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은 두 달 전 내슈빌 Nashville에 본사를 둔 동명의 크리스털이라는 신생기업에서 탄생한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는 영어권 업계의 거의 모든 이들의 이메일 스타일과 선호사항을 인식하고 있다. 아미라티가 짧고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한다는 것이나, 필자가 풍자를 선호하는 것도 알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것이든 인터넷 상에 글을 적은 적이 있다면, 크리스털은 그들의 스타일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소셜 미디어나 자체 웹사이트의 개인 후기 등 공개적인 자료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사용자들을 64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기반으로 업무 및 대화 스타일을 추정한다.
아미라티는 그의 지메일 계정에 크리스털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만해도 일종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의 개인사용자 이용료는 한 달에 19달러다(기업용은 99달러다). 그러나 한 달 후 그는 감탄을 하고야 말았다. 그가 매일 발신하는 100통 중 약 80%가 ‘약간 부정확함’, 즉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발신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는 “굉장히 놀랍고 신기할 만큼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메일이 실제로 크리스털 덕분에 더 효과를 발휘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의 이메일 서문은 좋은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소프트웨어 덕분에 그는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요즘 같은 모바일 세상에서 사람들은 별 고민 없이 이메일을 대충 작성해 재빠르게 전송을 하곤 한다. 그 때 크리스털과 같은 도구가 이메일 수신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주는 것이다. 맞춤법 검사 와 유사한 공감 확인’ 도구라고도 할 수 있다.
업무 대화가 회의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진행하는 회의에서 가상 채팅방이나 인스턴트 메시지로 옮겨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러한 기술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업무환경에선 상사에게 친근한 미소를 건네거나 농담하는 분위기를 쉽게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웃음 이모티콘이나 ‘ LOL’ *역주: 크게 웃다(Laughing Out Louder)라는 뜻의 채팅 약어 같은 것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친근한 미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편 크리스털은 포춘의 에디터 앨런 머리 Alan Murray가 형식적인 문법 구조를 선호하고, 가벼운 인사를 싫어한다고 분석했다(필자가 그동안 전송한 이모티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기업들은 1940년대 마이어-브릭스 성격유형 지표(Myers-Briggsest)가 고안된 이후 고용 및 교육 표준화를 위해 성격 평가를 해왔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정보 얻기가 더욱 쉬워졌고, 지루한 테스트도 필요가 없어졌다. 퀴즈 기반 성격 테스트 앱 노젠 Knozen을 포함해 이메일 분석 서비스 컨스파이어 Conspire와 크리스털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이 직원들의 일상업무 및 동료 평가를 바탕으로 유사 직종별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은 기술직에서 지식노동자로 경제적 전환이 이뤄지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기술 산업에서 이 같은 전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력관리책임자(CPO · chief people officer)라는 직책과 함께 고위경영진으로 떠오른 인적자원 부서는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이들을 행복관리책임자 (chief happiness officer)라 부른다.
인적자원 부서를 넘어, 고객과 대화하는 세일즈맨, 봉사활동을 하는 사업개발 경영진, 그리고 팀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자 하는 매니저들도 크리스털을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털의 창립자 드루 다고스티노 Drew D’Agostino는 기업의 성격 데이터는 이메일을 넘어 모든 업무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선 성격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는 “크리스털은 사용자로 하여금 한발짝 물러나 ‘ 이것은 나의 문제 접근방식이고, 그것은 당신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다소 두려운 빅 브라더 Big Brother 요인 *역주: 정보의 독점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컨대 필자가 자주 지각을 한다는 사실을 크리스털이 만천하에 알려야 할까? 필자의 빈번한 지각은 사실일 수도 있다. 아니,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커리어 평판에 ‘ 지각’ 이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다니길 원하지 않는다.
다고스티노와 노젠의 세네델라는 필자의 반응-당혹감과 그 뒤에 나타나는 즉각적인 분노-이 데이터 기반 평가 프로그램이 아주 정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이 필자의 습관적인 지각을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을 때, 이미 그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얘기다. 세네델라는 “그 사실을 밝힐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우리는 결국 ’사용자가 사실을 깨닫고, 무언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여전히 첫인상을 망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가 예외일 수도 있다. 다고스티노는 “보통 크리스털 사용자들은 그들의 프로필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래서 프로필 말고도 결점, 다른 모든 것들을 소셜 미디어 상에서 직장동료와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크리스털의 목표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내게 이메일을 보내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다. 아내와의 논쟁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거나, 직장상사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기분이 상했는지 알게 됐다는 얘기들 이다”라며 “크리스털은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업계의 또 다른 혼란: 기업조직도
온라인 소매업체 자포스 Zappos가 홀라크라시 holacracy를 도입한 지 일 년 남짓이 흘렀다. 홀라크라시란 위계질서를 없애고, 관리직을 폐지하고, 자치구조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CEO 토니 셰이 Tony Hsieg는 “모든 이가 선호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포스는 지난 5월 계획 시행기간 동안 인력의 14%가 무더기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업관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기술기업들은 또 있다. 여기 두 기업을 소개한다..
1999년 37시그널스 37Signals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시카고의 베이스캠프 Basecamp는 관리직 없이 모든 이가 동등한 권한을 갖는 수평구조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수평 구조의 조직에서 수직적 야심을 관리하는 일은 지뢰밭을 걷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공동 창립자 제이슨 프리드 Jason Fried는 승진 없이 몇 해를 보낸 후 새로운 직책을 바라는 야심 있는 직원들을 떠나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명백하게 반직관적 결과가 아닌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했던 베테랑들이 1996년 이 기업을 설립해 하프라이프 Half-Life와 포털 Portal 이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이들은 직원들이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결정할 수 있다며 운영방식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무실 내에서 근무 위치를 옮길 수 있도록 책상에 바퀴를 설치하기도 했다. 천국 같은 곳이지 않은가?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한 전직 임원은 회사의 기이한 자리배치가 고교 시절에나 볼 법한 패거리 짓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BENJAMIN SNY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