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영향력을 모두 잃은 기업

컴캐스트 Comcast는 지난 10년간 고객과 경쟁사, 당국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결과는 타임워너케이블(TWC) Times Warner Cable과의 합병 실패로도 이어졌다. 지나치게 성공을 확신한 나머지 거의 모든 아군들을 등지게 한 콤캐스트 경영 내막을 파헤친다. BY MICHAL LEV - RAM


지난 5월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 McCormick Place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블 산업 엑스포에서, 브라이언 로버츠 Brian Roberts 컴캐스트 CEO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운을 뗐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모습에 안경을 쓴 로버츠 회장(55)은 그저 할리우드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컴캐스트의 인터넷 연결 셋톱박스 set-top box *역주: 외부신호를 변환해 텔레비전으로 표시해 주는 장치인 X1의 음성인식 기능을 시연하고 있었다. 그가 단어 하나를 말하자 마자 영화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의 한 장면이 양쪽에 위치한 대형화면에 나타났다. 흥미로운 표정의 로버츠 회장은 “X1는 시리 Siri와 유사한 원격장치로, 배우의 나이에서부터 즐겨보는 영화의 특정 장면검색에 이르기까지 300만 개 이상의 음성 명령을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컴캐스트-TWC의 합병을 보여줘”라고 외치자 갑자기 배우 빈 디젤 Vin Diesel이 화면에 나타났다. 디젤이 영화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에서 “숙여!”라고 외친 직후, 집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관중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로버츠 회장은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는 것 같다”며 “컴캐스트는 이제 정말 새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회장은 최근 “새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바로 전날 크게 향상된 1분기 실적(전 분기 대비 10% 상승한 20억 6,000만 달러)을 발표하면서도, 4월 24일 450억 달러 규모의 TWC 인수 시도를 철회했을 때도 같은 표현 사용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합병 실패는 컴캐스트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단순히 합병 시도가 물거품으로 돌아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계약 실패와 수 년간 벌어진 과정은 기업의 독단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수년 동안 컴캐스트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 결과 케이블TV 채널 네트워크들, 실리콘밸리 협력사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객들이 외면을 해서 합병 건이 검토되던 시기에는 거의 아군이 없었다. 컴캐스트의 사례는 오늘날과 같은 초경쟁 시대에 기업이 공동체 의식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 수십 명을 취재하고 정부의 여러 서류를 검토한 끝에 컴캐스트와 TWC 합병에 적극반대 의사를 표했던 이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 제공업체가 테니스채널 Tennis Channel과 넷플릭스 Netf lix였다. 넷플릭스의 CEO는 한때 투자자들에게 컴캐스트 합병 무산이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을 정도였다. 이외에도 디시네트워크 Dish Network, 미국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웨스트 West, 해리 포터시리즈의 팬사이트인 해리 포터 얼라이언스 Harry Potter Alliance 등 다양한 단체들이 합병에 반대했다. 대표적인 보수파 방송 진행자 글렌 벡 Glenn Beck과 ‘ 극 진보’ 성향의 알 프랑켄 Al Franken 미네소타 상원의원도 합병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반대 지지자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프랑켄 의원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반대 입장을 표명했을 땐 동조하는 이가 적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늘어났다. 합병이 무산되는 쪽으로 기운다는 소식이 나오자 반대 의견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은 정부의 마지막 결정을 몇 주 앞두고 더욱 힘을 얻었다.

개인과 기업에 이어 뉴햄프셔 주의 몰튼보로 Moultonborough 같은 지자체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었다. 법무부와 함께 컴캐스트-TWC 합병이 소비자 및 경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도 30만 800건에 달하는 의견이 접수됐다. 이 중 대다수는 합병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2011년 무위에 그친 AT&T의 티모바일 T-Mobile 인수 시도 때엔 FCC에 접수된 의견이 4만 526건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회장이 시카고 케이블 엑스포에서 합병 건을 묘사하는 데 영화 ‘분노의 질주’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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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이블 T V 업계 1, 2위인 컴캐스트와 TWC의 합병 계획이 2014년 2월 13일 처음 발표됐을 때, 다수의 정치인과 비영리기관은 FCC에 합병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이들은 저소득층과 학교에 인터넷 사용료를 할인해 주는 컴캐스트의 인터넷 에센셜 Internet Essentials 프로그램을 극찬하며, 합병 성사 땐 그 혜택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케이블과 인터넷 사용자들의 극심한 반대 때문에 합병 성사는 어려워 보였다.

