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대통령의 TPP 발언 너무 앞서간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가 가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양국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열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이 끝난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도 "이미 TPP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TPP에 있어서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현안인 북한 문제와 TPP 등이 논의될 예정이기에 그에 앞서 미국 재계와 정치권을 향한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당연한 외교행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TPP 추가 가입을 위해 미국뿐 아니라 창립 주도국 12개국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빨리 우리의 '패'를 내보인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게 될 경제블록인 TPP에 대한 한국 가입은 대외무역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의 추가 가입 협상은 국익을 최대화하는 차원에서 신중한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 그러잖아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TPP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 역시 추가 가입 협상에서 불필요하게 우리의 입장료만 높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이다.

TPP 협상이 진행된 지난 2년간 우리 정부는 TPP 참여에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주력해야 했고 미중 사이의 전략적 고민도 컸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TPP 협상이 전격 타결된 후 우리 정부는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가 성급하게 굴수록 추가 가입 과정에서 협상력만 떨어질 뿐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FTA에서 나름대로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지고 있는 무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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