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빨간불… 금리인상 시계 느려진다

9월 소매판매 0.1% 늘어 부진… 제조업 PMI 2년3개월만에 최저
인플레율도 연준 목표치 힘들듯… 10월 금리인상 사실상 물건너가
내년 연기설 부상, 불확실성 커져… 10년물 국채금리는 2% 아래로


한동안 잘나가던 미국 경제가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의 역풍을 만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도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소비·물가·고용·수출·제조업 등 주요 경제지표에 일제히 비상등이 켜지면서 10월은 물론 연내 금리인상도 힘들다는 분석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급브레이크 걸린 미국 경제=1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미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8월 기록도 당초 0.2% 증가에서 0%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 인플레이션율도 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는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0.2% 감소보다 부진한 것으로 올 1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달 초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시장 예상치인 20만3,000명을 크게 밑도는 14만2,000명에 그쳤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8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까지 경기회복 속도가 다소 완만하나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중국 성장 둔화, 달러화 강세 등으로 제조업 상태가 대체로 부진하고 임금 상승세도 더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올 2·4분기 3.9%에서 3·4분기 0.9%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와 캐피털이코노믹스도 3·4분기 GDP 전망치를 각각 2.4%, 1.7%로 하향 조정했다.

◇연준, 올해 초처럼 '양치기 소년' 되나=경제지표 부진에 시장은 10월 금리인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97%로 전날보다 0.07%포인트 하락하며 2% 밑으로 떨어졌고 달러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제 관심사는 오는 12월 인상 여부다. CME그룹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은 올 10월과 12월까지 금리인상 확률을 각각 2.3%, 33% 정도로 반영해 거래됐다. 시장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내년 초까지 제로 금리 유지에 베팅한 것이다.

시장과 달리 전문가들 대다수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중앙은행 신뢰도 유지를 위해 12월에는 '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17명의 연준 이사 가운데 13명이 연내 인상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내년 연기설'이 급속도로 세를 불리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초에도 올 6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줬지만 글로벌 금융불안, 중국 경기 둔화 여파에 9월에도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최근 연준 이사인 대니얼 타룰로와 레이얼 브레이너드도 연내 금리인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지역 연은 총재들과 달리 통상 내부 이사들은 연준 의장과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내부 이견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최근 "연내 금리인상은 전망일 뿐 약속은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존 힐센래스 연준 전문기자는 "앞으로 임금과 인플레이션이 개선될 경우 연내 금리인상이 가능하겠지만 미 경제 둔화의 새로운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그 가능성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n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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