엉망인 컴캐스트의 고객서비스는 밈 meme *역주: 유행어 등 재미있는 문 구를 넣은 미디어로 주로 사진 형식을 띈다 형태로 인터넷 상에 퍼져 서비스 담당 직원과의 어이 없는 대화가 온라인 유행어가 되는 등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컴캐스트의 고객서비스를 비판하는 블로그와 게시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컨슈머리포트 Consumer Reports 의 블로그 컨슈머리스트 Consumerist 가 선정하는 ‘미국 최악의 기업(Worst Company in America)’에 두 번이나 뽑힌 기업은 컴캐스트를 포함해 두곳뿐이었다(컴캐스트는 2010년과 2014년에 불명예를 안았다). 또, 43개 산업 분야 기업 대상 연례 평가인 미국소비자만족지수(ASCI)에서도 수년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지수에서 컴캐스트의 엑스피니티 Xfinity 인터넷 서비스는 전체 236개 대상 중 234위로, 유에스에어웨이 U.S. Airways, 유나이티드 United와 미국 국세청(IRS)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차터 커뮤니케이션 Charter Communications과 TWC가 하위권에 선정되는 등 다른 케이블TV 기업들도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ASCI의 매니징 디렉터 데이비드 반앰버그 David VanAmburg는 “어느 정도 순위 경쟁은 있지만, 이들 기업의 순위는 거의 변하지 않고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제공업체를 선택하는 데 대안이 거의 없거나 아예 부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 상황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관계자들은 소비자 불만도 당국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다른 기업들의 합병 반대 역시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FCC에 접수된 방대한 양의 서류를 보면 컴캐스트-TWC 합병에 적대적인 기업들은 ‘합병이 경쟁을 저해할 것이며, 컴캐스트가 이미 불공정한 방식으로 경쟁사에 해를 끼쳐왔다’고 (법적인 자료 제시와 함께) 주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컴캐스트는 몇 년 전부터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 Discovery Communications, NFL네트워크 NFL Network, 스페인어 방송사인 에스트렐라 TV Estrella TV 등 여러 케이블 방송사와의 소송에 휘말려왔다. 대부분 송신료(케이블 채널을 송신하는 대가로 컴캐스트가 채널네트워크에 지불하는 금액)에 대한 의견차가 원인이었다. 일부의 경우 시청률 및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채널 배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0년 독립 스포츠 방송사인 테니스채널이 FCC에 ‘차별 행위’를 보고하기도 했다. 컴캐스트가 자사 채널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시청할 수 있는 스포츠 패키지 채널에 배치하고, 계열 스포츠 방송사들에겐 훨씬 인기 있는 채널 구성을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었다.

