계 반응을 추적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가 차세대 주요 혁신을 일으키든, 데나리아즈는 다농이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농의 연구가 결실을 맺는다면-혹은 장에 좋은 시리얼이나 다른 식품을 개발하게 된다면-더욱 그럴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데나리아즈는 그 잠재적 혜택을 생각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미국 표어를 인용해 “장 없이는, 영광도 없다( No guts, no glory)”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