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군 실전형 군장 변모 눈에 띄네

67년간 유지 권총 소지법 변화… 전 지휘관 허리 아닌 가슴에 차
병사도 개별 무장 꾸릴 수 있게 신형 방탄조끼에 파우치 탈부착
예산 탓 최전방 보급 완료 내년쯤

신형 권총집
연평도 해병부대를 순시하는 이순진 합참의장. 해병 지휘관들의 권총이 허리벨트가 아니라 방탄조끼 위 가슴과 복부 부근의 권총집에 달려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신형 권총집
신형 권총집 확대한 모습.



지난주 말 연평도 해병부대. 이순진 합참의장이 공식 취임한 뒤 첫 전방 시찰 지역인 해병 연평부대에서는 변화 하나가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전군 최고 지휘관인 신임 합참의장을 맞은 해병 지휘관들이 새로운 방탄복과 무장을 선보인 것. 무엇보다 권총 소지법이 달랐다.


한국군 창군 이래 장교들의 권총 휴대는 허리 벨트(요대) 오른쪽에 권총집을 달고 중간 왼쪽에 탄창 두 개를 휴대하는 것이 전형. 67년간 이 휴대법을 지켜왔다. 일부 기갑 관련 병과나 지난 1990년대 이후 해외 파병부대에서 가죽 벨트를 어깨에 걸어 권총집을 왼쪽 가슴에 부착하거나 허벅지(레그 홀스터)에 차는 경우가 없지 않았으나 대형 권총이든 소형인 장군용 38구경 권총이든 허리에 차는 것이 규정이었다.

연평도 해병부대 지휘관들은 권총을 가슴에 찼다. 전술방탄조끼 위에 좁은 간격으로 설치된 벨크로(일명 찍찍이)에 역시 벨크로가 붙은 권총 파우치가 결합돼 새로운 형태의 권총 무장법으로 다가왔다. 이영주 전 해병대 사령관 등 극히 소수의 고급 지휘관이 이 같은 권총 무장법을 선보인 적은 있었어도 부대 전체의 지휘관이 똑같이 가슴에 권총을 휴대한 모습을 보이기는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권총을 '차기'보다 '달았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한 새로운 휴대법은 사실 해병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육군에서 먼저 연구하고 시작해 지난해부터 최전방과 특수부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신형 군장은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 전방 지역과 특수부대여서 드러나지 않던 차에 신임 합참의장의 첫 전방 시찰 지역인 연평 해병부대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병사들의 군장도 바뀌었다. 소총수용 기본 전술방탄조끼에는 벨크로에 탄알집과 수류탄집 등 각종 파우치를 간단하게 탈부착할 수 있다. 40㎜ 유탄을 상시 휴대하는 유탄발사기 사수도 파우치만 바꾸면 임무에 맞도록 개별 무장을 꾸릴 수 있다. 위생병 역시 전술방탄조끼 앞뒤에 구급낭을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한국전쟁 이래 군의 기본 군장으로 군림해온 일명 'X반도(밴드)'가 사라질 날이 가까워진 셈이다.

문제는 예산. 신형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방탄판이 워낙 비싸 내년에야 육군 최전방 부대에 보급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병대에는 서북 도서 지역의 극히 일부 부대에만 보급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전방과 해안의 경계부대에 최우선 보급하고 전군으로 보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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