FCC는 테니스채널의 주장을 받아들여 컴캐스트에 벌금형을 부과하고, 테니스채널에 공정한 대우를 제공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컴캐스트는 이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차별이라고 단정지을 증거가 부족하다’ 며 FCC의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컴캐스트의 승리에는 후유증도 남았다. 컴캐스트-TWC 합병이 처음 알려지자 FCC는 ‘ 합병이 소비자에 미칠 영향’에 대한 조사를 테니스채널에 맡겼다. 켄 솔로몬 Ken Solomon 테니스채널 CEO는 “톰 휠러 Tom Wheeler(FCC 의장)가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컴캐스트가 우리 같은 업체들을 얼마나 가혹하게 대우했는지, 컴캐스트 같은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컴캐스트 대변인은 회사가 어느 채널도 차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독립 네트워크 더블레이즈 TheBlaze의 설립자이자 뉴스진행자인 글렌 벡도 합병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시청자들에게 FCC에 반대 서한을 보낼 것을 촉구했다. 합병 논의가 한창이었을 당시, 벡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 기업 운영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정부에 의해 승인된 독점 지배력 (government-sanctioned monopoly)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블레이즈 같은 독립 경쟁사들을 더 많이 제지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월트디즈니 Walt Disney Co., 21세기폭스 21st Century Fox 등 대형 케이블채널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합병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식통들에 따르면,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 당국자들을 만나 설득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컴캐스트는 이러한 반대를 자초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항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FC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컴캐스트는 ‘일부특정 채널들이 거래 프로세스 과정을 악용, 경쟁시장에서는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송신료와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소비자의 수신료 인상을 초래할 공산이 컸다’ 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이 보고됐던 시기는 컴캐스트 합병에 대한 반대 세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다. 가장 열렬하게 반대했던 이들 중 하나인 위성TV 제공기업 디시네트워크는 266쪽에 달하는 진술서에 합병이 경쟁을 ‘ 파괴할 수 있는’ 53가지 이유를 담아 FCC에 제출했다 (디시네트워크는 합병 평가기간 동안 총 70개의 서류 제출했다). 무수히 많은 비난과 우려를 담은 이 보고서를 통해 디시는 컴캐스트가 이미 경쟁기업을 차별할 수 있는 여력과 의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TWC 인수를 통해 케이블TV 산업 내 다른 기업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디시의 보고서는 “우린 포기할 의도를 갖고 권력을 쟁취하는 이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는 조지 오웰 George Orwel l의 디스토피아적 소설 <1984> 속 문구를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또한 “컴캐스트는 손님이 올 수는 있지만 떠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광대역 계의 호텔 캘리포니아 Hotel California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컴캐스트는 장문의 답변을 통해 디시의 주장에 강하게 대응하며 “ 디시가 소비자에 혜택이 돌아갈 공정 경쟁으로부터 노골적인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광대역 서비스가 부재했기 때문에 컴캐스트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빈번했다. 동영상 시청 방법은 급증했지만, 미국 가정의 61%는 여전히 고속 ISP 서비스 제공기업이 없거나 한 개에 불과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택의 부재는 소비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디시 같은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인 케이블 모델에 직접적으로 대항하고 있는 디시의 스트리밍 서비스 슬링TV Sling TV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고유의 인터넷선 설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별도의 인터넷선 설치가 필요한 많은 기업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몇개 주에 걸쳐 컴캐스트의 네트워크가 자사 광대역 속도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 부분은 정확한 시비를 가리기 어려웠다(본지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상당수 인터넷 사용자들이 하우스오브카드 House of Cards 같은 드라마 재생 중에 끊김 현상을 겪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결국 컴캐스트가 TWC 인수 의향을 밝힌 지 10일 뒤인 2월 23일, 두 기업은 ’ 상호 호혜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몇주 뒤 넷플릭스는 또다시 공개적으로 컴캐스

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컴캐스트가 합의를 강요했다고 FCC에 보고를 했다. 컴캐스트는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그리고 공방은 그 후에도 지속 되었다).

여기에는 모순되는 점이 하나 있다. 사용자가 5,700만 명에 달하는 넷플릭스는 자사를 실리콘밸리의 약자이자 인터넷 평화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하며, 컴캐스트를 인터넷 업계의 탐욕스러운 ‘문지기’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 또한 없었다. 컴캐스트의 이미지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컴캐스트가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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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는 미시시피주 투펠로 Tupelo라는 도시에서 1,200명의 사용자로 처음 출범했다. 브라이언 로버츠 회장의 아버지인 랄프 로버츠(95) 전 회장이 1963년 컴캐스트 인수 이후 사업을 계속 확장시켰다. 다른 영세사업자들을 인수하고, 이후에는 대형사업자들 인수에도 나섰다. 2002년 브라이언 로버츠가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컴캐스트의 연 매출은 120억 달러.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와 법인이 위치한 필라델피아 등 주요 시장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당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 사업에 진출한 건 AT&T의 광대역 부문을 인수한 2001년의 일이었다. 이후 로버츠 회장은 더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 대규모 인수를 다시 시도했다. 성사됐더라면 세계 최대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2004년 540억 달러 규모의 디즈니 인수 시도와 2011년 180억 달러규모의 NBC유니버셜의 인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수 년 간 지속 된 다른 케이블기업 인수 전략은 기업 성장을 위한 완벽한 방법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업계 특성상 독점적일 수밖에 없어 인수 과정에 경쟁자가 거의 없다시피했다(기업마다 담당하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직접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기업 합병은 독점금지법상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 컴캐스트가 로비와 정치자금 후원의 형태로 수백만 달러를 정부에 쏟아 부은 것도 영향이 있었다.

워싱턴DC에 100명 이상의 로비스트를 보유한 컴캐스트의 로비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는 컴캐스트의 올해 상반기 로비 관련 지출이 470만 달러에 달해 로비 비용이 두번째로 많은 기업이라고 밝혔다(최대 로비기업은 550만 달러를 사용한 구글이다). 그럼에도 컴캐스트의 로비 비용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총 로비 비용은 170만 달러로, 로버츠 회장이 취임한 2002년 이후 약 7배까지 증가했다.

