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내놓았지만, 채권시장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이 한국은행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채권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과 낙관적 경기전망, 미국 등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를 나타냈다. 모두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약화시키는 이벤트로 채권시장에는 약세 재료이지만 별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장기물인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전날보다 0.4bp(1bp=0.01%포인트), 2.0bp 상승(채권가격 하락)한 2.064%, 2.261%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단기물인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bp, 0.3bp 하락(채권가격 상승)한 1.622%, 1.771%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전날에는 3년물 3.4bp, 10년물 6.4bp, 30년물은 7.3bp 하락했었다.
시장이 한국은행과 경기전망을 놓고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각각 0.1%포인트씩 낮췄다.
이에 대해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이사는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전분기대비 평균 경제성장률은 1.0%이며, 최근 5년간 전분기대비 평균 경제성장률은 0.7%"라며 "한은 전망대로라면 올해 3·4분기부터 6개 분기 평균 0.9%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는 뜻"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은이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선 중국 등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의 약세, 신흥국 성장 둔화로 국내 수출 경기의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4분기에 이어 4·4분기에도 정부의 소비 진작 대책의 효과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내년에는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경기가 재차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비춰 볼 때 미래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채권시장의 강세를 지지하며 국고채 발행물량 감소 등 수급여건도 우호적"이라며 "국내 경기의 높은 불확실성이 장기금리 하락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