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14일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나사 우주센터를 방문한 것은 지난 1965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한 이후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우주비행센터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으로부터 나사 방문 환영 메시지를 받았다. 또 우주센터 관계자로부터 미국의 우주산업과 우주개발 청사진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첨단 연구실을 둘러봤다. 위성 로봇을 시연하는 시간도 가졌다.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는 양국간 우주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등 ‘뉴 프런티어(New Frontier)’분야를 개척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는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센터로 허블 망원경 관리를 담당하는 등 미국 첨단 우주·항공산업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더드 우주센터는 워싱턴에서 10km 거리에 있지만 외국 정상이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지난 6월에 휴스턴 나사 본부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방미 자체를 연기하면서 나사 방문도 무산됐다.
박 대통령의 나사 우주센터 방문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외 경제협력 분야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우주·항공·달 탐사 등 첨단 분야로 더욱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공공외교 차원에서 전개하게 되는 뉴 프런티어 분야의 핵심이 우주개발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주개발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나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우주개발 의지는 남다르다. 2012년 대선 때는 ‘달 탐사 계획’을 당초보다 5년 앞당기는 공약을 내걸었고 지난 5월에는 과학기술자문회의를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우주개발 행보’는 선친의 행적과 매우 닮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 5월 미국방문 당시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로켓 발사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최초의 달착륙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1969년 방한했을 때 에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국 17개 시도에 혁신센터를 마련하는 등 국내에서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범위를 우주와 항공분야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나사 우주센터를 방문한 뒤 바로 이어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했다. 양국 기업들은 엔지니어링, 우주, 바이오, 에너지신사업, 보건의료 등 최첨단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는 166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지난달 초 중국 방문 당시 사절단 159명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사절단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84%로, 이는 그 동안 박 대통령의 해외 출장에 동행했던 중소기업 평균치(73%)를 넘어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14일 오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흥남철수 작전 시 피난민 승선결정을 내려 북한 주민 10만여명을 탈출시킨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의 외손자인 퍼거슨 알몬드, 핸리 트루먼 대통령의 외손자인 다니엘 트루만, 미 육군성 장관 존 맥휴, 커티스 스파캐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는 기념비 제작 20주년이 되는 해로 6.25 전쟁을 ‘잊혀진 전쟁’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전쟁’으로 재조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참전기념비에 헌화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번영한 것도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