컴캐스트는 재력뿐만 아니라 정계 인맥도 상당하다. 로버츠 회장과 현 정권의 친분도 잘 알려져 있지만, (구글에서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대통령, 브라이언 로버츠, 마서즈 빈야드 Martha’s Vineyard를 검색해 보라) 워싱턴DC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데이비드코헨 David Cohen 부회장이다. 코헨은 에드 렌델 Ed Rendell 전 필라델피아 시장의 시장 재임 당시 수석보좌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한 컴캐스트 관계자는 로버츠 회장이 임원들에게 얘기한 코헨 부회장과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2000년 로버츠 회장과 코헨 부회장은 ‘비의원위원회(nonpartisan committee)’의 일원으로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필라델피아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느 날 로버츠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화당으로 가던 중 교통체증에 발이 묶이게 되었고, 다급해진 마음에 이미 회의장에 도착한 코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코헨 옆에 있던 경찰서장은 꽉 막힌 고속도로를 경찰차로 질주해 로버츠를 회의장으로 데려다 주었다. 결국 필라델피아 시는 전당대회 유치에 성공했고, 행사는 컴캐스트 소유의 퍼스트 유니온센터에서 진행되어 컴캐스트의 케이블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되었다. 같은 해 로버츠가 CEO로 취임하면서 당시 사외 변호사로 컴캐스트 일을 돕고 있던 코헨을 회사로 영입하게 된다.

코헨 부회장의 고위층 인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아마도 2013년 필라델피아 교외 자택에서 주최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기금 모금 행사일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집에서 유대교 명절 식사말고는 다 해본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의 친분은 2014년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였다. 규제 당국이 컴캐스트-TWC 합병을 검토하는 동안 FCC의 ‘망중립성’이라는 또 다른 주요 문제가 불거졌다. 모든 온라인 콘텐츠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생각은(컴캐스트 등 인터넷 제공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기술기업들과 소비자단체들이 컴캐스트와 다른 ISP 기업들에 대항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망중립성보장을 지지하며 FCC가 인터넷 제공 기업에’ 가장 강력한 규제‘ 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컴캐스트는 이를 ’ 투자와 혁신에 해가 될 후퇴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이렇게 급진적으로 정책을 뒤엎는 건 의회가 결정할 일이지 규제 당국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컴캐스트는 입장을 바꿔 망중립성과 2015년 2월 통과된 새로운 규정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망중립성 원칙을 넓은 개념에서 보면 TWC 합병과 관련해 충돌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규제와 함께 적절한 보호장치를 도입해 인터넷 개방성을 침해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적용하면, 인터넷 규제 강화가 컴캐스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논리가 컴캐스트-TWC 합병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접속자 폭주로 FCC의 오래된 홈페이지는 한때 다운이 될 정도였다. 미국 전역에서 인터넷 선을 관리하는 것이 누구인지 갑작스럽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한 기업에 지나친 권력이 부여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가 제기되었다.

미국 정부로선 인터넷 개방성을 보장하기로 결정한 직후, 전국 광대역 사용자의 50%이상이 한 기업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할 이유가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모두 이에 동의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엄격한 규제에는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면서, 시장의 경쟁력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다렐 이사 Darrell Issa 공화당 의원(캘리포니아)은 “케이블 기업들은 운영하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대다수 지역에서 다른 선택권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컴캐스트-TWC 합병이 무산되었을 때, 양당 정치인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날 장관직에서 물러난 에릭 홀더 Eric Holder 당시 법무장관은 “합병 제안을 취소하기로 한 이들 두 기업의 결정이 미국 소비자를 위한 최상의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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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난과 합병 반대 속에 컴캐스트는 다른 기업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어마어마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기업의 영업이익은 두 배(2014년 기준 149억 달러), 매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688억 달러)했을뿐만 아니라 총 주주 이익도 나스닥 평균의 두 배이상인 278%가 증가했다.

