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원천측정기술 확보 위한 연구개발 힘쓸 터"

“대한민국 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그동안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중요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올해에는 표준연이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 국민연구소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표준연 설립 40주년을 맞아 표준연이 어떤 중요한 일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덧붙여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원천측정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Q. 측정표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시계를 보고, 병원에선 체온과 혈압을 측정합니다. 물건을 살 때는 무게에 따라 값을 지급하죠. 이처럼 일상생활은 측정의 연속입니다. 측정표준은 누가 어디서 측정하든 항성 정확한 측정값이 나오도록 가장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정표준은 길이와 질량, 온도, 시간, 전기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합니다. 길이만 해도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나노미터(㎚)부터 ㎞ 이상의 긴 거리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아주 넓고, 요구되는 측정 정밀도의 수준도 다릅니다. 사람의 신장을 측정할 때 0.1㎜의 오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 동차용 부품의 치수는 1마이크로미터(㎛), 반도체 공정에서는 1㎚의 정밀도가 필요한 식입니다. 방송이나 데이터 전송에 있어서도 시간과 주파수의 정밀 측정기술이 필수적입니다.

물리표준에 더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측정표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농약, 중금속 등 식품의 유해성분 함량에 대한 측정표준이 있어야만 안전한 먹을거리의 선별이 가 능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측정표준은 산업과 과학기술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과 사회적 신뢰도 확보에 필수적 요소입니다.




Q.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측정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측정기술과 관련 각 나라의 표준기관들이 정기적으로 각 분야별 측정능력을 ‘국제 비교’라는 이름하에 상호 비교하고 있습니다. 마치 올림픽처럼 국제기구에 의해 비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객관적인 실력이 드러납니다.

표준연은 4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비교 참여종목 수와 참여분야를 고려한 통계상 세계 5~6위권의 높은 위상을 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 분야의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불확도에선 국제 비교 참여 종목 수가 월등히 많은 미국과 독일을 제외하면 3~4위 기관과 대등한 기술수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에 표준연은 세계 1등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측정표준 분야를 만들거나 신개념 측정기술을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표준연이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Q. 표준연의 대표적 연구 성과를 꼽는다면?
표준연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대한민국 표준시인 ‘KRISS-1’입니다. 2008년 개발된 KRISS-1은 세계 6번째 세슘 원자시계로서 300만년당 1초밖에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 초정밀 시계입니다. 이 기술은 최근 정부에서 뽑은 광복 70주년을 대표하는 연구 성과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표준연은 한층 정확한 표준시계 개발을 목표로 광격자시계와 세슘원자 분수시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1억년당 1초의 오차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체의 미세한 생체자기를 측정하는 극저자장 측정기술도 대표적 성과입니다. 사람의 심장 혹은 뇌에서 나오는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해 의료진단 장치로 전달하는 기술인데, 이 기술에 기반한 심장 자기장 측 정기가 독일에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향후 자기공명 영상장치(MRI) 등 기존 영상진단기기를 대체할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대형광학거울과 광학계 기술도 표준연의 독보적 기술의 하나입니다. 정확한 측정이 이뤄져야만 인공위성이나 대형 망원경 등의 눈역할을 하는 대형 거울과 렌즈를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는데, 국가 전략기술인 탓에 수입이 어렵습니다. 표준연이 이 기술을 확보, 우주항공 등 관련산업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Q. 취임 후 5가지 발전목표를 제시하셨는데.
원장 출마 당시 표준연의 업무와 실력에 자부심 및 사명감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자랑거리가 되는 연구소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Pride KRISS, Pride of KOREA!’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표준연은 지난 15년간 13번이나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을 만큼 모범적 연구소이고, 우수한 연구 인력과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조직 문화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제 한 단계 도약해 초일류 연구기관, 신산업을 창출하는 연구기관, 우수연구자가 모이는 연구기관이 되기 위해 역동적이고 도전적 조직문화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실천방안의 하나로 소통과 정보 교류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매달 한번 이상 제가 직접 직원들에게 현안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하면서 표준연의 비전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수평적 소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부서가 돌 아가며 융합 연구나 협력 분야를 소개하고, 상호 협력과제를 제안하는 시간을 통해 부서간 벽을 낮추고 융합 연구를 활성화하는 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창의융합연구센터를 신설, 혁신적 성과창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설립 40주년을 맞아 국민연구소로의 도약을 표방하신 바 있습니다.
국민가수, 국민배우처럼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실력에 더해 친근한 이미지로 국민의 사랑을 받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표준연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측정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정직과 신뢰를 기본으로 삼고 있어 ‘국민연구소’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출연연이라 봅니다.

