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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윤향로 작가의 개인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회사원 최민선(38) 씨는 작품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전속 화랑이 없는 작가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 그 그림을 다시 만나게 됐다.
20~30대 젊은 작가 80명과 서울시내 신생 미술공간 15곳이 꾸린 미술품 직거래장터인 '굿-즈' 아트페어에서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1층 및 지하전시장, 야외공간 등지에서 18일까지 열리는 행사로 수백만원 짜리 비교적 고가 작품도 있지만 싸게는 1만원부터 시작해 10만~30만원 대 작품이 주를 이뤄 부담도 적다.
미술품 견본시장인 아트페어가 변화, 진화하고 있다. 기존 아트페어는 화랑들이 연합해 한 장소에서 일정기간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에게 작품 구입의 효율성을 주는 게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격정책, 작가구성, 거래구조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포착된다.
지난 9월 열린 '어포더블(affordable)아트페어'는 1999년 런던에서 시작된 글로벌 아트페어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50만~1,000만원의 합리적인 가격대 작품만 추려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열린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는 협동조합의 형태를 표방한 예술가 직거래장터였다. 공공미술관에서 아트페어가 열리는 것에 대한 화랑가의 반발이 있었지만 예술가와 관객을 직거래로 연결해 주는 방식은 이례적이었다. 국내 최대의 아트페어인 전통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세계적 미술정보 사이트인 미국의 Artsy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작품구입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아트페어의 변화는 소득수준 향상으로 늘어난 문화적 수요에 발 맞추는 것인 동시에 내수 침체로 타개책을 모색하는 시장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부가 미술시장의 자생적 선순환구조 확립을 정책적으로 모색하는 가운데 청년실업률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예술인 복지정책에만 의지할 수 없었던 젊은 작가들이 자생력을 확보하고자 새로운 거래구조를 찾아나선 것도 변화요인의 하나다. 폐쇄적인 미술시장 유통구조가 온라인 시장의 확대 같은 변화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굿-즈' 아트페어 측은 "제도 미술계 밖의 신생 미술공간들이 참여해 작가들과 함께 부스를 없애고 새로운 개념의 예술파생상품을 판매하는 등 기존 아트페어 형식에서 벗어나며 별도 수수료 없이 작가가 직접 작품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특정 순간을 포착해 파격적 붓질로 표현하는 이은새 작가는 가격대에 맞게 소품과 입체형 작품을 내놓았다. 초대형 그림을 전시하고 구매자가 원하는 만큼 '잘라' 파는 작가도 있다. 미술품 구입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긍정적이나 일각에서는 '미술품의 실내장식품화'와 '신진작가의 예술성 확보 걸림돌' 등의 이유로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