그렇다면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대안이 없었던 고객들이 바로 그 이유이다. 상당한 지역에서 광대역 서비스 제공기업 수는 여전히 한정적이지만, 손가락만 까딱하면 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시청률 변화를 분석하면 소비자들은 온라인 시청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수요 또한 엄청나다. TV 생방송 프로그램 시청률은 감소 추세이며, 미국 가정의 40%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Amazon Prime 같은VOD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지난 분기 컴캐스트의 케이블TV 시청자가 8,000명 감소한 것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컴캐스트의 해결책은? 인터넷기반 플랫폼을 통해 TV, 노트북, 모바일 기기에서 콘텐츠 시청을 할 수 있는 X1이 대안이다. 컴캐스트는 X1 셋톱박스 500만 개를 제작했으며 그 중 결합고객(인터넷, TV, 휴대폰 3개 묶음 서비스 이용 고객)의 4분의 1이X1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과 넥스트도어 Nextdoor(이웃들이 이용하는 SNS 사이트) 등과 최근 제휴를 맺고 구글의 네스트 Nest와 유사한 가정 자동화(homeautomation)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장기 목표는 여러 기기에서 경쟁사의 콘텐츠를 포함해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닐 스미트 Neil Smit 컴캐스트 케이블통신부문(TV ? 광대역 서비스) CEO는 “결국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이 넷플릭스나 훌루 Hulu 사용을 원한다면 이를 위한 간편한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컴캐스트가 자사 셋톱박스에 넷플릭스 앱 app을 장착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케이블TV부문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선 적과 친해지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도 있다.

컴캐스트만 콘텐츠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건 아니다. 시청자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케이블TV 사업모델 자체가 변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전통적인 ‘채널 묶음‘ 사용료와 광고료에 의존해왔던 기업들이 이젠 이 ‘묶음’을 해체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반 기업뿐만 아니라 HBO나 CBS 같은 채널 등이 부상하면서 콘텐츠를 시청할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컴캐스트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의 질과 고객 만족도 모두를 향상시켜야 한다. 고객서비스가 형편없기로 악명 높은 컴캐스트로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맷 스트라우스 Matt Strauss 컴캐스트 동영상 부문 부사장은 “최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더라도 전화상담 연결이 안 된다면 사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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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정말로 고객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혁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로버츠 회장은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말로만 약속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진짜 실행에 옮기고 있다.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해 이미 3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했으며, 5월 초에는 향후 몇 년에 걸쳐 진행하는 추가 콜센터 설립과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 5,500명의 신규 채용 계획도 발표했다. 서비스 수리기사들을 추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우버 Uber 형태의 앱을 출시하고 기사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내방하지 않을 경우 20달러의 크레딧을 제공하기로 했다(크레딧 제공부분은 이미 몇 년 간 시행 중이었으나 고객 대다수는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제는 기사가 약속시간을 어길 경우 고객 계정에 크레딧이 자동 적립된다고 한다)

컴캐스트는 반창고 몇 개를 붙이는 방식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8만4,000명의 임직원 전원에 대한 고객서비스 의무 교육을 매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전화서비스도 자체 제작한 아인슈타인 Einstein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아인슈타인은 고객의 이전 상담 내역 조회를 통해 보다 종합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한다(컴캐스트 고객의 대다수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옮겨온 고객들이어서 예전의 고객서비스용 소프트웨어는 사용이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전화상으론 문제의 빠른해결이 어려웠다)

이 같은 방안들은 모두 오랫동안 임원직을 맡아왔던 찰리 헤린 Charlie Herrin 신임 고객서비스 부문 부회장이 고안한 것이다.

예전 상품부문 대표였던 헤린은 “고객의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졌다.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고객이 가격과 서비스에 대해 스스로결정하고 있다”면서 “기업에는 엄청난 도전과제이며, 매일 급변하고 있다. 우버든 자포스 Zappos든 기업 비즈니스에 상관 없이 고객의기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본지에설명했다.

헤린에 따르면 컴캐스트는 최근 3개월 동안 수리기사의 지각 사례가 29% 감소했고,전화 응답 속도도 18% 개선됐다. 그는 스미트에게 이 부분의 진전 상황을 매주 보고했다고 한다. 최악의 고객서비스 사례를 언급하자, 그는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컴캐스트가 그래선 안 된다. 그러한 일은 절대발생해선 안 된다.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있다”고 말했다.

컴캐스트는 TWC 합병 시도 이전부터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하고 있다.시카고 케이블 엑스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고객 불만이 합병 실패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지 질문을 받자 로버츠 회장은 “결정을 내린 이들이 답할 문제”라면서도 “서비스 향상에 초점을 맞춘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개인적으론 합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영향이있었다 해도 결정적이진 않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물론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컴캐스트의 끔찍한 이미지가 합병 실패의결정적인’ 요인이었든지 아니었든지 관계없이 현 경영진의 목표는 이미지 개선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WC와의 합병보다 성공에 더 중요한 부분일것이다.

컴캐스트의 사례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적이 많았던 것이 오히려 기업을 강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례는 하버드Harvard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연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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