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으로 가는 길] <하> 인터뷰-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중·일 20~30년간 한우물만 파 결실… 멀리보고 초등교육부터 풍토 바꿔야
노벨상 수상자 평균 연령 76세
수준 높은 연구 지속할 수 있게 R&D 정책 업그레이드 시켜야


우리나라는 너무 정답만 찾는 교육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를 갖고 공부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창의성이 길러지고 그런 기반에서 대학 과정도 바뀌어야 노벨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요."


지난 1987년 포스텍(옛 포항공대)을 시작으로 무려 27년 동안 연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민근(64·사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그는 16일 서울 염곡동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왜 한국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비단 노벨상 문제만 아니라도 한국이 과학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초등교육부터 석·박사 과정까지 훌륭한 연구자들을 육성하도록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소신이다. 그는 국가 기초연구 지원 시스템의 효율화를 기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을 2년간 이끌어 오면서 이 같은 소신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됐다.

정 이사장은 "전반적으로 사회가 너무 성급한 것 같다"고 진단한 뒤 일본·중국에서 잇따라 과학 분야 수상자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국이 기초과학에 투자한 지는 길게 봐야 20년 정도인데 최근 일본이나 중국 수상자들의 연구기간만 보면 20~30년 된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일본의 이학연구소는 1917년 설립돼 곧 창립 100년을 맞게 되는데 우리의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설립된 지 5년이 채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노벨상에 근접해 있는 연구자들을 다 꼽으면 2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지방의 대학 한 군데에서만 수십 명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눈을 돌려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한 역사만 봐도 지금 노벨상을 기대하며 아쉬워하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너무 노벨상에 집착하기보다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며 "우수한 연구자라면 정년에 관계없이 더 학문을 파고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정 이사장은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76.6세라는 점은 충분히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라며 "뛰어난 연구자가 가능성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 선별적으로라도 이들이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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