실제로 표준연은 세계 5 위권의 측정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국내 출연연 평가에서 늘 ‘우수’등급을 도맡을 만 큼 모범적 기관입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대외적으로는 표준연이 잘 알려져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연구성과의 파급효과가 다소 제한적이었던 원인의 하나가 이 때문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표준연이 지닌 모범적 이미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국민연구소가 되려면 우리가 개발한 연구결과를 국민들과 기술 수요층에 잘 알려서 상용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덧붙여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에 연구성과의 파급력 제고에도 만전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올해의 중점 추진과제를 꼽는다면?
표준연은 국가대표 측정표준기관으로서 국내 측정기술 수 준을 대표하고 있으며, 측정 신뢰성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측정표준 역량의 향상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는 국민연구소를 슬로건으로 내건 만 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표준연이 개발한 광역 CCTV 기술이나 한국인의 허혈 뇌지도 기술이 주 목을 받 았던 것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건강과 안전분야에서 실용성 높 은 기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생활과 밀접한 의료기기의 교정과 식품 성분분석, 구조물 안전계측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 를 이뤄낼 것입니다.




Q. 창조경제 구현과 관련한 전략과 성과는 무엇입니까?
표준연은 연간 2만여건의 교정·시험 서비스 및 인증표준물질을 국가교정기관에 보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현장에서 연간 300만건의 교정이 이뤄집니다. 표준연의 기술이 국가와 산업 전반의 측정품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연구소와 직접 교류하는 중소기업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현재 중소기업지원센터가 중심이 되어 측정관련 인력과 기술, 장비 등을 원스톱 토털 솔루션 형식으로 보급 중에 있습니다. 탄탄한 측정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육 성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덧붙여 많은 창의적 인재들이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창업공작소를 운용, 이미 8개의 창업 기업을 배출한 바 있습니다.




Q. 여성기관장으로서 여성과학자들의 저변 확대를 위한 복안이 있으신지요?
30년 전 표준연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원장이 된 만큼 표준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1호 공채 여성 연구원에서 원장이 될 때까지 육아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가 원장이 됐다는 것은 과학기술 분야만큼은 연구성과를 통한 객관적 역량 평가가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봅니다.

또한 과학기술은 여성과학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아직 여성 인력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낮고,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중요한 점은 여성과학기술인의 활동 환경이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성과학자들은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기대 수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소통과 협력의 능력도 21세기를 선도하는 연구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입니다.




Q.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제 경험에 더해 ‘Know Your Power’라는 책을 인용하면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라. 당신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라. 다만 잠재력이 실력이 되려면 절대량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열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용현 원장 프로필
1979 ~ 1983 연세대 물리학과
1983 ~ 1985 연세대 대학원 고체물리 이학석사
1994 ~ 1999 충남대 대학원 물리 이학박사
1984 ~ 2014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위원, 사업단장
2005 ~ 2007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초원천전문위원
2006 ~ 2007 나노기술조정위원회 위원
2007 ~ 2008 국가연구개발사업 기계분야 전문위원회 위원
2008 ~ 2010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2009 ~ 2012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비상임이사
2010 ~ 2012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2010 ~ 2014 국가핵융합위원회 위원
2011 ~ 2013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2012 ~ 2012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위운회 위원
2012 ~ 2013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2011 ~ 현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비상임이사
2012 ~ 현재 한국연구재단 비상임이사
2012 ~ 현재 뿌리산업발전위원회 위원
2012 ~ 현재 국가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
2013 ~ 현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
2014 ~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 비상임이사
2014 ~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2014 ~ 현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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