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석기인 환경변화에 어떻게 적응했을까

■ 국립중앙박물관 내년 1월31일까지 특별전
국내 最古 나무배, 2005년 발굴 이후 처음으로 공개
농경생활·토기제작 등 신석기혁명 유물 474점 선봬

비봉리 출토 배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출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고산리식 토기
제주도 고산리에서 출토된 한반도 최초의 토기인 고산리식 토기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갈판
신석기인이 곡식을 가공하는 데 사용한 갈판과 갈돌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신암리 출토 여인상
울산 신암리에서 출토된 여인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인류사 최초의 혁명인 '신석기혁명'은 기후 변동으로부터 시작됐다. 빙하기가 반복되던 지구는 1만8,000년 전 무렵부터 꾸준히 기온이 오르기 시작해 약 1만 년 전 무렵 오늘날과 비슷한 환경에 이르렀다. 해수면이 높아졌고, 어족이 풍부해졌다. 조수간만이 커진 서해안에는 갯벌이 생겨 조개류가 서식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에 온대성 활엽수림이 조성되니 열매가 풍부해지고 사슴이나 멧돼지, 개 같은 중소형 포유류가 많아졌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원을 활용하려던 신석기인들은 기술을 개발하게 됐고 떠돌이 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사냥·채집에서 농경생활로, 석기 뿐 아니라 토기도 제작하는 '신석기혁명'을 이뤄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한반도의 신석기문화를 총체적으로 들여다 보는 특별전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를 오는 2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연다. 흔치않은 신석기 전시인데다 유물도 474점이나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유물은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출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배(木船)로, 2005년 발굴돼 보존처리 후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현재 해수면보다 2m 가량 낮은 신석기 초기층에서 발견된 길이 310㎝, 폭 62㎝에 바닥이 평평한 이 배는 200년 된 소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나무를 가공하기 쉽게 하고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태운 자국이 있어 신석기인의 영민함을 보여준다.한반도 최초의 토기인 '고산리식 토기'도 전시장에 나왔다. 발굴지인 제주 고산리의 이름을 딴 이 토기는 깨진 조각으로 출토됐으나 퍼즐처럼 재조립돼 부활했다. 높이 25.6㎝로 별다른 문양은 없으나 바탕흙에 섞여있던 식물줄기가 그릇을 굽는 과정에서 타버린 흔적이 남아있다. 동북아 일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의 토기이며, 이후 덧무늬토기와 빗살무늬토기로 발전한다.

세계사 교과서의 앞장을 장식하는 구석기 유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못지 않은 울산 신암리의 토우(土偶) '여인상'도 흥미롭다. 일명 '신암리 비너스'로 여성의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남아있는, 한 손에 쥐기 좋은 자그마한 여인상이다. 예술품이라기 보다는 주술적 상징물에 가까운데 일반적으로 풍요와 다산, 산모의 순산을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는 △변화된 동·식물 △신석기의 신개발 도구 △신석기 무덤 등 크게 3부로 구성됐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한반도를 누볐던 매머드의 턱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곡물재배 증거인 조·기장 흔적이 남은 토기, 곡식을 가는 갈판·갈돌 등 다양한 도구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신석기 토기를 만날 수 있다.

다음 달 27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진행될 초등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별도 제작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개인교사 만큼이나 상세하게 전시를 안내한다. (02)2077-9000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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