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반된 정상외교 평가… 앞으로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3박4일간 미국 방문 성과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이다. 미국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겉으로만 환대 받았을 뿐 정작 실속은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와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졌다는 견해가 함께 나오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각각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의전과 말의 성찬이 앞설 뿐 당장 이렇다 할 양측의 실천과제를 도출하지 못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긍정적 평가 역시 타당성을 지닌다. 한반도 안보에서 국제 교역, 통일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 광범위한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정상외교 성과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가 동시에 나오는 현상은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말해준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단적인 예다. 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고 강조했건만 상대방인 미국은 KF-X 핵심기술 이전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신설될 한미 협의체를 통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과연 정부의 기대가 통할지는 앞으로 1년가량이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문제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당면 과제는 주변국과의 관계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 행사 참관과 미국 방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두 나라와 이해 및 협조의 폭을 넓혔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 1일에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과 미국 측의 강력한 희망으로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미래를 조정하는 이니셔티브를 행사할 수 있을 때 정상외교의 성과가 비로소 확인되고 내일을 향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변수가 쌓여 있다는 점이다. 침략의 과거를 부인하는 일본과 핵을 고집하는 북한 때문에 다시금 벽에 봉착할 우려도 크다. 이럴수록 차분하고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실속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도 눈앞의 홍보보다 현안 타개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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