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또다시 거리로 나갔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장외투쟁을 통해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지만 이를 통해 정부의 국정화 전략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사실상 야당의 패배로 끝난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초 업무보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예고했고 치밀할 정도로 차근차근 준비작업을 벌였다. 문제점을 알고도 대처하지 않았다면 야당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고 몰라서 못 했다면 무능함 그 자체다.
이번뿐만이 아니라도 19대 국회에서 야당에 전략이라는 것을 찾기 힘들다.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매번 정부·여당에 질질 끌려만 다녔다. 그나마 국회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을 방패막이로 삼아 여당과의 협상에서 '법안 나눠먹기'로 연명해왔다. 여당에서는 이마저 막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선진화법 개정이 가능한 180석 이상을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에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사건, 정윤회 문건 파동, 성완종 리스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찬스를 모두 놓쳤다. 주류와 비주류로 갈려 끊임없이 갈등하는 상황에 지도부의 당 장악력은 떨어지고 '민주'라는 당 정체성에만 매몰돼 대여(對與), 대(對)정부 투쟁의 기회를 날려 먹었다.
국정교과서 상황도 일찌감치 예고됐지만 아무 준비도 못했다가 매번 그랬던 것처럼 길거리로 나가 호소하고 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민심이다. 이제 국민들은 거리로 나온 야당을 반기지 않는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해 장외까지 나와 싸우는 야당이 못마땅할 따름이다.
야당은 좀 더 냉철해져야 한다. 정부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왜 2017년부터 도입하려는지 생각한 적 있는지 묻고 싶다. 2017년은 자신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이름)가 태어난 지 100년 되는 해이다. 그가 태어난 날(11월14일)이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 여야, 누구에게 더 도움이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전략 부재로 인한 필패는 지금까지로도 족하다. '이기는 야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치부=김광수 기자 br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